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보고서 결과 검토 후 중단 여부 판단"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금융소비자 보호 조치"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NH농협은행과 하나은행에 이어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도 주가연계증권(ELS) 상품 판매를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홍콩H지수 연계 ELS 상품에서 수천억원대 손실이 발생한 가운데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한 조치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홍콩H지수 연계 ELS 상품 최다 판매사 KB국민은행은 이날 오후 모든 ELS 상품 판매를 전면 중단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상황을 고려해 ELS 상품 판매를 잠정 중단하기로 결정했다"며 "향후 시장 안정성과 소비자 선택권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매 재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신한은행도 이날 오후 비예금상품위원회를 열고 오는 5일부터 ELS(ELT·ELF) 판매를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ELT·ELF의 기초자산으로 주로 편입되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유로스톡스(EuroStoxx)50, 닛케이(Nikkei)225 등 주요 주가지수가 최근 10년간 최고점을 형성하면서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능동적 관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하나은행은 지난 29일 비예금상품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ELS 상품 취급을 잠정 중단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상황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 후 비예금상품위원회 승인을 얻어 판매를 재개할 것"이라고 했다.
농협은행은 이미 지난해 10월부터 원금 비보장형 ELS를 취급하지 않아 사실상 현재 ELS 전면 판매가 정지된 상태다. 현재는 원금이 보장되는 ELB(파생결합사채)만 판매 중이다.
우리은행도 리테일 부문에서의 ELS 판매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현재 우리금융연구소에 닛케이225 지수 관련 연구용역을 의뢰한 상황으로, 보고서 결과에 따라 (중단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권이 잇따라 ELS 상품 판매를 중단한 것은 최근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 상품에서 대규모 손실이 난 데 따른다. 이달 26일 기준 국민·신한·하나·농협 등 4대 은행 등에서 판매한 홍콩H지수 ELS 만기 손실액은 3121억원으로 집계됐다. 확정 만기 손실률은 53% 수준으로 원금이 반토막 난 상태다. 은행별로 보면 국민은행이 전체 판매금액 15조9000억원의 절반이 넘는 8조원을 팔았고 신한은행(2조4000억원), NH농협은행(2조2000억원), 하나은행(2조원) 등의 순이다.
금융당국도 은행권의 ELS 판매 중단을 시사했다. 앞서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29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은행권의 ELS 판매를 중단해야 한다'는 정무위원 지적에 "상당 부분 개인적으로 공감한다"며 "금융감독원의 검사 결과가 나오면 관련 제도 개선을 검토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고위험상품이라도 구조가 간단하거나 복잡한 것도 있어 어떤 창구에서 하는 게 소비자 보호 실질에 맞는지 이번 기회에 고민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