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홍콩ELS 자율배상" 압박에···은행권, 배상비율 책정 '골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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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배상 비율 30% 관측···당국 압박에 '최소 50%' 고민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투자자들이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피해 보상 등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투자자들이 지난달 19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피해 보상 등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상품 판매사 실태점검에 나선 금융당국이 불완전판매를 공식 확인하면서 손해를 본 투자자들에 대한 배상안 마련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관건은 원금 손실액의 어느 범위까지를 배상해주느냐인데, 최근 금융당국이 판매 금융회사들을 향해 압박성 발언을 내놓고 있어 50%까지 배상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스러운 분위기가 업계 내부에서 감지된다.

5일 금융당국과 업계 등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8일부터 홍콩H지수 ELS 주요 판매사인 KB국민·신한·하나·NH농협·SC제일 등 은행 5곳과 한국투자·미래에셋·삼성·KB·NH투자·키움·신한투자 등 증권사 7곳을 대상으로 ELS 불완전판매 관련 현장조사를 벌이고 있다.

홍콩H지수 ELS 상품은 통상 가입 후 3년 뒤 만기가 됐을 때 H지수가 가입 당시의 70%를 넘으면 원금과 이자를 받을 수 있지만 70% 밑으로 떨어지면 하락한 만큼 원금 손실이 발생하는 초고위험 파생상품이다.

은행, 증권사 등 금융사들은 홍콩H지수가 1만2000대를 기록하던 2021년 연계 ELS 상품을 다수 판매했는데, 중국경기 부진 등의 영향으로 H지수가 5200대까지 떨어지면서 대규모 투자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

판매액 중 올해에만 15조4000억원, 상반기에만 10조2000억원의 홍콩H지수 ELS 만기가 도래하는데, H지수가 큰 폭으로 반등하지 못할 경우 전체 손실액은 7조원까지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이달 2일까지 만기가 돌아온 H지수 ELS 규모는 총 7061억원으로, 이 중 고객이 돌려받은 돈(상환액)은 3313억원뿐이다. 평균 손실률은 53.1%다.

이런 가운데 이번 현장조사를 통해 판매사들의 불완전판매 사례를 다수 발견한 만큼 배상절차에 돌입해야 한다는 게 금융당국의 입장이다. 금감원은 설 연휴 이후 현장조사를 마무리한 후 이달 안으로 판매사례 유형화 및 책임분담 기준 마련 작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금감원이 배상비율 등 기준을 마련할 예정이지만 시간이 소요될 수 있는 만큼 현장조사에서 불완전판매가 확인된 금융사는 각자 자율배상안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오전 여의도 금감원 본원에서 진행한 '2024년 금감원 업무계획 브리핑'을 통해 "유의미한 위법 사례가 꽤 있다"며 "불법과 합법을 떠나 금융권 자체 배상이 필요하다고 보는데 이쪽(고객)이 바라는 게 100이고, 저쪽(금융기관)이 원하는 게 50이라면 50이라도 먼저 수용하는 것이 어려운 경제 상황 속에서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홍콩H지수 ELS를 많이 판매한 은행권에서는 애초 지난 DLF(국채금리 연계 파생결한펀드), 라임펀드 사태 때와 달리 이번 홍콩ELS 사태는 불완전판매 이슈와 무관할 것으로 보고, 배상비율을 평균 30% 수준으로 보고 있었다. 이는 지난 2019년 DLF·라임펀드에 대해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가 결정했던 배상비율 40~80%을 하회하는 수준이다.

앞서 금감원 분조위는 DLF·라임펀드 상품의 위험성에 대해 설명하지 않은 경우 원금 손실액의 40%를, 고령의 치매환자에게 상품을 판매한 경우 손실액의 80%를 판매사가 배상하도록 결정한 바 있다.

분조위가 이같은 결정을 내렸던 때는 2019년으로, 이후 2021년 3월 고위험 상품을 판매할 때 투자자에게 상품의 위험성을 의무적으로 고지해야 하는 내용의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이 시행되면서 홍콩H지수 판매 과정에서는 불완전판매가 없었다는 게 은행들의 주장이었다.

그러나 최근 금융당국에서 홍콩ELS 재가입 투자자에게 다시 상품의 위험성을 고지했어야 했다는 등 보다 까다로운 불완전판매 기준을 적용할 것을 시사하면서 은행권은 배상비율을 대폭 높여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최근 금융당국에서 강경발언을 하기 전까지는 (원금 손실액의) 최대 30% 수준이면 많이 배상해주는 것이란 분위기가 업계에 있었다"면서 "당국 수장의 최근 발언이 배상비율을 최소 50%까지는 해줘야 한다는 메시지로 읽히고 있어서 혼란스러운 상태"라고 말했다.

또다른 은행 관계자는 "이달 금감원에서 조사결과와 책임분담 기준을 마련하면 은행들도 그걸 기반으로 자율배상안을 마련하게 될텐데, 총선 전까지 결과를 내놔야 한다면 3월 중에는 배상비율이 나와야 할 것"이라며 "판매 유형별로 케이스도 너무 다른 데다 배상비율에 만족하지 못한 고객들과 또다른 분쟁을 해야 한다는 부담이 커서 고민이 많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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