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올해 최대어 '압구정' 재건축···부동산 침체기 사업 문제 없나
[초점] 올해 최대어 '압구정' 재건축···부동산 침체기 사업 문제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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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T신설·임원진 방문·하이엔드 브랜드 앞세워 수주 경쟁 치열
그러나 집값 하락하면 높은 분양가에 청약 흥행 장담할 수 없어
3구역 예상 공사비만 6조원···한 회사 단독 공사 가능한지도 봐야
재건축 사업이 추진중인 압구정3구역의 현대아파트 단지. (사진=네이버)
재건축 사업이 추진중인 압구정3구역의 현대아파트 단지. (사진=네이버)

[서울파이낸스 박소다 기자] 올해 재건축 최대어로 손꼽히는 압구정 아파트 단지의 시공사 선정이 하반기로 예정된 가운데 연초부터 대형 건설사들의 물밑 경쟁이 치열하다. 그러나 최근 높은 분양가에 청약 시장이 시들한 데다가 압구정 재건축의 사업지 규모가 워낙 크다 보니 시공사로 선정돼도 산적한 과제들은 남아 있다.

25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압구정 재건축 사업은 서울 강남 압구정 현대아파트 지구를 6개 구역으로 나눠 재건축을 진행하는 사업으로 각 구역별로 △1구역 1233세대 △2구역 1924세대 △3구역 3946세대 △4구역 1341세대 △5구역 1232세대 △6구역 672세대 등 총 1만466가구로 구성돼 있다. 특히 3구역(현대 1~7차·현대 10·13·14차·대림빌라트)은 대형 평형 비중이 높고 일반분양 1084가구를 확보, 높은 수익성이 예정돼있어 시공사 선정 경쟁이 가장 치열할 전망이다.

현대건설의 경우 지난달 조직개편을 하며 도시정비영업실 산하에 각 분야 전문가 그룹으로 구성된 '압구정TFT' 신설했다. 회사 관계자는 2~5구역 중에선 최소 3개 구역 이상 수주하는 것이 1차 목표라고 밝혔다.

삼성물산도 국내외서 초고층 빌딩 준공 경험을 다수 가지고 있어 압구정현대 재건축 사업에도 맞는 기술과 주거 모델을 보유 중이다. 취재에 따르면 삼성물산 건축주택총괄 부사장이 최근 2·3구역을 방문하는 등 적극적인 관심을 표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DL이앤씨는 하이엔드 브랜드인 '아크로'를 앞세울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이앤씨와 롯데건설도 하이엔드 브랜드인 '오티에르'와 '르엘'을 내세우고 국내 초고층건물 시공 실적을 바탕으로 수주전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치열한 물밑 경쟁 상황에도 재건축 사업이 원활히 진행되려면 아직 시장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장 큰 문제는 전국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집값으로, 이는 강남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집값이 하락세로 돌아서면 공사비 갈등이 빈번하게 발생할 수밖에 없고, 청약 흥행 여부도 장담할 수 없게 된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1월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현재와 비교한 1년 후 집값 전망을 의미하는 주택가격전망이 4개월 연속 떨어지고 있다. 최근 정부가 재건축 완화 대책을 파격적으로 내놓았지만 재건축이 예정된 구축 아파트들의 집값 하락세를 멈추진 못했다. 지난해 65억원에 거래된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160㎡는 이번 달 12억원 하락한 52억원에 거래됐다. 또다른 재건축 대어로 불리는 잠실주공5단지도 한달 새 4~5억씩 주저앉은 모습이다.

하락하는 집값과는 반대로 분양가는 치솟고 있다. 지난달 기준 서울 아파트 1㎡당 평균 분양가는 1059만원, 3.3㎡ 기준 3494만7000원으로 전년 동기(2977만9000원) 대비 17.36% 올랐다. 강남3구에선 서울 반포동의 신반포15차 재건축 사업인 '래미안 원펜타스'는 오는 4월 중 분양(후분양)에 나설 예정인데, 현재 3.3㎡당 8000만원~1억원이 예상되고 있다.

특히 강남3구는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고 있어 분양가를 조금이라도 높게 받기 위해 '후분양'을 선택하는 추세인데, 올해 강남3구 총 16개 단지에서 분양에 나서는 1만8792가구 대부분이 후분양제이다. 그러나 후분양으로 돌린 최근 단지들이 계속되는 부동산 침체 속 대부분 'n차 무순위 청약'을 접수하는 등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이는 아파트 청약에 당첨돼도 과거처럼 시세 차익 등의 실익을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으로 보인다.

권대중 서강대학교 교수는 "조합이 아닌 일반분양의 경우 최소 자기자본 30억 안팎을 보유해야만 강남 신축아파트의 수요자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며 "고금리 기조와 대출 규제 강화로 아무리 강남권에 현금보유자가 많다해도 주거 이동이 쉽지 않은 상황일 것"이라고 했다.

공사비 상승에 따른 조합과 시공사 간의 갈등도 사업 추진을 더디게 할 요소로 작용된다. 원자재·인건비 인상에 이어 압구정 재건축 사업의 경우 초고층 건설과 하이엔드 브랜드에 따른 높은 공사비가 예상되고 있다. 앞으론 비가 오는 날엔 콘크리트 타설이 불가능해 골조 공사가 길어질 가능성이 높아졌고, 친환경 건축물 인증과 층간 소음 기준에도 적합하지 않으면 보강공사도 필요하다. 특히 압구정3구역에서 '희림건축 사태' 전적이 있는 만큼 서울시가 대안설계나 설계변경을 허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 공사비 협의가 녹록지 않다는 부분도 걸림돌이다.

실제로 현재 서울 서초구 방배삼익 재건축 (DL이앤씨 시공)·송파구 신천동 잠실 진주아파트 재건축(삼성물산·HDC현대산업개발 시공) 사업에선 금리 인상과 원자잿 값 상승 등을 이유로 조합과 시공사 간 갈등을 빚고 있다. 노원구 '상계주공5단지' 조합도 분담금이 높다는 이유로 지난해 11월 GS건설 시공사 지위를 박탈했다. 현대건설은 최근 서울 은평구 대조동 대조1구역 주택재개발 공사를 지난 1일 전면 중단했다. 대조1구역 조합으로부터 1800억원가량의 공사비를 받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권 교수는 "일반 분양가를 최고로 높게 받아도 조합원들은 이미 수억원대의 재건축 분담금을 내야 하는데, 여기에 공기연장 등으로 추가 분담금이 늘어난다면 시공사와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다른 부동산업계 관계자도 "3구역의 예상 공사비만 6조원 수준인데, 공사비 3조원대 수준인 둔촌주공 재건축도 대형 건설사 4개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공사를 수행했다"며 "한 건설사가 3구역을 시공하는 것이 가능한지도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재건축 규제 완화로 용적률을 크게 올려 사업성은 좋아졌지만, 그만큼 서울시에 기부채납해야 할 기반시설 조성 등도 협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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