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車·LG그룹의 3대째 이어진 동맹, 전기차 사업서 두각
현대車·LG그룹의 3대째 이어진 동맹, 전기차 사업서 두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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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주영·구자경, 전경련 회장단 시절부터 우정
정몽구·구본무, 하이브리드 車 사업협력 초석
정의선·구광모, 배터리 동맹···글로벌 발판 마련
지난 2020년 LG화학 충북 오창공장을 찾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왼쪽)이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지난 2020년 LG화학 충북 오창공장을 찾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왼쪽)이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서울파이낸스 여용준 기자] 현대차그룹과 LG그룹의 자동차 '전장' 동맹이 최근 잦아지고 있다. 선대 회장 시절부터 각별했던 두 그룹 가문의 관계가 대를 이어가며 연대의 폭을 넓히고 있다. 

두 가문의 이 같은 협력은 LG그룹이 전기차 배터리를 중심으로 기업간(B2B) 사업에 집중하면서 완성차 사업을 하는 현대차와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2020년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주요 경영진들은 LG화학 충북 오창 공장을 방문해 구광모 LG 회장과 만났다. 이어 배터리 사업현장을 둘러보고 양사 미래차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어 지난해 3월에는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은 합작 배터리셀 공장인 'HLI그린파워'를 설립했다. 이 공장은 올해 6월 완공했고, 내년부터 배터리셀 생산에 들어간다. 이 배터리셀은 현대차 인도네시아 공장에서 생산되는 전기차에 들어간다. 

올해 5월에는 현대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에서도 전기차 배터리셀 합작 공장을 설립하기로 했다. 이 공장은 2025년부터 연간 약 30만대 분량의 배터리셀을 생산할 예정이다. 양사는 공장 설립을 위해 모두 5조7000억원을 투자키로 했다. 

지난 9월에는 정의선 회장과 구광모 회장이 윤석열 대통령의 아세안 순방에 동행, 인도네시아를 방문한 자리에서 아시아태평양 전기차 배터리 전진기지를 구축하기로 합의했다. 인도네시아는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니켈 매장량이 전 세계의 37%를 차지할 정도로 풍부하다. 

LG그룹에서 현대차와 사업 협력의 최전방에 서 있는 LG에너지솔루션은 현대차그룹의 제조 계열사 외에 최근 금융계열사인 현대캐피탈과도 사업 협력을 체결하기도 했다. 양사는 지난달 31일 국내 최초로 사용 후 배터리의 잔존가치 평가 기술을 활용한 전기차 특화 금융 상품 '배터리 라이프케어(Lifecare)'를 출시했다. 배터리 라이프케어는 현대차의 전기차 제품과 제네시스 GV60, 기아의 전기차 EV6를 리스 혹은 렌트 방식으로 이용하는 소비자에 차량 잔존가치를 높게 설정해 월 납입금 부담을 낮추고, 배터리 관리가 우수한 소비자엔 리워드 혜택을 주는 상품이다.

또 LG전자는 현대차의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 GV80에 차랑용 웹OS 콘텐츠 플랫폼을 적용한 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공급키로 했다고 1일 밝혔다. LG전자가 자사 웹OS를 그간 2억대 가량 판매한 자사 스마트TV에 탑재해왔지만, 차량용으로 탑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제네시스 차량 보조석과 뒷좌석에선 모니터를 통해 TV와 유튜브, 인터넷 등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1987년 2월 제26차 전경련 정기총회에서 18대 회장에 추대된 구자경 회장(왼쪽)이 정주영 전임회장으로부터 축하를 받고 있다. (사진=LG그룹)
1987년 2월 제26차 전국경제인연합회 정기총회에서 18대 회장에 추대된 고 구자경 LG 회장(왼쪽)이 고 정주영 현대 회장으로부터 축하를 받고 있다. (사진=LG그룹)

두 그룹의 협력은 대를 이어 지속되고 있다. 두 그룹의 대를 이은 우정과 협력은 선대 고 정주영 현대 회장과 구자경 LG 회장이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에서 함께 활동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고 정 회장은 1977년부터 역대 최장기간인 10년 동안 전경련 회장을 맡았다. 그 뒤를 이어 1987년 고 구 회장이 새로운 전경련 회장으로 선출됐다. 고 정 회장은 1915년생으로 구 회장보다 10살이 많았지만, 두 사람의 관계는 각별했다. 

고 정 회장은 다음 전경련 회장으로 고 구 회장을 지목하기도 했다. 고 구 회장은 "정 회장과 나는 열 살 정도의 나이 차에도 재계 내에서는 오랫동안 각별하게 지내 온 사이였다"며 "정 회장 사무실이 내가 살던 원서동 집 바로 건너편이었던 지리적 이유도 있었지만, 내가 처음 전경련 모임에 참석했을 때부터 가장 젊은 축에 속했던 그와 자연스럽게 친해졌던 것"이라고 회고했다. 

이런 두 그룹의 인연은 구본무 전 LG 회장과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 때에서도 이어졌다. 두 사람은 2010년 배터리 모듈·팩 제조사인 'HL그린파워'(현 H그린파워)를 설립했다. 현재 현대차와 LG의 전기차 사업 협력에 초석이 된 합작사 설립이었다. 

당시 합작사 설립은 정 전 회장 제안에 고 구 회장이 흔쾌히 응하면서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처음 지분 구조는 현대모비스가 51%, LG화학이 49% 투자했다. 2020년 LG화학의 배터리 사업이 LG에너지솔루션으로 출범하면서 LG에너지솔루션이 HL그린파워의 주주가 됐다. 이어 현대모비스는 이듬해 7월 LG에너지솔루션이 보유한 HL그린파워 지분 전량을 매입했다. 

할아버지와 아버지 세대에서 사업 협력에 이어 현 정의선 회장과 구광모 회장 간 협력도 끈끈하게 이어지고 있다. 특히 현대차와 LG는 사업 영역에서 경쟁관계에 있는 사업이 전혀 없을 만큼 협력 체계를 구축하는데 부담이 없다. 이 가운데 전기차에 대한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양측의 협력은 앞으로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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