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한국 경제에 '4高' 먹구름이 몰려온다
[데스크 칼럼] 한국 경제에 '4高' 먹구름이 몰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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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환경이 갈수록 녹록지 않다. 

코로나 팬데믹에 이어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촉발된 '3高(고물가‧고금리‧고환율) 현상'이 해소되기 전에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간 무력충돌 여파로 세계 경제는 '저상장 고착화' 가능성이 한층 높아지고 있다.

우리 경제도 한치 앞도 예단하기 힘들 정도로 불확실성이 커졌다. 국제 유가는 당장 '발등의 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중동 정세 불안이 국제 유가로 전이될 경우 고유가 장기화에 따른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이 전문가들의 예상보다 더 오래‧깊게 지속될 수 있어서다. 반면 또다시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각 국이 꺼내들 수 있는 카드는 옹색할 수밖에 없다.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추가 기준(정책)금리 인상에 나설 수도 있는데, 5회 연속 기준금리 동결 탓에 '사상 최대'로 벌어진 한미 금리차(2%포인트)를 감안할 때 한국 경제가 택할 수 있는 처방은 제한적이다. 

문제는 기준금리 인상을 통해 물가를 잡을 수도 있지만, 기준금리 영향을 받는 시장금리까지 들썩이면서 가계‧기업 이자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 경제가 고금리 장기화의 딜레마에 취약성을 보일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더구나 한국 경제의 3대 주체인 가계·기업·정부가 모두 빚의 늪에 빠져있는 것도 고민거리다. 부채 원인은 제각각이지만, 이 중 한 축이라도 흔들리면 우리 경제 건전성에 치명타가 될 수밖에 없다.

이 가운데 가계 빚은 가장 아픈 손가락이다. 지난 1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9월 기준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1079조8000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4조9000억원 늘며 또다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은행권 기업대출 잔액 역시 지난달 11조3000억원 증가한 1238조2000억원으로 치솟았다. 역대 9월 증가액 기준으로 2009년 6월 통계속보치 작성 이후 가장 큰 폭 증가다.

정부 빚도 사상 처음으로 1100조원을 돌파했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12일 발표한 '월간 재정동향 10월호'(8월말 기준 누계)에 따르면 정부 채무가 전월보다 12조1000억원 늘어나며 1110조원을 기록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경제상황에 대해 미국의 고금리 장기화 전망으로 국내 시장금리가 상승하면서 경기에 부담을 주고 있는데다, 국제유가 상승까지 더할 경우 소비자물가 상승 폭을 키워 소비 여력을 제약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렇다고 내년 경제사정이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실제로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을 올해 1월 2.6%→4월 2.4%→7월 2.4%→10월 2.2% 등 지속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런 전망은 우리나라 주요 수출국인 중국의 경제회복 속도가 기대만큼 빠르지 않는데다 고금리의 장기화에 따른 것이다. 여기에 중동 리스크까지 더해질 경우 수출 전선에도 비상이 걸릴 수밖에 없다. 

기존 3高(고물가‧고금리‧고환율)에다 고(高)유가까지 덮쳐 '4高 현상'이 밀려 올 경우 세계 경제는 휘청일 수밖에 없고, 우리 역시 이런 노도에서 비껴갈 수 없다. 당초 올해 상반기 경제가 저조하더라도, 하반기로 갈수록 경제가 반등할 것이라는 정부의 '상저하고' 경제 전망 역시 잇단 악재에 '상저하저'마저 우려해야 하는 상황으로 돌변했다.

더 우려스러운 점은 우리 경제에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지만, 정부와 정치권의 시선이 내년 4월 총선으로 향해 있다는 점이다. 경각심을 갖고 선제적 대응에 힘써야 할 때다.

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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