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R] 국내 탄소배출권 시장 8대 개선과제
[이슈R] 국내 탄소배출권 시장 8대 개선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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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투자자 시장참여·탄소배출권 선물 도입해야
경기 리세션 국면엔 과잉할당 결과 낳을 수도
MZ세대 중심 개인투자자들 투자방식에 호응해야

'이슈R' 코너는 탄소배출권 중심으로 기후 변화 대응 이슈를 다룹니다. /편집자 주

2015년 1월 12일 개장한 국내 탄소배출권시장은 2023년 4월 10일 현재, 거래일수 기준으로 2030일째를 맞이하고 있다. 국내 탄소배출권시장은 코로나19 사태를 기점으로 전혀 다른 양상의 시장구조를 보이고 있다. 코로나19 이전의 경우 탄소배출권 수요우위의 가격 급등세를 보인 반면,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는 공급우위의 가격 급락세를 경험하고 있다.

유년기인 제1차 계획기간을 거친 후 청년기인 제2차 계획기간 이후 2021년부터는 장년기인 제3차계획기간을 맞이하고 있으나 국내 탄소배출권시장이 글로벌 스탠더드에 얼마나 부합되고 있는지에 대해 객관적이고 냉정한 평가가 필요한 시점이다.

올해 10월부터는 유럽의 대표적 환경규제인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가 시행된다. 이 제도의 시행목적은 국내 탄소배출권시장에 대해 글로벌 스탠더드로의 변화를 암묵적으로 요구하는 것이다. 2015년 1월 개장 이후 국내 탄소배출권시장은 '하드웨어적 인프라'는 완비돼 있으나 '시장 다움'의 소프트웨어는 미흡한 상황이다.

본 기고에서는 국내 탄소배출권 시장의 소프트웨어 부문을 중심으로 '글로벌 스탠더드 부합', '시장 메커니즘에 충실', '정책 및 제도 불확실성 제거' 등을 위해 8대 개선 과제를 선정해 보았다.

[탄소배출권시장 8대 개선과제]

◇제1대 과제 : 경매제도 개선

탄소배출권 경매시장은 현물시장의 수급 상황을 알 수 있는 바로미터이다. 응찰(수요)이 입찰(공급)보다 큰 경우 현물가격보다 경매가격이 높게 형성되면서 향후 가격상승에 대한 전망을 하게 된다. 반대로 입찰(공급)이 응찰(수요)보다 큰 경우 초과공급으로 현물가격보다 경매가격이 낮게 형성되면서 가격하락에 대한 전망을 하게 된다.

경매시장 제도 중에서 최고 응찰가격과 최저 응찰가격에 대한 제한이 없다는 점과 낙찰 하한가 계산방식을 전혀 알 수 없다는 점은 가격발견기능 보다는 오히려 경매 낙찰가격의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어 개선이 요구된다. 따라서 현물시장과 동일한 종가대비 ±10.0%로 상하한 가격을 제한해야 하고 경매시장 참여자 확대를 위해 입찰수량의 15~30%인 낙찰수량 한도도 대폭 낮춰야 한다.

◇제2대 과제 : 시장안정화 조치

탄소배출권시장은 과거 배출량 수준에 기반을 둔 그랜더 파더링(GF, Grandfathering) 할당 방식을 채택해 오고 있다. 그 결과 탄소배출권시장은 태생적으로 공급 우위인 시장이다. 할당량은 사전에 과거 배출량 기준으로 정해지는 값인 반면 인증량은 사후에 확정되는 가변적인 값이다. 저성장과 경기 리세션 국면은 계획기간을 거치면서 과잉할당 결과를 낳게 된다.

탄소배출권시장의 성패여부는 공급물량 통제와 직결된다. 유럽 탄소배출권시장이 그 대표적인 예로, 리먼 사태와 유럽 재정위기를 거치면서 다양한 방법으로 과잉 할당된 배출권을 관리해 오고 있다. 유럽 탄소배출권 시장안정화 조치의 핵심은 물량 통제를 이용한 가격관리이다. 적정한 유통 물량기준을 산정해 초과 시 경매물량을 줄이고, 부족 시 경매물량을 늘리는 방식으로 관리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배출권 가격을 상승시켜 온실가스 감축 프로젝트들을 독려하고 있다.

◇제3대 과제 : 정보 비대칭성

정보 비대칭성은 시장참여자 사이에 정보 격차를 일컫는다. 시장을 운영함에 있어 관련된 모든 정보는 시장참여자 모두에게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 탄소배출권 시장과 관련된 정책 및 제도들이 정보의 비대칭성 야기시켜서는 안된다. 따라서 준칙에 입각해 정비돼야 한다.

사전적으로 정립된 준칙 없이 정책당국 재량에 의한 부분들은 불확실성을 증폭시키고 정보의 비대칭성을 확대시킨다. 재량과 관련하여 대표적인 것이 시장안정화조치(현저한 부족), 시장조성자 의무이행 평가기준(시장변동성 확대기간 중 변동성의 정의), 유상 경매시장의 낙찰 하한가 산식 미공개, 장외거래 가격 및 거래량 미공개 등을 꼽을 수 있다.

◇제4대 과제 : 개인투자자 시장참여

제3자 시장참여에 있어 개인투자자는 현물시장 뿐만 아니라 향후 파생상품 시장에서도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일반 개인투자자들의 투자방식은 크게 변화하고 있는데 특히 MZ세대를 중심으로 직접투자방식을 선호하고 있다. 직접투자를 선호하는 비중이 무려 83.0%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 시장에서 회자되고 있는 간접투자상품을 이용한 제3자의 시장참여 방식은 지양해야 하며 간접투자방식을 통한 현물시장의 활성화는 전세계 어느곳에서도 선례를 찾아볼 수 없다. 유럽 탄소배출권시장의 경우 할당대상업체, 기관투자자, 개인투자자, 헤지펀드, 글로벌 투자은행, 법무법인, 컨설팅업체 등 매우 다양한 주체들이 시장에 참여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제3자의 시장참여는 개인투자자의 직접투자방식의 참여가 핵심이 되어야 하고 시장참여자 제한을 조속히 없애야 한다.

자료=NAMU EnR 금융공학&리서치센터, KRX

◇제5대 과제 : 장내 파생상품도입

특정 상품이 파생상품으로 상장되기 위해서는 기초자산의 표준화, 높은 가격 변동성, 풍부한 유동성 등을 만족시켜야 한다. 탄소배출권시장의 경우 거래되는 기초자산은 톤 단위로 거래됨에 따라 표준화 기준을 만족시키고 있고 연평균 장기 변동성 또한 45.9%에 달하는 높은 변동성 조건도 충족시키고 있다. 그러나 저유동성 부문은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시장조성자를 통한 유동성 보강은 단기적인 처방이므로 실질적인 유동성 개선과 보강을 위해서는 개인투자자의 시장 참여와 장내거래 의무화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

제4차 계획기간 중 유상할당 비중이 대폭 증가할 경우 위험관리에 대한 필요성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연성 매커니즘 중에서 이월에 대한 리스크(가격하락 및 배출권 처분)는 선물 매도포지션으로 제거하고, 차입에 대한 리스크(가격상승 및 배출권 확보)는 선물 매입포지션으로 제거할 수 있도록 탄소배출권 선물시장의 조기 개설이 필요하다.

◇제6대 과제 : 장내거래 의무화

국내 탄소배출권시장은 개장이후 누적 기준으로 장외거래 비중 56.1%, 유상 경매 비중 10.8%, 장내거래 비중 33.2%의 구성 비율을 보이고 있다. 시장참여자들이 장외거래를 선호하는 이유는 대량거래가 단일가격에 가능하다는 점과 매매 비용이 저렴하다는 점, 매매거래 정보가 미공개 된다라는 점에서 선호하고 있으나 현물시장의 유동성 보강 및 투명한 가격결정 제고를 위해서 장내거래를 의무화해야 한다.

특히 무상으로 할당받은 배출권에 대해서는 장내거래 의무화 명분은 충분해 보인다. 더 나아가 제3차 계획기간에 도입 예정인 장내파생상품 도입에 앞서 반드시 현물시장 가격의 투명성 확보와 함께 원하는 가격에 원하는 수량을 매매할 있도록 유동성 보강이 선제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 무상할당에 대한 장내거래 의무화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

◇제7대 과제 : 유상할당 강화

제1차 계획기간 100.0% 무상할당 이후 제2차 계획기간에는 무상할당 97.0%(유상할당 3.0%), 제3차 계획기간에는 90.0%(유상할당 10.0%) 비중으로 유상 할당비중을 높여 나아가고 있다. 유상할당 비율을 높여 나아가고 있는 이유는 온실가스 감축 투자를 유인하고 더 나아가 비용 효율적인 감축 프로젝트 개발에 있다.

최근 유럽 탄소배출권 가격이 톤당 100유로에 육박하는 고공행진 배경에는 유상할당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과 EU지역 온실가스 감축 목표의 상향조정, 배출권 유통물량 축소에 기인한다. 국내 탄소배출권시장도 제4차 계획기간에는 경기 펀더멘털이 훼손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국제표준에 적합하도록 유상할당 비중을 높여야 하고 동시에 이에 대한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유상할당 업종 대상으로 탄소차액계약제도(CCfDs, Carbon Contracts for Differences)를 도입해야 한다.

◇제8대 과제 : 이월제도 변경

탄소배출권 시장에서 유연성 매커니즘은 이월제도, 차입제도, 상쇄제도, 조기감축실적으로 구성된다. 이들 제도는 탄소배출권시장의 수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제도로 매우 신중하게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유럽 탄소배출권시장은 개장초반, 시장 논리에 입각해 무상할당의 경우 이월을 불허했다. 그 결과 유럽 탄소배출권 가격은 톤당 0.03유로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이러한 이월금지의 배경은 무상할당 배출권이기 때문에 가능했다. 유상 할당비율이 높아지고 있는 시점에서 유상할당과 이월허용은 비례적 관점에서 운영돼야 한다. 제4차 계획기간부터는 유상할당 비율이 10.0%면 잉여분에 대해 10.0% 이월을 허용하고, 만약 유상할당이 100.0%인 경우 잉여량 100.0%를 이월할 수 있게끔 유상할당 비율과 연동해 이월을 허용해야 한다.

[맺음말]

상기 언급한 8대 과제들은 과제들 상호간 연계해 고려해야 할 부분이 많다. 시장안정화 조치와 유상 경매제도, 이월제도와 유무상 할당부분, 유연성 메커니즘과 탄소배출권 선물시장 등의 분야는 상호 유기적인 관계를 주도 면밀하게 분석해 제도를 개편해야 한다.

8대 과제 중 핵심은 '개인투자자의 시장참여 조기허용'과 '탄소배출권 선물 조기도입'이다. 이 두 과제는 국내 탄소배출권시장에서 화룡점정에 해당할 정도로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향후에 개인투자자들의 시장참여를 불허한다면 탄소배출권 현물ㆍ선물시장 활성화는 불가능하고, 국내 탄소배출권 시장은 시장실패로 끝날 것이다. 더 나아가 글로벌 스탠더드와는 더욱 멀어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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