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기업의 '꼼수 가격인상' 소비자들은 한숨만
[데스크 칼럼] 기업의 '꼼수 가격인상' 소비자들은 한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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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길을 걷다 보면 대표 길거리 음식인 붕어빵 파는 곳을 찾아보기 힘들다. 찾더라도 가격을 보면 구매를 머뭇거릴 수밖에 없다. 예전 같으면 1000원짜리 지폐 한장이면 3~4마리를 먹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2000원을 내도 3마리에 만족해야 한다. 3마리 1000원에 판매되는 붕어빵의 경우에는 손가락 크기의 '미니 붕어빵' 뿐이다.

동네 앞 작은 트럭에서 파는 순대는 5000원권을 꺼냈다가 6000원이라 해 외식물가 고공행진을 실감케 한다. 3000원이었는데 식재료비 등 인상으로 두배나 뛴 것이다. 

이렇게 크기나 양은 그대로이거나 줄면서 상대적으로 가격이 높아진 식품은 비단 붕어빵·순대만이 아니다. 마트를 가보면 같은 가격이지만 내용물의 개수나 중량이 줄어든 제품들이 버젓이 팔리고 있다. 일부 기업들이 가격은 그대로 두거나 올리면서 제품 용량을 줄이는 '슈링크플레이션(shrink+inflation)' 꼼수를 부리고 있다.

실제로 한국소비자원의 조사결과  최근 1년간 9개 품목 37개 상품 용량이 실제로 줄어든 것으로 확인했다.

동원F&B는 올해 양반김 중량을 5g에서 4.5g으로 줄였고, 참치 통조림 용량도 100g에서 90g으로 낮췄다. 오비맥주는 지난 4월 카스 맥주 묶음 제품을 한 캔당 기존 375㎖에서 370㎖로 줄였다. 서울우유협동조합은 지난해 9월 유제품 비요뜨 중량을 143g에서 138g으로 줄였다. 오리온은 지난해 9월 초코바 핫브레이크 중량을 50g에서 45g으로 줄였다.

이들은 상품 포장 등에 해당 내용을 기재한 만큼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습관처럼 평소에 같은 식품을 구매하는 구매자들이 얼마나 이 사실을 잘 알고 구매를 결정할지 의문이 든다.

이에 정부에서는 슈링크플레이션 문제 해결을 위해 즉석조리식품·컵라면 등을 단위가격 표시 품목에 추가하고 오프라인 매장에만 적용되는 단위가격 표시를 온라인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제품 포장지의 용량 표시는 '변경 전 용량→변경 후 용량'으로 표기하도록 한다. 소비자에 대한 고지 없이 주요 생필품의 용량을 줄이거나 중요 원재료 함량 비율을 낮추는 경우 '부당한 소비자 거래 행위'로 판단해 과태료를 부과한다.

문제는 정부의 대책이 슈링크플레이션 자체는 억제되겠지만, 나중에 한꺼번에 가격을 올리거나 편법을 써서 실질적으로 가격을 인상하는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과거 이명박 정부가 2008년 고유가와 곡물 가격 급등으로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MB물가지수'를 도입해 물가를 관리했지만 3년 뒤 MB물가지수는 20.42%나 올라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12%)을 훨씬 앞지르기도 했다.

고물가로 삶이 퍽퍽한 소비자들 입장에선 이번 정부의 규제를 환영하는 목소리가 크다. 자유시장경제에서 정부가 기업의 제품 가격에 개입하는 것이 좋은 선례라고는 할 수 없지만 기업들은 소비자들에게 용량, 성분 등의 조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신뢰를 얻을 수 있는 노력을 펼쳐야 한다. 그래야만 정부개입을 최소화하는 명분을 쌓을 수 있다. 

나민수 산업2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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