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銀 '몸값 뛴다'
기업銀 '몸값 뛴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잠재적 인수자 '농협' 가세
독자생존 가능성 배제 못해
 
[서울파이낸스 공인호 기자]<ihkong@seoulfn.com>외환은행과 함께 은행권의 대표적인 인수합병(M&A) 매물로 꼽히고 있는 기업은행에 대한 시중은행들의 러브콜이 쇄도할 것으로 보인다. HSBC의 외환은행 인수 가능성이 높아짐에 기업은행이 M&A 시장의 대체 매물로 급부상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산업은행과 달리 기업은행의 민영화는 아직 대략적인 일정조차 잡히지 않은 데다 민영화에 대한 비판여론이 높아 민영화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도 상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빅뱅 '촉매제'
올 초 이후 은행권에는 외환위기 이후 제2의 '금융빅뱅'에 대한 기대감이 한껏 고조됐었다. 특히 외환은행의 경우 론스타와 HSBC의 매매계약에도 불구하고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으로부터 높은 관심을 받아왔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HSBC의 외환은행 인수에 대한 본격적인 심사에 착수하면서 외환은행의 새 주인에 대한 윤곽이 뚜렷해지는 양상이다.
HSBC의 외환은행 인수는 그러나 '금융빅뱅'의 촉매 역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6월말 기준 HSBC 한국지점의 총자산은 20조원에도 채 못 미친다. 외환은행 총자산 103조원과 합쳐도 업계 중하위권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수준이다.
금융회사의 경쟁력을 가늠할 수 있는 대표적인 지표가 총자산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HSBC와 외환은행의 M&A는 기대 이상의 효과를 창출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이다.
이 때문에 최근 기업은행은 은행권의 대표적인 매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그간 잠재적 인수자로 거론되던 국민·하나은행은 물론 최근에는 농협까지 가세하면서 3파전 양상으로 전개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농협 관계자는 "도심 지역의 취약한 영업망은 기업은행 인수로 해결할 수 있다"며 "정부 역시 정책적 역할을 하고 있는 두 은행의 조합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만약 금융위원회가 밝힌 대로 기업은행의 민영화가 2011년께 이뤄진다면 자본력을 키운 신한은행도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M&A에 정통한 금융권 관계자는 "기업은행은 기업대출 위주의 자산구성과 도매영업에 따른 높은 생산성, 양호한 수익구조로 독자매각이 진행될 경우 매각 프리미엄에 대한 기대감이 높게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민영화 무산 가능성
금융빅뱅에 대한 시장의 기대에도 불구하고 기업은행의 민영화에 대한 정부의 의지는 갈수록 약화되고 있다. 당초 금융당국은 올해부터 우리금융과 기업은행의 소수지분 매각에 착수한다는 방침이었다.
그러나 최근 공기업 민영화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공기업은 물론 우리금융과 기업은행의 민영화 방안마저 갈수록 오리무중에 빠지는 형국이다.
최근에는 중소기업들의 채산성 악화로 인해 기업금융 전문은행인 기업은행을 굳이 민영화할 필요가 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난 12일 국회공기업 특위에서 박영선 민주당 의원은 "현재 국내 중소기업들의 기업은행 대출 비율은 81.6%에 달한다"며 "기업은행 민영화는 중소기업에 대한 배려가 일관적이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홍희덕 민주노동당 의원도 "고유가 및 고환율 등 경제여건이 악화로 시중은행들의 중소기업 대출 축소 가능성 등에 대비해 오히려 중소기업 지원책을 강구해야 한다"며 "지금은 영세 소기업 및 혁신형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할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금융당국은 이같은 지적 때문에 당초 매각 계획을 접고 산업은행 민영화 이후인 2011년 이후로 매각 일정을 미뤘다.
이같은 일련의 흐름은 기업은행의 입장과도 맥을 같이한다.
금융공기업 민영화 방안이 본격화되기 시작한 올 초 이후 기업은행은 줄곧 '중소기업은행'으로서의 역할론을 내세우며 중소기업 지원에 앞장서왔다. 이후 민영화 일정이 늦춰지자 내년 지주사 전환을 통해 독자생존 가능성을 구체화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기업은행은 최근 전략기획부 내 테스크포스팀(TFT)를 구성해 지주사 전환 작업에 돌입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민영화 추진 이전에 지주사 전환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기업은행이 중소기업 특화 금융사로서의 입지를 지속하기 위해선 M&A보다 독자생존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빠르고 깊이 있는 금융경제뉴스' 서울파이낸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