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더리움 가격 뛰어···'다음 주자' 기대감 반영
"대대적인 옥석 가리기···투자 위험에 주의 필요"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10일(현지시간)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의 거래소 상장과 거래를 승인하면서 가상자산이 제도권 금융시장에 발을 들이게 됐다. 지금까지 초고위험자산으로 분류됐던 비트코인이 제도권 내로 진입하는 셈이다.
비트코인에 대한 개인투자자와 기관의 접근성이 좋아진 데다 인식 변화가 이뤄지면서 가상자산 시장으로 전통 자본의 유입이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승인 소식 이후 코인 시장은 요동치고 있다. 호재가 터진 비트코인은 비교적 잠잠한 반면, 현물 ETF에 대한 기대감이 선반영되면서 이더리움 가격이 되레 크게 뛰는 모습이다.
11일 가상자산 시황 중계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오후 3시15분 기준 비트코인은 24시간 전 대비 0.46% 내린 4만5761달러에 거래 중이다. 반대로 이더리움 가격은 크게 상승하고 있다. 같은 시간 이더리움은 8.55% 뛴 2583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이미 시장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을 예상했던 만큼, 앞서 가격에 기대감이 선반영된 비트코인보다 현물 ETF 다음 주자로 여겨지는 이더리움으로 투자자들의 발길이 옮겨간 것으로 풀이된다.
SEC는 이날 성명을 통해 그레이스케일과 비트와이즈, 해시덱스 등 앞서 상장을 신청한 11개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했다고 발표했다. 승인 결정에 따라 총 11개의 BTC 현물 ETF는 11일부터 미국 증시에서 본격 거래될 예정이다.
현재 블랙록·아크인베스트먼트·인베스코 등이 이더리움 현물 ETF 승인을 신청한 상태로, 이에 대해 SEC는 5월부터 승인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임민호 신영증권 연구원은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발표 직후 시장에서 가상자산 가격은 알트코인 중심으로 반등하고 있다"며 "단기간 이더리움 중심으로 수급이 전환될 가능성이 높은데, 이더리움은 비트코인 대비 상대적 가격 메리트와 5월까지 이더리움 현물 ETF 승인 기대감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김지원 KB증권 연구원은 "승인 발표 이후 이더리움과 알트코인들이 강세 전환한 것은 현물 ETF 승인을 대기 중인 이더리움으로 기대감이 옮겨갔기 때문"이라며 "겐슬러 위원장이 이번 승인에 대해 다른 암호화폐에 대한 SEC의 견해에 어떠한 시그널도 주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으나 시장 참여자들의 기대는 선반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는 비트코인 현물 ETF의 승인을 계기로 비트코인의 쓰임새가 확장하면서 그 파급효과가 가상자산 생태계에도 크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 전체 규모가 커질 것이란 얘기다. 다만 ETF가 승인된 자산과 그렇지 않은 자산 간 격차는 더욱 벌어질 전망이다.
김 연구원은 "BTC 현물 ETF 승인으로 적절한 규제를 통한 투자자 보호를 기대해 볼 수 있다"며 "선물 ETF와 다르게 기초자산인 비트코인을 실제로 구입·보유해야 한다는 점에서 가상자산 시장으로 전통 자본의 유입이 본격화됨을 의미하며, 비트코인이 자산배분을 위한 투자 가능한 자산군의 하나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코빗리서치센터는 '2024년 가상자산 시장 전망 보고서'를 통해 "이더리움 현물 ETF는 올해 상반기에 승인될 것"이라면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현물 ETF 상장을 통해 제도권 자금의 유입경로가 확보될 경우 가상자산 시가총액 성장률은 2023년 수준을 능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어 "제도권 기관 자금이 유입되면 ETF가 승인된 자산과 그렇지 않은 자산 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생길 가능성이 있어 대대적인 옥석 가리기 현장이 벌어질 수 있다"고 짚었다.
비트코인 투자 장벽이 낮아졌지만, 여전히 수많은 위험성에 대한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여전하다.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은 이날 성명에서 해당 판결을 언급하며 "(이번 결정이) 비트코인을 보증하지는 않는다"며 "투자자들은 비트코인 및 암호화폐와 연계된 상품의 위험성에 계속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