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론 50% 손실설'···건설업계 미칠 파장에 긴장감 고조
'브릿지론 50% 손실설'···건설업계 미칠 파장에 긴장감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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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건설사 PF 보증 28조원 규모···브릿지론 부실 관측도
건설사 재무건전성도 악화···지방 중견사 줄도산 사태까지
태영·롯데·GS건설·HDC현산 등 유동성 우려···자구책 '총력'
서울의 한 아파트 건축 공사 현장. (사진=박소다 기자)
서울의 한 아파트 건축 공사 현장. (사진=박소다 기자)

[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브릿지론의 50% 손실' 가능성 전망이 나오자 건설업계엔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부동산PF 관련 잠재위험이 큰 건설업의 경우 수익성과 자산건전성 저하로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관련 신용 위험도 커지면서 건설업계 위기설이 확산하자 일부 건설사들은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17일 한국신용평가(한신평)에 따르면 현대건설, 롯데건설, GS건설, 태영건설(별도), HDC현대산업개발, DL이앤씨, 포스코이앤씨, SK에코플랜트, 호반건설 등 주요 15개 건설사의 합산(도급+정비사업) PF 보증 규모는 2017년 14조6000억원에서  2022년 26조원, 2023년(9월말 기준) 28조원으로 약 6년 새 2배가 늘어났다. 이 가운데 최근 나이스신용평가(나신평)는 고금리 속에 경기 불황이 장기화할 경우 내년 만기가 도래하는 브릿지론 30조원 중 최대 50%는 손실 처리될 수도 있다는 관측을 내놨다. 

2022년말 이후 PF 부실에 따라 대출금리도 급등해 건설사 일부 사업장의 경우 토지 매입을 위해 금리 20%의 브릿지론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건설업계 차환리스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지방 중견 건설사 위주의 현금흐름 저하와 같은 유동성 대응 불확실성도 커졌다. 

최근 토목 및 건축공사 업체 해광건설이 광주지방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한 뒤 지난 13일 만기 도래한 어음을 막지 못해 최종 부도 처리됐다. 이달 1일에는 경남 8위의 중견 건설사인 남명건설이 최종 부도처리됐다. 최근 대주단으로부터 만기 연장을 거부 당한 대구 A사업장은 기한이익상실(EOD) 통보를 받았다. 해당 단지는 이미 입주민이 거주 중인 후분양 단지지만 지난 9월 말 기준 분양률은 22.6%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건설사 신용 위험도 높아졌다. 국내 신평사들은 기업어음 및 단기사채 정기평가 과정에서 건설사 전반의 신용도를 재검토했다. 한신평과 한국기업신용평가(한기평)은 신세계건설에 대해 브릿지 PF의 본 PF 전환 지연 및 PF 우발채무 증가 등을 이유로 무보증사채 등급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다.

상위 건설사들은 2021~2022년 부동산 호황기에 쌓아뒀던 실적으로 버티고는 있지만 몇몇 곳의 경우 자금 건전성에 경고등이 커졌다. 나신평은 '건설산업 현황 및 최근 주요 이슈 점검' 보고서를 통해 태영건설, 롯데건설, GS건설, HDC현대산업개발 4개사를 주요 모니터링 해야 할 건설사로 언급했다. 롯데·태영건설의 경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채무가 절대적으로 과다하며, 이 중 미착공 현장 비중이 높아 부동산 PF 시장 경색이 재차 발생할 경우 재무안정성이 크게 저하될 수 있다고 봤다. 신용보강 제공 사업장의 분양실적, PF우발채무 만기 분산화 정도 등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특히 지난해 말부터 부도설이 불거졌던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재무구조 개선작업) 신청을 검토한다는 소문도 시장 안팎에서 돌고있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재정 건전성에 대한 불안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현재 태영건설의 부동산 PF 대출 보증 규모는 전체 4조5000억원으로 지난 3분기말 기준 유동자산의 2배 수준이며, 자기자본 대비 PF 보증 비율은 324.7%다. 부채비율이 200% 이상이면 재무 건전성이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데 태영건설의 부채비율은 올 9월 말 연결 기준 478.7%에 달한다. 국내 신용평가 3사(한기평·한신평·나신평)는 태영건설 신용등급을 'A'(안정적)에서 'A-'(부정적)로 강등한 바 있다.

GS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은 붕괴사고 관련 행정처분 결정 시기, 수위가 주요 모니터링 요인이다. 최종 영업정지 처분 시에 기존 채무에 대한 기한이익상실과 PF 유동화 증권의 차환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고 봤다. GS건설은 인천 검단아파트 붕괴사고(2023년 4월)로 올해 2분기 재시공에 따른 결산손실 5500억원을 선반영했다. 여기에 기존 도급금액 2773억원과 철거비용, 지연보상금 등을 고려하면 추가 비용은 4000억원을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HDC현대산업개발은 광주 화정동 붕괴(2022년 1월) 사건으로 약 3377억원을 손실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건설사들은 현금 유동성을 확보해 사업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한 자구책 마련에 나선 모습이다. GS건설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100% 자회사인 GS이니마의 소수 지분 매각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분 약 20%를 매각해 1000억원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GS이니마는 해수담수화, 상수도 및 하·폐수 정화 등 수처리 사업을 영위하는 GS건설의 알짜 자회사로 꼽힌다. GS이니마는 올 3분기 누적기준 매출은 3379억원, 순이익은 306억원을 냈다. 전년 대비 매출은 41.6%, 순이익은 126.7% 늘었다.

GS건설 관계자는 "유동성 확보를 위해 GS이니마 일부 지분 매각을 검토하는 단계로 구체적인 내용이 정해지진 않았다"면서 "검단 사태와 관련한 손실 역시 실적에 선반영한 만큼 추가 손실은 크지 않을 것이고 추후 국토부 영업정지 관련해서도 최근 청문절차를 통해 충분히 소명하는 등 관련 대응을 하고 있는 만큼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태영그룹은 지주사인 티와이홀딩스를 통해 태영건설 현금 유동성 확보에 매진하고 있다. 티와이홀딩스는 이달 초 핵심 자회사인 태영인터스트리 지분 전량을 미국계 사모펀드 KKR에 2400억원에 매각했다. 매각 대금은 태영건설 유동성 확보에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그룹 차원에서도 올해 8000억원 이상의 자금이 수혈됐다. 앞으로도 주력사업을 제외한 계열사 및 사업부문 정리는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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