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2차 숏리스트 공개···내달 8일 최종후보 선정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의 뒤를 이을 차기 회장 후보군에 1961년생 동갑내기 허인(62)·양종희(62)·이동철(62) 부회장과 박정림(59) 총괄부문장 겸 KB증권 사장 등 4인이 포함됐다. 부회장 3인이 1차 숏리스트(압축 후보군)에 포함되면서 애초 유력하게 떠올랐던 '부회장 3파전' 시나리오에 힘이 실리는 모습이다.
KB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8일 허인·양종희·이동철 부회장과 박정림 총괄부문장 등 내부인사 4명과 외부 출신 2명을 차기 회장 후보 1차 숏리스트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외부 인사 2명은 본인의 요청에 따라 익명성을 보장하기로 했다. 회추위는 이날 오전부터 롱리스트에 포함된 내외부 후보군을 대상으로 업무경험, 전문성, 리더십 등 회장 자격 요건 부합 여부를 검증하고 투표를 통해 6명을 1차 숏리스트로 추렸다.
이날 1차 숏리스트에 포함된 내부 인사 4인은 충분한 역량과 경력을 갖춘 것으로 검증된 인물이란 평가다. 특히, 부회장 3인은 KB금융의 경영승계 상시관리 프로그램을 통해 차기 회장 유력 후보군으로써 윤 회장을 지근거리에서 보필한 경험이 있는 인사들이다.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한 허인 부회장은 2017~2021년 핵심 계열사 국민은행을 이끌면서 리딩뱅크 탈환에 성공했다. 디지털경쟁력 강화, 부실 사모펀드 위기관리 등의 성과로 안정적인 경영 능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허 부회장은 2017년 말 윤 회장이 행장 겸직을 하지 않기로 하면서 후임 행장으로 직접 발탁한 인물이기도 하다. 국민은행이 그룹 내 핵심 계열사란 상징성을 봤을 때, 3인 부회장 가운데 유일하게 은행장을 거친 점도 허 부회장을 유력한 차기 회장으로 거론하는 배경이다.
양종희 부회장도 오랜 기간 윤 회장과 호흡을 맞춰온 인사다. 서울대 국사학과를 졸업한 뒤 서강대 경영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거쳤다. 이후 1989년 국민은행에 입행한 뒤 국민은행 서초역지점장, 지주 이사회 사무국장, 전략기획부 부장, 전략기획담당 상무를 역임했다. 2016년부터 2020년까지 KB손해보험을 이끌며 주요 계열사로 올려놓는 등 회사 기반을 다졌다. KB손보 대표직을 3회 연속 맡으며 KB금융의 '1회 연임' 인사 관행을 깬 인물이기도 하다. 3명의 부회장 가운데서 지난 2021년 가장 먼저 부회장직으로 승진 이동하며 그룹 경영에 참여했다.
이동철 부회장은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국민은행에 입행한 뒤 전략기획부장, 미국 뉴욕지점장을 역임했다. 지주에서는 전략담당 상무, 전략·시너지총괄 전무, 전략총괄 부사장을 맡았다. 2018~2021년 KB국민카드 대표이사를 지냈다. 지주와 계열사를 두루 거치며 전략, 재무, 영업 등의 다양한 업무를 도맡은 '전략통'으로 평가된다. 지난 2016년엔 핵심 계열사인 KB증권(옛 현대증권) 인수합병을 이끌었다.
증권업계 첫 여성 CEO로서 능력을 발휘해온 박정림 대표도 회장 후보군에 포함됐다.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국민은행 여신그룹 부행장 등을 거쳐 2019년부터 KB증권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박 대표는 부회장 3인과 함께 그룹의 핵심 사업부문을 맡고 있는 인재로, 윤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는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다만, 사모펀드 부실사태 징계 관련 CEO리스크를 안고 있는 점은 부담이다.
회추위는 1차 숏리스트에 포함된 6명을 대상으로 오는 29일 인터뷰를 진행한 후 2차 숏리스트를 3명으로 압축할 예정이다. 2차 숏리스트 3명의 명단은 모두 공개한다. 이후 다음달 8일 3명의 후보자를 대상으로 2차 심층 인터뷰를 실시하고, 투표를 통해 최종 후보자를 확정할 예정이다.
회추위 관계자는 "내·외부 후보자 모두 국내 최고 수준의 금융그룹 회장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전문성과 경험이 충분한 후보자들"이라며 "내·외부 후보 간 공정한 경쟁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