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주식 투자자들은 언제쯤 웃을 수 있을까
[데스크 칼럼] 주식 투자자들은 언제쯤 웃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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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주식 한다는 지인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얘기가 "미장이 답이다"라는 말이다. 올해 들어 코스피 지수는 계속 하락하는 반면 미국 증시는 사상 최고점을 경신하는 모습에 많은 아쉬움이 담긴 것이다.

실제로 해외주식, 특히 미국 주식으로 옮긴 사람들도 상당수다. 

지난 2020년 8월 '서학개미'라는 단어가 언론을 통해 알려질 즈음 한국예탁결제원에 보관된 외화 주식은 231억9660만달러 규모였다. 3년여가 지난 올해 1월 25일에는 666억1748만달러로 2.87배나 늘었다.

같은 기간 다우지수는 33.83%, 나스닥은 31.72%, S&P500지수는 33.83% 상승했다.

우리나라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애플(50.47%)과 엔비디아(360.72%)의 주가는 훨씬 큰 폭으로 올랐다. 테슬라(10.00%)가 조금 아쉽긴 하지만 지난해 말로 계산해 보면 수익률은 49.59% 수준이다.

그럼 이 기간 코스피는 얼마나 올랐을까? 고작 7.45%다. 물론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3000을 넘는 등 급등한 구간이 있긴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이만큼만 올랐다.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결국 서학개미가 옳았다는 말이다.

이 때문에 최근 시장에서는 행동주의 펀드들을 필두로 개인투자자들까지 모두 포함하는 주주권익 개선이 필요하다는 불만이 이어져 시끌시끌하다.

싱가포르계 행동주의펀드인 플래시라이트파트너스(FCP)는 최근 KT&G 사외이사들이 전·현직 사장의 자사주 편법 활용을 제대로 감시 하지 못했다며 감사위원회 위원장 앞으로 1조원대 소 제기 청구서를 보냈다.

KCGI자산운용은 현대엘리베이터에 기존 취득한 자사주 소각을 요구했고,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은 국내 은행계열 금융지주 7곳에 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 정책을 요구하고 있다.

이 같은 압박은 기업의 행동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상장사들의 자사주 소각 규모가 전년대비 30% 이상 늘어난 것이다.

신한지주는 3859억원어치 자사주를 소각했다. 셀트리온은 2022년 2533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취득하는 등 최근 2년간 1조1393억원어치를 취득했다.

다만 여전히 많은 기업이 본인만 살기 위한 '사다리 걷어차기'를 이어가고 있다.

국내 증시가 성장하려면 나스닥처럼 첨단·고성장 기업들이 시가총액 상위로 올라와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기술이 필요한 대기업들이 '투자'라는 명목으로 발을 걸쳐두고 지배력을 행사하거나 필요한 기술만 빼낸 뒤 투자금을 회수하는 방식으로 버려 버리기 일쑤다.

이와 함께 최대주주만을 위한 사업 분할도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다.

구글은 대표 사업인 검색서비스 외에도 유튜브, 안드로이드, 광고, 벤처스 등 다양한 사업을 벌이고 있지만 상장된 곳은 구글(알파벳) 하나뿐이다. 애플이나 아마존 등도 대표기업 한 곳만 상장했다.

모두 국내 증시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는 요인들이다. 시장이나 투자자에게 아무리 유리한 정책이 나온다 하더라도 결국 기업이 변하지 않으면 국내 증시는 도태될 수밖에 없다.

최근 만난 박병창 교보증권 이사는 "이대로라면 국내 증시는 아무도 투자하지 않는 시장이 돼 말라죽을 수밖에 없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러면서도 "그래도 최근 주주권익 개선을 위한 움직임들이 이어지고 있어서 우리 세대가 좀 고생하면 다음 세대에서는 웃으면서 투자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고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뒤처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우리 증시도 분명 발전하고 있을 거라 믿는다. 수년, 수십년이 흐른 후 "그 때 그렇게 고생했는데 지금은 이렇게 성장했네"라면서 웃을 수 있길 필자도 함께 기대해 본다.

박시형 증권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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