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미식 즉석밥 하루 15만개, 라면 72만개 생산
연말 K1·K2·K3 잇는 7278평 규모 물류센터 완공
[서울파이낸스 김혜지 기자] 닭 하면 떠오르는 기업 하림의 익산공장. 예상과 달리 종합식품기업으로 치달으려는 기세를 보이려는 축구장 20개 크기의 공장에는 간편식, 즉석밥, 면을 만드는 설비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더미식 즉석밥이 하루 15만개, 라면이 72만개 생산된다.
최근 익산공장을 찾은 기자에게 눈에 띈 것은 12만3429㎡(약 3만6500평) 규모의 식품공장이다. 공장은 '퍼스트키친(First kitchen)'과 닭고기 및 육가공 제품을 생산하는 '치킨로드' 2곳으로 구성된다.
퍼스트 키친은 하림이 앞으로 종합식품기업으로 도약할 채비를 끝냈음을 보여줬다. 오늘날 가정의 주방은 음식을 조리하는 것보다 식사하는 공간으로 간소화됐다. 이에 따라 완성된 식사를 내보내는 '퍼스트키친'은 대중들의 공용 부엌이라는 의미가 담겼다.
'더 미식' 제품들이 만들어지는 퍼스트키친은 3가지 구역(K1·K2·K3)으로 나뉜다. K1에서는 가정간편식(HMR)과 다양한 소스 등을 만든다. K2는 면류, K3는 즉석밥을 생산한다.
K1 구역의 핵심은 오랜 시간 동안 끓인 육수다. 육수는 라면 반죽에 물 대신 사용될 뿐 아니라 다양한 제품의 기초재료(베이스)로 활용된다. K2에서는 '더 미식 장인라면' '더 미식 비빔면' 등을 만든다. 우리가 친히 알고 있는 라면의 꼬불꼬불한 면으로 가공되려면 밀가루 반죽이 다른 층에서 내려와야 하는데 이 과정이 20분 걸린다. 시간을 줄일 수 있지만, 이동하는 동안 반숙이 숙성되기 때문에 면의 식감, 맛 등 품질을 좌우하는 중요한 시간이다.
하림은 타 기업의 햇반·오뚜기 밥과 겨루는 즉석밥도 K3에서 만들고 있다. 의약품 반도체공장 수준의 청결도(클래스100)를 자랑한다. 어떠한 보존제도 첨가되지 않는 더 미식 즉석밥을 살펴보면 비닐뚜껑(필름)이 타 제품과 달리 안쪽으로 움푹 들어가 있지 않고 평평하다. 온도가 높은 물을 천천히 뿌려 뜸을 들이는 과정이 상대적으로 긴 편이기 때문이다. 공장이라 함은 쉬지 않고 빠르게 제품을 만들어 내는 기계들의 집합소이지만 하림의 공장은 '신선한 재료'로 '신선한 음식'을 만들려는 김 회장이 정성이 담겼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재계 30대 기업에 속하는 하림그룹은 종합식품기업으로 도약을 진행중이다. 김흥국 하림 회장은 더 큰 목표를 세웠다. 올해 말 K1·K2·K3를 잇는 2만4061㎡(7278평) 규모의 물류센터를 완공할 계획이다. 앞으로 소비자들이 온라인에서 주문하면 각 구역에서 생산된 제품들이 물류센터로 한데 모여 상하차없이 빠르게 고객 식탁으로 배송된다. 본격적인 물류센터의 운영은 하림만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뼈대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하림은 2026년 2월까지 익산시 식품산업단지에 약 4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 중이다.
김홍국 하림 회장이 닭고기 생산을 넘어 다양한 간편식 등을 주력 삼아 하림을 종합식품기업으로 성장시키고 있는 중이다.
1986년 하림식품을 시작으로 1990년 10월 (주)하림이 설립됐다. 하림이 탄생하게 된 밑거름은 김 회장의 어린 시절부터다. 11살인 김 회장은 할머니로부터 받은 병아리 10마리를 닭으로 키워 시장에 팔았다. 닭을 팔고 얻은 2500원의 수익으로 본격적인 축산사업을 시작한 김 회장은 18살 때 닭 5000마리와 돼지 700마리를 키워 고등학교 재학 중에 사업자 등록을 했다.
현재 하림 본사와 식품공장이 들어서 있는 전북 익산은 하림과 인연이 깊다. 익산은 김 회장의 고향이다. 2020년에는 하림의 이름을 딴 명예도로 '하림로'가 익산에 생기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