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V르웨스트' '백운호수 푸르지오' 등 고가에도 수요는 넘쳐
'노인 천만 시대' 수요 급증에···"다양한 형태 주택 공급 필요"
[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노인인구 1000만 시대에 돌입과 함께 초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20% 이상) 진입을 앞두고 시니어 주거 시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유사 이래 가장 부유하다는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 세대 은퇴가 본격화한 데다 액티브 시니어 출현 등으로 확장일로를 걷는 시장에 맞춰 업계도 고급화 전략을 펼치며 시장 선점 경쟁을 위해 본격 나섰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건설사 및 개발 시행 업체들은 미래의 먹거리로 시니어 주거 산업에 눈을 돌리고 있다.
국내 1위 PM(건설사업관리)기업 한미글로벌의 자회사 한미글로벌디앤아이는 내년 3월 중위소득 노년층을 대상으로 서울 송파구 장지동에 총 115가구 규모의 시니어 주택(유료 노인복지주택) '위례 심포니아'를 공급할 계획이다. 회사는 올 6월 모델하우스를 열고 본격적으로 입주자를 모집한다.
지난 6일 한미글로벌이 개최한 '시니어 주택 개발 및 운영' 세미나에서 최덕배 한미글로벌디앤아이 전무는 "시니어 주택은 중상위 계층을 대상으로 우수한 입지에서 개발되고 있다"며 "일본과 미국 등 해외 선진국도 도심과 같이 교통이 좋은 곳에 있으면서 시니어 특성에 따라 주거, 의료, 커뮤니티 등 종합 주거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세계적 흐름"이라고 강조했다.
신세계그룹의 부동산 개발업체 신세계프라퍼티는 지난해 창립 10주년을 맞아 시니어 주거공간 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현재 경기 하남시를 시니어 주택 개발지 후보로 삼아, 시니어 레지던스 개발 인력을 채용 중이다.
이처럼 업계가 시니어 주거시설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수요에 비해 공급량이 턱없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이를 방증하듯 최근 계약을 진행했거나 진행 중인 고가의 시니어 주택에는 많은 수요자들이 몰리고 있다.
가장 주목 받는 곳은 롯데건설이 서울 강서구 마곡동에 공급하는 시니어 주택 'LV르웨스트'다. 보증금과 월 임대료를 내는 월세 방식인 '표준형'의 경우 최고 보증금이 18억원(149㎡ 기준), 월 임대료 등 생활비가 500만원 이상의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총 810가구 대부분 임대계약이 완료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디벨로퍼사 엠디엠 그룹과 대우건설이 경기 의왕시 의왕백운밸리에 선보인 '백운호수 푸르지오 숲속의 아침'(이하 백운호수 푸르지오)의 실버타운 '스위트'(전용 61㎡·84㎡ 총 536가구)도 인기를 끌었다. 스위트의 임대 보증금은 61㎡ 5억4500만~5억9100만원, 84㎡ 6억8300만~7억9400만원 수준이며, 매달 고정 관리비로 최소 190만원에서 최대 320만원까지 지불해야 한다. 역시 가격이 만만치 않지만, 해당 단지는 앞서 2단지 211가구 계약을 이미 완료했고, 현재 1단지 325가구 선착순 계약을 진행 중이다. 1단지 선착순 계약도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과거 지어진 시니어 주택 수요도 넘쳐 사실상 돈이 있어도 당장 입주를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경기 용인시 '삼성노블카운티'와 서울 광진구 '더클래식 500' 등 수도권 지역 내 고급 실버타운은 대형 평수 기준 보증금만 10억원 이상이지만 공실이 거의 없는 것은 물론이고 입소 대기 기간만 최장 3년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건설업계가 수요가 넘쳐나는 '캐시카우(수익창출원)' 시장 선점에 나선 것인데, 시니어 주택 공급이 업계의 주목 받는 이유는 또 있다. 노인복지주택은 건축물의 용도가 사회복지시설로 분류돼 주택 개발이 어려운 그린벨트 등 자연녹지 안에서도 상대적으로 쉽게 건축이 허용되기 때문이다. 실제 백운호수 푸르지오가 들어서는 경기 의왕시 의왕백운밸리 부지는 과거 그린벨트로 묶여 아파트 개발이 제한된 곳이었다. 특히 자연녹지의 경우 택지에 비해 훨씬 저렴해 사업성을 확보할 수 있고 취득‧등록세나 전기요금 등을 할인 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는 게 업계 이야기다.
정부와 서울시 등 지자체의 시니어 주택 공급 확대 역시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는데 한 몫하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매년 1000가구 이상의 '고령자복지주택'을 공급해 2027년까지 5000가구를 준공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으며, 서울시는 2027년 첫 입주를 목표로 병원 근처나 역세권에 '어르신 안심주택'을 공급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다만 공급 부족 문제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오는 2025년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중이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예정이지만 공급량은 이 같은 증가세를 따라잡지 못하는 상황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2년 기준 65세 인구는 898만명에 이르지만 시니어 주택은 전국 39곳, 8840가구 규모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주거유형과 서비스를 다양화하는 한편 국토교통부와 보건복지부 등 유관기관의 협력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한다.
주서령 경희대학교 주거환경학과 교수는 "노인복지주택은 법적으로 분양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임대료와 서비스 제공 비용 만으로 수익을 올려야 한다. 이에 따라 중산층이하 고령인구가 접근하기 어려운 고급형 시설위주로 공급되고 있다"면서 "해외 사례를 참고해 다양한 형태의 시니어 주택을 공급할 필요가 있고, 현 거주지에서 의료 서비스 등을 제공받는 AIP(Aging in place, 노인의 지역사회 계속 거주)를 지원하기 위한 정책도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