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리 인상 종료 공식화···'2%대 물가' 확인 때까지 고금리 유지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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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연속 동결, 추가 인상 필요성 삭제···6개월 내 인하 가능성도 부인
금리인하 시점, 빨라야 올 하반기···물가 둔화속도, 美 연준 등 변수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현재 기준에서는 적어도 6개월 이상은 기준금리 인하를 예측하기 어려울 것 같다."

올해 첫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창용 한은 총재가 금통위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 등장했던 '충분히 장기간'이란 표현에 대해 사견임을 전제로 답변한 내용이다. 해당 발언으로 시장내 확산됐던 금리인하 기대감은 단숨에 일소됐다.

특히 최근 불거진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조기인하 기대감에도, 한은은 차별화를 선언하는 등 시장의 금리인하 기대감을 원천차단했다. 현재의 고금리 수준을 장기간 끌고 갈 것이라 강력히 선포한 셈이다.

◇1년째 동결에 추가 인상 여지 소멸···고금리 장기화 강화

11일 한은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통해 기준금리를 기존 연 3.5%에서 만장일치 동결했다. 지난해 2월 이후 1년째 금리가 동결이다.

앞서 진행된 설문조사에서 시장전문가 98%가 금리동결을 예상했던 만큼, 예상과도 부합한다는 반응이다.

주목할 점은 금통위 통방문에서 '추가 인상의 필요성을 판단'이라는 문구가 사라졌다는 점이다. 또한 지난 금통위 당시 금통위원 6명 중 4명이 최종금리 수준을 3.75%까지 열어둬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번 금통위에선 전원이 3.5%를 제시했다. 시장에서는 실질적으로 한은의 긴축이 끝났다고 판단하고 있다.

반면 고금리 장기화에 대한 강력한 의지는 강화됐다. 지난해 11월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등장한 '긴축 기조를 충분히 장기간 지속'이란 문구가, 이번 통방문에서도 유지된 게 대표적이다. 당시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기존 '긴축기조를 상당기간 지속'이란 문구가 '긴축 기조를 충분히 장기간 지속'으로 대체됐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섣불리 금리인하에 나설 경우 물가상승률이 반등할 수 있고, 금리인하가 경기를 부양하는 효과보다 부동산 가격 상승 기대를 자극하는 등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며 "물가가 목표수준으로 수렴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까지 통화긴축 기조를 충분히 장기간 지속함으로써, 물가안정을 이뤄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단호한 금통위, 시장내 금리인하 기대감 원천 차단

이번 금통위에 대해 시장은 현재 한은의 입장과 향후 방향성을 명확히 가늠할 수 있었던 회의였다고 평가하고 있다.

앞서 시장에서는 이번 금통위에서 금리인하에 대한 힌트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다. 미 연준의 조기인하 가능성이 가시화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준은 금리인하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음을 밝혔으며, 점도표를 통해 올해 3차례 인하 가능성(0.75%p)을 시사한 바 있다. 이후 공개된 의사록 등을 통해 일부 조정됐지만 여전히 시장에선 연준의 금리인하 시점을 내년 3월(페드워치 기준 67.1%)로 보고 있으며, 내년 6차례 인하(1.5%p)를 반영하고 있다.

이에 한은 금통위 역시 금리인하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왔고, 연초 국고채 3년물과 10년물 금리가 3.1%대까지 떨어지는 하락세를 보이기도 있다.

다만 이 총재는 올해 신년사를 통해 "대부분의 중앙은행들이 고물가에 대응해 한 방향으로 달려온 지난해와 달리, 올해 주요국의 금리인상 사이클이 마무리되는 가운데 나라별로 정책이 차별화될 것"이라며, 연준과의 통화정책 차별화를 시사한 바 있다.

물가상승률의 둔화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10월 3.8%까지 반등했던 물가상승률이 국제유가가 안정화되면서 12월 3.2%까지 둔화됐기 때문이다. 한은은 올해 상반기 중 3%대 물가가 유지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시장에선 더 빠르게 둔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밖에 최근 태영건설 워크아웃 이슈로 확산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 역시 인하 가능성을 지지했다. 금리 인상 후 동결 기간이 길어짐에 따른 부작용이 부동산 PF나 가계·기업 신용 등 취약한 부분을 중심으로 파급되고 있었다.

그럼에도 한은 금통위의 태도는 단호했다. 금통위원 전원이 향후 3개월 내 금리인하를 언급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평가했으며, 최근 불거진 PF 리스크에 대해 이 총재는 "시장안정성을 저해한다는 판단이 들 때에 한해서만 대응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나아가 부진한 소비에 대해서도 회복된 반도체 수출이 이를 대체하고 있다고 강조하는 등 금리인하 가능성을 차단했다.

안재균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기자회견에서 주목할 점은 부동산 PF 부실 문제와 성장 및 물가 경로 대한 판단 변화"라며 "한은은 두 가지 모두 통화정책 기조를 변화시킬 요인이 아님을 강조했다. 통화정책적 변화가 아직 필요 없음을 시사한 만큼, 상반기 인하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했다.

◇금리인하 시점은···"2% 목표 물가 확인 필요, 3분기 유력"

그렇다면 한은의 금리인하 시점은 언제일까? 현재 다수의 시장 관계자들은 오는 3분기를 예상하고 있다. 수출 개선에 가려졌지만 고금리 영향에 내수 부진이 나타나고 있는데다 미 연준의 본격적인 금리 인하에 나설 경우 한은 역시 금리 인하를 논의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다.

특히 물가 둔화와 PF 리스크 등으로 추가 인상 가능성이 낮아진 가운데, 하반기 들어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에 근접할수록 금리인하 시점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고 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이번 금통위에서 이 총재는 금리인하까지 적어도 6개월이 필요할 것이며, 부동산 PF 우려가 시스템 리스크로 확산될 가능성은 적다고 평가했다"며 "꾸준히 언급한 금리인하 조건은 2%대의 물가 확인이다. 상반기 중 2%대 물가가 확인될 수 있지만, 추세적 둔화가 아닌 만큼 인하시기는 3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한은이 금리를 1회 인하하는데 그칠 것이고 그 시점은 7월로 전망했다.

김 연구원은 "지정학적 리스크 등 경제 관련 불확실성이 감소하면서 인상 가능성은 계속 줄었지만, 인하 시그널은 부재하다"며 "물가에 대한 불확실성은 여전하지만 경기 불확실성이 작아진 점은 경기 부양 차원의 정책 전환 필요성을 낮춘다. 상반기까지 금리 동결을 전망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상반기 중 금리가 인하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신얼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오는 4월 한은이 금리 인하 시그널을 보일 것이며, 5월 금리를 내릴 것으로 예상했다.

신 연구원은 "한은은 태영 사태가 시스템 리스크로 확산될 가능성을 단호하게 부인했으며, (금리 인하시) 부동산 가격을 재상승시키는 등 부작용에 대한 경계심도 나타냈다"며 "다만 수출 회복세에 의한 경기 확장 국면은 1분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물가와 경기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2분기부터 정책 전환이 나타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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