인기몰이 전통주 선정 잣대 애매해 농식품부 '입방아'
인기몰이 전통주 선정 잣대 애매해 농식품부 '입방아'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원료 산지' 따지는 법적 기준 탓에 소비자 혼란 부추기고 주조업체 발목 잡아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본점 지하 1층 발효:곳간 매장에서 모델들이 설 명절 선물용 전통주 세트를 보여주고 있다. (사진=신세계백화점)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본점 지하 1층 발효:곳간 매장에서 모델들이 설 명절 선물용 전통주 세트를 보여주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사진=신세계백화점)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가치소비 문화에 전통주 인기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엠제트(MZ)세대를 중심으로 관심이 급증하면서 산업 규모도 최근 일년 새 50% 껑충 뛰었다. 

그러나 원료의 산지를 잣대로 둔 까닭에 옛 주조 방식을 택한 술이 전통주에 포함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며 주무 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가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애매한 기준 때문에 국내 주류업체들이 혜택을 보지 못하고, 소비자 혼란까지 일으킨다는 지적을 받는다.  

국세청 통계를 보면 전통주 산업 규모는 2020년 627억원에서 2021년 941억원으로 50% 늘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30세대 사이에서 가치소비가 유행한 데다 인플루언서 협업 제품이 인기를 끌며 전통주 진입장벽이 낮아진 영향이다. 

특히 지난해에는 가수 박재범이 세운 주류업체 원스피리츠에서 '원소주' 시리즈를 내놓자 증류주에 대한 인기가 급격히 늘었다. 원소주 등장은 그동안 막걸리에 편중된 전통주 시장을 개편시키고 젊은층의 소주·증류주 소비를 이끌었다. 

외식 프랜차이즈 전문 기업 더본코리아가 지난해 3월 선보인 전통주 커뮤니티 백술닷컴의 회원 구성 비중을 보면 2030세대가 55%로, 젊은층의 높은 관심도가 드러난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백술닷컴 방문자수는 같은해 상반기에 견줘 400% 급증하기도 했다.

이런 시장 성장세는 교촌치킨 프랜차이즈 본사 교촌에프앤비까지 전통주에 눈독 들이게 했다. 교촌에프앤비는 지난해 농업회사법인 발효공방1991을 통해 경북 영양군에 '100년 양조장'을 열고 전통주 사업을 본격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시장에서 전통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애매한 기준이 주조업체들의 발목을 잡는다는 비판이 이어진다. 생산 방식보단 누가, 어느 산지 재료를 써서 만들었는지를 따지는 법적 기준 때문에 국내 농산물을 쓴 와인이 전통주로 둔갑하고, 수입 쌀을 쓴 막걸리는 배제되는 상황이 생긴다는 설명이다.

업계에선 직접 농사 여부로 전통주를 가리는 방식이 소비자 혼란을 부추길뿐더러 애초 시장을 키우겠단 취지가 퇴색됐다고 꼬집는다. 농식품부는 지난해 하반기 서둘러 국산 농산물 사용 여부를 조건에서 빼는 개정안을 추진했지만, 국내 쌀 농가를 비롯해 대형·소규모 양조장 입장차에 부딪혀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관련기사

이 시간 주요 뉴스
저탄소/기후변화
전국/지역경제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