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주주행동주의 '진일보'···내년 본격 행보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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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GI·FCP·트러스톤 등 지배구조 개편 소기 성과 달성
英 행동주의 펀드, 삼성물산 지배구조 개편 요구
제2회 한국기업거버넌스 대상 시상식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이서영 기자)
제2회 한국기업거버넌스 대상 시상식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이서영 기자)

[서울파이낸스 이서영 기자] 내년 정기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행동주의 펀드가 채비에 나서고 있다. 올해 행동주의 펀드의 요구로 일부 기업의 지배구조 개편이 이뤄지면서 가능성을 본 만큼, 내년에는 더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킬 수 있을 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일부 행동주의 펀드는 지배구조 개편에 소기의 성과를 달성했다. 

KCGI자산운용은 앞서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을 약 2% 취득 획득 후,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이사회 분리를 통한 투명한 지배구조 확립 등을 골자로 한 주주서한을 보낸 바 있다.

이후 현 회장은 현대엘리베이터 지난달 17일 임시이사회에 참석해 "최근 사회 전반에 기업 지배구조 선진화에 대한 인식과 요구가 높아지는 가운데 현대엘리베이터도 이사회 중심의 경영이라는 핵심가치에 부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등기이사와 이사회 의장직에서 사임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이사회 중심의 투명하고 책임있는 경영을 강화하고자 하는 선제적 결단"이라며 오는 29일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사외이사 중에서 신임 의장을 선임하기로 했다.

이를 두고 KCGI운용은 "이사회 정상화의 첫 단추"라고 평가했다. 

플래시라이트캐피탈매니지먼트(FCP)는 KT&G에 사장 후보 선임 절차를 개선해달라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고, KT&G는 '연임 의사를 밝힌 현직 사장을 우선 심사할 수 있는 조항(연임우선제)'을 제거했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지난달 한국알콜을 상대로 이사회의사록 열람 및 등가 허가의 소송을 제기했다가, 한국알콜이 이를 받아들이자 소를 취하했다. 

올해 주주행동주의의 투자자 제안이 정기총회에서 통과되는 비율은 약 4배정도 높아졌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통과율이 20.2%로, 2021년 5.5%, 2022년 5.6%에 비해 크게 높아졌다. 또한 2023년 상반기 나라별 주주행동주의 대상기업 수가 미국, 일본에 이어 한국이 3위를 기록했다. 

국내 주주행동주의가 성장할 수 있었던 건 3% 룰이 도입되면서부터다. 한국에선 2021년 감사위원 선출 시 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3% 룰이 도입됐다. 2021년부터 국내에서도 주주행동주의가 강화됐고, 지난해부터는 본격적으로 성과를 달성하기 시작했다. 

내년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연초까지는 행동주의 펀드의 활동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상법상 주주제안 안건은 주주총회 6주 전까지 전달돼야 한다. 정기주주총회가 통상 3월 열리는 점을 고려하면 1월 중순에서 2월 중순까지는 주주서한 등 발송·공개가 이어질 전망이다.

최근 삼성물산 지분 0.62%를 보유하고 있는 영국계 행동주의 펀드 팰리서 캐피탈(Palliser Capital)은 삼성물산의 주가가 저평가되고 있는 상황을 강조하면서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요구 사항은 △5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이사회 다각화 △리더십 강화 △특정사업부문 매각 △지주회사 전환 등이다.

이와 함께 주주행동주의 강화를 위해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내년부터 오너의 경영권 방어 목적의 자사주 처분과 매입에 대한 변화를 촉구하기 위한 캠페인을 벌일 예정이다. 

김규식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국내에서 특이한 것 중에 하나가 경영권 방어 목적으로 자사주를 처분하는 것"이라며 "기업의 경영권도 임기가 있고, 성과가 좋지 않으면 검증과정을 거쳐 연봉을 깎든 책임을 지는 것이 맞는데 경영권 방어 목적으로 회사의 자산이 사용된다. 외국에서는 이러한 경우가 없다"며 변화 촉구를 위해 연초부터 본격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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