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경영위 설립 계획···지도부 구성 후 이뤄질 듯
상근부회장·상임고문에 與 인사 거론···재계 '우려'
[서울파이낸스 여용준 기자]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22일 임시총회를 열고 류진 풍산 회장 체제에서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로 새롭게 출범한다. 정경유착 고리를 차단하고 싱크탱크형 경제단체 역할을 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지만, 현재까지 정경유착 차단을 위한 구체적인 밑그림은 그려지지 않은 상태다.
새롭게 출범하는 한경협은 기존 산하기관이었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을 흡수해 싱크탱크로서 역할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한경연 주요 회원사들의 회원 자격이 그대로 승계되면서 4대 그룹의 재가입도 사실상 이뤄질 전망이다. 다만 삼성증권은 21일 이사회를 통해 한경협 복귀 거부 의사를 밝힌 바 있다.
한경협이 새롭게 출범하고 4대 그룹 대부분이 사실상 재가입하게 되면서 정경유착 차단에 대한 요구도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앞서 한경협은 지난 5월 혁신안을 통해 윤리경영위원회 구성과 윤리헌장 발표 등 정경유착 차단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다만 정경유착 차단의 핵심적인 역할을 할 윤리경영위는 한경협의 새 지도부가 구성된 후 이뤄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류진 회장을 중심으로 한 한경협 새 지도부 인선이 정경유착 차단에 첫 걸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총회에선 사무국과 회원사가 준수해야 할 윤리헌장도 채택됐다. 윤리헌장에는 '외부 압력이나 부당한 영향을 단호히 배격하고 엄정하게 대처한다', '윤리적이고 투명한 방식으로 사업을 영위하고 경영할 것을 약속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대·중소기업 협력을 선도한다', '국민 목소리를 경청하고 국민이 더 나은 삶을 향유하도록 노력한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재계에 따르면 현재 류진 회장과 발을 맞출 상근부회장에 외교부 출신 전직 관료가 거론되고 있다. 류진 회장이 비상근직인 만큼 실질적으로 한경협의 운영을 책임질 상근부회장에 여권 출신 인사가 거론되면서 한경협의 정경유착 차단 의지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이다.
여기에 지난 2월부터 6개월간 회장 직무대행을 맡았던 김병준 대행 역시 임기 이후 상임고문을 맡을 가능성이 높다. 김 대행은 윤석열 대통령 후보시절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으며 당선 이후에도 인수위원회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재계 일각에서는 현 정부 인사가 상임고문으로 내정될 경우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겠다는 의지가 신뢰를 얻기 어려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경협 측에 따르면 정경유착 차단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윤리경영위는 전원 외부인사로 꾸려질 예정이다. 다만 상근부회장과 상임고문 등 주요 지도부에 여권 인사가 내정될 경우 여권 출신 인사의 내정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경협 측은 이에 대해 "현재 정해진 것은 없다"고 밝혔다.
한편 한경협 명칭 변경은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가 9월 중 협회 정관 개정을 승인한 후부터 공식 적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