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건설공사 64% 지연이라는데···시멘트·레미콘업계 '네탓 공방'
[현장] 건설공사 64% 지연이라는데···시멘트·레미콘업계 '네탓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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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멘트·레미콘 수급 불안으로 공사 중단·지연 154곳 중 98곳
"시멘트 없어 레미콘 생산 불가" VS "수요보다 더 생산했다"
경기도 한 상가 공사 현장 앞에 있는 레미콘 차량들.(사진=나민수 기자)
경기도 한 상가 공사 현장 앞에 있는 레미콘 차량들.(사진=나민수 기자)

[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최근 건설현장을 중심으로 레미콘 수급 파동이 일고 있는 가운데 시멘트와 레미콘업계는 네탓 공방이 치열하다. 건설업계와 중소레미콘업계는 원재료인 시멘트 수급 불안정이 원인이라고 지목한다. 반면 시멘트업계는 전년도 계획 물량과 시장 수요보다 더 많은 양을 생산한 만큼 시멘트 수급 문제가 아니라고 반박한다. 두 업계 간 갈등 속에서 봄철 성수기를 맞은 건설업계는 공사현장에 차질이 빚어질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4일 대한건설협회가 상위 100위권 이내 중·대형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3월 이후 시멘트, 레미콘 수급 불안으로 공사가 중단되거나 지연된 현장은 154곳 중 98곳(63.6%)에 달했다. 특히 레미콘이 관급자재로 공급되는 공공공사는 42개 조사 현장 중 단 4곳만 시멘트와 레미콘이 정상 공급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경기도 공공 A 건설 현장은 레미콘 92대 물량(550㎥)을 주문했지만 절반이 넘는 310㎥를 공급받지 못했고, 경기도 민간 B 건설 현장도 레미콘 50대 물량(300㎥)을 주문했지만 한 대도 공급받지 못해 공사가 중단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 시멘트와 레미콘 업계는 책임 공방으로 바쁜 실정이다. 한 레미콘업계 관계자는 "업체에 입고되는 시멘트 출하량이 발주량의 50~60%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알고 있다. 원재료인 시멘트가 정상 출하되지 않기 때문에 중간 재료인 레미콘 생산이 안되는 것"이라며 "현재 레미콘 공장 생산 여력은 충분하지만 시멘트가 제때 들어오지 않으면서 생산량은 물론, 품질 이슈까지 나와 제품 납품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건설경기 악화에 따라 시멘트 업계가 수요 예측에 실패하면서 수급 불안정 문제가 불거진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통상 건설 경기 침체국면에서는 자재 생산업체들이 향후 공사 위축에 대비해 실제 수요보다 더욱 급격히 생산량을 줄여 재고량을 조정하는 경향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시멘트 업계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올해 1분기 생산량이 시장 수요를 상회하고 전년 동기 대비로도 늘어났기 때문에 시멘트 부족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한국시멘트협회에서 자체 조사한 결과 올해 1~3월 시멘트 생산량은 1051만톤으로, 시장 수요(1043만톤)를 상회한다. 전년 동기 대비로도 1분기 생산량은 2.6% 증가했다. 

시멘트협회 관계자는 "수치만 놓고 보더라도 시장에서 원하는 물량 이상을 생산해서 공급했고 전년 대비로도 물량이 늘었는데 시멘트 부족 이야기가 왜 나오는지 답답한 노릇"이라면서 "결국 중간 유통 과정이나 배분 문제가 아니겠나. 정확히는 레미콘 업체들이 공급량을 조절했거나 생산을 못한 것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사태의 원인은 레미콘업계에서 찾아야 한다"고 반박했다. 

시멘트업계 관계자도 "시멘트 생산량이 줄었다기보다 레미콘 업계에서 필요로 하는 시멘트 수요가 급증한 것"이라면서 "작년 광주 화정 아이파크 사고 복구 작업을 비롯, 수개월 화물연대 파업이 이어졌으며, 출하량이 감소하는 동절기에도 따뜻한 겨울 날씨로 출하가 이뤄지는 등 시멘트를 필요로 하는 수요가 늘어나는 복합적인 요인들이 맞물렸다"고 강조했다.

그는 수요 예측 실패에 대해서는 "시장 전반에서 작년보다 올해 경기가 더 안 좋다는 부정적인 전망이 당연했고 이에 따라 계획을 2~3% 낮춰 잡은 것은 맞지만 이번 사태와는 무관하다"면서 "실제 1분기 생산량과 출하실적이 줄었다고 보기 어렵고 공급 계획의 경우 연간치로 잡기 때문에 재고량이 줄긴 했지만 상고하저 시장 흐름에서 하반기 출하량이 어떻게 될지도 알 수 없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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