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상반기 만기 홍콩ELS, 50%가 손실구간 '터치'
내년 상반기 만기 홍콩ELS, 50%가 손실구간 '터치'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납입금액 약 11조1129억원 중 5조5431억원 낙인
여의도 증권가.(사진=박조아 기자)
여의도 증권가.(사진=박조아 기자)

[서울파이낸스 박시형 기자] 내년 1월~6월 만기가 도래하는 홍콩H지수(HSCEI, HangSeng China Enterprise Index) 연계 공모 발행 주가연계증권(ELS) 중 손실 발생 구간(낙인, Knock-in)에 진입한 종목의 납입금액이 5조5000억원 수준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한국예탁원 증권정보포털에 따르면 내년 1월~6월말 만기가 도래하는 홍콩H지수 연계 ELS는 원화발행 상품 1848개에 10조1068억원, 외화발행 상품 243개에 7억7627만달러(약 1조61억원, 환율 1296.06원 적용)가 납입됐다. 

이 중 기초자산이 한 번이라도 하단 배리어 아래로 떨어졌던 종목은 원화발행 762개 종목에서 5조389억원, 외화발행 88개 종목에서 3억8900만달러(약 5042억원)나 된다. 전체 금액의 절반 수준인 49.88%를 차지한다.

하단배리어는 손실 발생 기준선, 흔히 얘기하는 '낙인'이다. 

예를 들어 A라는 ELS 상품의 기준가가 1만포인트(p), 하단배리어가 60으로 설정됐다면 지수가 60% 아래인 6000포인트 이하로 단 한 번만 떨어지더라도 낙인 구간에 진입하게 된다. 

이 때 A상품의 만기 기준비율이 75라면 만기 시 H지수가 7500포인트 위에서 마감할 경우 약속된 이자와 원금을 모두 되돌려받을 수 있다. 하지만 7500포인트 아래라면 지수 하락 정도에 비례해 최대 100%까지 원금손실이 발생한다. 

만기 기준비율과 손실률은 상품별로 달라 현재로서는 실제 손실 금액을 확정하기 어렵다.

증권사별로 보면 원화 발행 상품의 경우 미래에셋증권이 발행한 ELS의 낙인 진입 금액이 9159억원으로 가장 컸다. 이어 한국투자증권 발행 상품이 7947억원, 메리츠증권 7253억원, KB증권 7067억원, 신한투자증권 5941억원, 삼성증권 4621억원, 하나증권 3506억원 등으로 나타났다.

외화 발행 상품의 낙인 진입 금액도 미래에셋증권이 1273만달러(약 1650억원)로 가장 많았고, 이어 신영증권 5456만달러(약 707억원), 교보증권 5345만달러(약 693억원), 신한투자증권 5214만달러(약 676억원), KB증권 4745만달러(약 615억원) 순이었다. 

ELS는 증권사가 설계해 시장에 공급하면 주로 은행이 판매한 뒤 수수료를 받아가는 구조로 돼 있다.

내년 상반기 만기 상품의 약 76%인 8조4100억원어치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을 통해 팔려나갔다. 특히 KB국민은행에서만 4조7726억원어치가 판매돼 가장 큰 손실이 우려되고 있다. 이어 NH농협은행 1조4833억원, 신한은행 1조3766억원, 하나은행 7526억원, 우리은행 249억원 순으로 판매됐다.

절반 가량이 낙인 구간에 진입했음을 고려하면 최대 4조원이 넘는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과 각 은행들은 태스크포스(TF)를 꾸리는 등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다.

금융당국은 해당 상품을 판매한 은행과 증권사 등에 대한 전수조사에 나섰다. 판매 규모가 가장 큰 KB국민은행의 경우 지난 20일부터 현장점검이 진행중이고, 다른 시중은행들도 관련 조사를 받고 있다. 미래에셋·KB증권 등도 조사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27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금융감독원에서 불완전판매 등을 보고 있다"며 "결과에 따라 제도적으로 보완할 필요가 있는지, 소비자보호를 더 할 수 있는 지 등을 조사결과가 나오면 말씀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들은 서둘러 판매중단에 나섰다. NH농협은행은 최근 ELS 상품 판매를 중단하고, 원금 보장이 가능한 주가연계 파생결합사채(ELB)만 판매하기로 했다.

이재근 KB국민은행장은 ELS손실 우려와 관련해 "여러가지로 준비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ELS는 상품 구조가 복잡하고, 가입 절차가 오래 걸리기 때문에 PB가 가입을 권유하기 어렵고, 가입하는 분들도 대부분 상품 이해도가 높은 분들"이라며 "일부에서 투자자가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상태로 판매될 수 있겠지만, 이를 위해 금융사들은 숙려기간을 두고 있고 해피콜 등 후속 조치도 진행하고 있어 무작정 불완전판매로 몰아가는건 억울한 측면이 있다"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