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인 매각 불발에···애큐온·한화·HB·조은저축銀 '좌불안석'
상상인 매각 불발에···애큐온·한화·HB·조은저축銀 '좌불안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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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 지난 20일 상상인저축銀 인수중단 발표
저축은행 실적 부진, 연체율 상승 등 매각 장애물
"수도권 저축은행 동시 소유 등 규제 완화 절실"
한 저축은행 영업점 모습. (사진=서울파이낸스DB)
한 저축은행 영업점 모습. (사진=서울파이낸스DB)

[서울파이낸스 정지수 기자] 우리금융그룹의 상상인저축은행 인수 추진이 사실상 무산되면서 매물로 거론되는 나머지 저축은행의 매각 행보에도 비상이 걸렸다. 

애큐온, 한화저축은행 등 다른 저축은행들 역시 실적 부진 등으로 경영권 매각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실적 부진과 연체율 급증 등으로 기업가치가 떨어지면서 인수가격 협상이 쉽지 않은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이런 우려는 상상인저축은행 인수추진 과정에서도 불거졌다. 우리금융지주는 지난 20일 "그룹의 저축은행 부문 경쟁력 강화 방안의 일환으로 상상인저축은행 지분 인수를 검토했지만 인수를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한 달여 만에 인수 계획을 뒤집은 것이다. 

앞서 우리금융지주는 지난달 26일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상상인저축은행 인수합병 추진을 공식화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상상인저축은행의 영업손실이나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 부실 규모 등이 인수 과정에서 최대 장애물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 때문에 우리금융이 삼일회계법인과 실사 자문 계약을 맺은 후 실사 단계에서 상상인저축은행의 수익성과 건전성 문제를 자세히 살펴 보고, 이런 문제 등을 거론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상상인저축은행 인수 무산 사태가 여타 저축은행 인수 과정에서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현재 애큐온·한화·HB·조은저축은행 등이 매물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는데, 현재 업황을 감안하면 녹록지 않다는 게 업계 전반적인 분위기다.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조달비용 급증 등으로 실적이 악화된 데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로 연체율마저 높아지면서 인수기업 입장에선 매력적인 매물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저축은행의 부동산 PF 연체율은 올해 6월 말 기준 4.61%로, 지난 3월보다 0.54%p 상승했다. 수익성도 악화하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저축은행 79곳은 총 962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9년 만에 적자로 전환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금융당국 역시 M&A 활성화를 위한 대책을 내놓았지만,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역부족이라는 게 저축은행 업계 공통적인 반응이다. 금융당국은 지난 7월 '상호저축은행 합병 등 인가 기준 개정 방안'을 통해 동일 대주주가 저축은행을 최대 4곳까지 소유를 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한 바 있다.

저축은행의 재무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민간 시장을 통해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서인데, 대상 지역이 비수도권으로 국한되다 보니, 효과가 미미하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M&A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한 대주주가 지방뿐 아니라 수도권 저축은행도 동시에 소유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저축은행 업계 종사자는 "상상인저축은행 인수합병의 불발은 이미 업계에서는 예견됐던 부분"이라며 "해외투자자나 사모펀드의 형태가 아니면 사실상 저축은행의 인수합병은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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