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가치 하락에도 원화 '나홀로 약세', 왜?
달러 가치 하락에도 원화 '나홀로 약세',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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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대비 원화 가치, 5.2%↓···달러도 1.67%↓
무역적자 지속, 한미금리차 확대 등 주요 원인
상고하저 유효···中 경기회복세, 지정학적 리스크 등 변수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원화의 수난시대가 이어지고 있다. 달러 가치가 하락하며 주요국 통화가치가 반등하고 있지만, 원·달러 환율은 오히려 상승세를 보이며 연고점을 경신하는 등 '나홀로 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약세의 원인으로 약화된 국내 경제 펀더멘탈을 지목하며, 추후 중국 경기 정상화 양상에 따라 환율이 안정될 것이라 전망했다.

2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장 중 1330원을 돌파하며 연고점을 경신했다. 앞서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말 1264.5원(종가기준)에서 현재 1330원으로, 올해에만 5.18% 상승했다. 지난 2월 2일 1220.3원까지 떨어졌음을 감안하면, 최근 원화 약세는 더욱 두드러진다.

주목할 점은 지난해 원화 약세의 주요인이었던 달러 가치 역시 하락했다는 점이다. 지난해 말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낸 달러인덱스는 103.2선을 기록했지만, 현재 101.51선까지 떨어졌다. 올해 들어 달러 가치가 1.67% 가량 하락했음에도, 달러 대비 원화 가치를 나타내는 원·달러 환율이 상승한 이례적 상황이다.

이뿐만 아니라 올해 원화 가치는 유독 큰 폭의 하락세(-5.18%)를 보이고 있다. 인베스팅 닷컴에 따르면 21일 오전 기준 주요국 통화가치(달러 대비) 변동률은 △유로(+2.42%) △파운드(+2.81%) △호주달러(-1.09%) △위안(+0.31%) △엔(-2.38%) 등이다.

호주달러와 엔화를 제외하면 대체로, 달러 대비 강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제로금리를 고수 중인 일본 엔화 보다 더 큰 절하폭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최근 원화 약세는 기존 양상과 차별화된다.

이 같은 원화 약세의 원인으로 전문가들은 약화된 국내 경제 펀더멘탈(기초체력)을 꼽는다. 대표적으로 13개월 연속 적자를 이어가고 있는 무역수지를 들 수 있다.

반도체 수출 부진 등으로 올해 무역적자폭이 200억달러를 돌파하면서, 경상수지마저 적자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특히 대(對)중국 수출과 반도체 수출 회복세가 지연되면서, 원화 약세 압력은 더욱 확대되고 있다.

벌어진 한·미금리차도 영향을 미쳤다. 올해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2연속 인상한 반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2연속 동결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3.5%)와 미국(4.75~5%)의 금리격차는, 상단기준 1.5%포인트까지 벌어졌다.

높은 수익률을 추종하는 자본의 특성상 금리격차가 벌어질수록 자본 이탈을 야기하며, 이는 원화 약세 압력으로 작용한다. 나아가 시장은 연준이 한차례 이상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 관측하고 있어, 한·미 금리차가 역대 최대치인 1.75%포인트까지 벌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기대했던 중국 리오프닝에 따른 국내 경기 개선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올해 들어 중국은 정부의 봉쇄 완화 속 경제활동 지표가 크게 개선됐으며,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년 대비 4.5% 성장하는 등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은 3월 기준 전년 대비 30% 가량 감소하며, 3개월째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가 대면 서비스업에 치중된 결과, 수요도 제한됐다.

위안화 또한 달러당 6.9위안에 근접하는 약세를 보이고 있어, 위안화의 '프록시(Proxy·대리)' 통화로 불리는 원화의 가치를 끌어내렸다는 분석이다.

이밖에 단기적 배당금 역송금 수요에 따른 수급 요인도 원화 가치 약세에 힘을 보탰다. 다만 배당금 역송금 수요는 4월을 지나면서 약화될 수 있어 추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최제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의 2분기 시작점이 예상보다 높은 수준이었다. 부진한 수출과, 수급 부담 등도 환율 상방압력으로 작용했다"며 "상고하저의 방향성은 유효하지만, 환율 전망치의 상향 조정은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달러 강세도 제한되지만, 과도했던 시장의 금리인하 기대가 되돌려지면서 일시적 강세가 나타날 수 있다"며 "향후 중국 경기가 회복되고, 반도체 경기가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교역조건 개선 등으로 원화의 약세가 점진적으로 되돌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향후 원화 가치의 안정 시그널이 중국 경기의 정상화와, 이에 따른 위안화 추가 강세에서 확인될 공산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는 "2분기 중국 경기 정상화에 힘입어 대중 수출이 회복되고, 국내 수출경기 회복 시그널이 가시화된다면 원화는 강세를 보일 것"이라며 "다만 예상보다 약한 중국 경기회복세와 각종 지정학적 리스크가 증폭된다면, 원화는 추가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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