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가계부채 키운 당국과 한은의 엇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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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우리나라는 거시건전성 정책뿐만 아니라 준재정정책(공기업 적자·은행채 발행 등)과 창구지도(window guidance) 등 중앙은행이 통제할 수 없는 정책들이 통화정책 기조와 괴리를 보임에 따라 통화정책 커뮤니케이션의 신뢰성 측면에서 불확실성이 크다."

이달 초 공개된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 담긴 한 금통위원의 발언이다. 최근 급증한 가계부채 등 금융불균형이 정부·금융당국과 한은의 정책공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결과임을 지적한 것이다.

주목할 점은 창구지도란 단어다. 창구지도란 금융당국이 금융기관의 대출이나 예금정책 등을 정책 의도에 맞게 지도하는 정책수단을 말한다. 여기서는 올해 정부가 부동산 관련 규제를 완화하고 금융기관에 대출금리 인하를 종용한 것을 가리킨다.

반대로 한은은 지난 1년 반 동안 기준금리를 3%포인트(p)나 끌어올리며, 가계부채의 디레버리징(부채청산) 환경을 조성했다. 현재 금리수준(3.5%)은 지난 2008년 11월(4%) 이후 약 15년 만에 최고치로 매우 긴축적인 환경이다. 그럼에도 대출시장이 이례적으로 활성화된 것은 정부 정책이 통화정책 효과를 반감시킨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지난달 은행 가계대출이 1068조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한 가운데, 76.8%에 달하는 약 821조원이 주택담보대출이다. 최근 두달간 늘어난 주담대 잔액만도 13조원에 달하며, 올해 공급된 특례보금자리론 규모는 31조원에 달해 가계부채 확대의 주범으로 지목됐다.

이 때문에 의사록에서 한 금통위원은 "최근 부동산 관련 규제 완화가 가계부채 증가세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며 "금융불균형 완화를 위해서는 거시건전성정책과 통화정책 간 적절한 정책공조(policy mix)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결국 금감원은 은행권 가계대출 실태점검에 들어갔고, 금융위는 올해 초 출시한 정책모기지 공급 축소 등을 검토하기로 했다. 사실상 정책 미스를 인정한 격이나, 이미 '소 잃고 외양간고치기'다. 오히려 정부와 금융당국은 가계부채의 주범으로 50년 만기 주담대와 인터넷은행 등을 가리키며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미 부채가 사상 최대 규모로 불어난 가운데, 고금리 환경이 지속될 수 있단 우려다. 최근 재점화된 '빚투', '영끌' 열풍에 부동산과 주식에 투자한 국민들이 급증했으며, 올 상반기 20대 이하 개인워크아웃 원금 감면자 수가 4654명으로 최근 5년간 최대치를 경신할 만큼 부채리스크가 커진 상황이다.

이제 정부와 당국은 실패를 인정하고 본격적인 대책을 논의할 때다. 다행히 전일 금통위에서 이창용 총재는 가계부채 축소를 위해 금융당국의 '미시정책'을 강조하며, 이에 대한 공감대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 말처럼 이번엔 금융당국과 중앙은행이 디레버리징이라는 같은 곳을 바라보고 움직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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