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트위치 '최후의 날'···온라인 장례식 치르는 스트리머·시청자
[르포] 트위치 '최후의 날'···온라인 장례식 치르는 스트리머·시청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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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착맨 등 대형 스트리머, 27일 '트위치 마지막 기념 방송' 진행
(사진=침착맨 트위치 방송 화면 캡처)
(사진=침착맨 트위치 방송 화면 캡처)

[서울파이낸스 이도경 기자] 장례식장은 시끌벅적한 게 좋다는 어른들 말씀을 들은 기억이 난다. 고인이 가시는 길을 외롭지 않게 하고 유족들의 슬픔이 새어나오지 못하도록 일부러 더 큰소리로 떠들고 정신없는 대화를 나눈다. 조문객이 많을 수록 잘 살아온 고인이 잘 살았다는 증명이라고 했던가. 그렇다면 트위치코리아는 분명 '잘 살다 떠난 고인'이다. 

트위치가 한국 서비스를 종료하기로 한 27일에는 평소보다 많은 스트리머들이 방송을 켰다. 그리고 평소보다 많은 시청자들이 오랜만에 접속해 평소 구독한 스트리머와 인사를 나눴다. 트위치코리아의 마지막 날은 시끌벅적한 여느 장례식장과 같았다.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트위치가 27일 한국 시장 철수를 시작했다. 28일부터 트위치 방송을 보고자 하는 시청자는 외국 서비스로 접속을 해야만 한다.

트위치는 2017년 한국 론칭 이후 게임 스트리밍 플랫폼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전세계 스트리머와 시청자를 한데 모았다는 점에서 흡사 넷플릭스를 떠올렸지만, 트위치는 한국에서 넷플릭스만큼 성공하지 못했다. 실시간 방송의 특성상 다른 언어를 한데 묶기에 역부족이었고 이는 전세계 스트리머와 시청자가 한 곳에서 만난다는 정체성을 부각시키는데 장애요소가 됐다. 

결국 트위치는 2024년 2월 27일자로 한국 서비스를 종료했다. 이날부터 한국을 국가로 선택한 스트리머는 더 이상 트위치 제품을 통해 수익 창출을 할 수 없으며, 시청자들 역시 트위치에서 유료 재화를 구매할 수 없게된다.

많은 스트리머들이 아프리카TV 혹은 네이버의 치지직으로 플랫폼 이적을 결정한 만큼 한국 사업 종료 당일 트위치에 '죽은 자의 온기'만 남아있을 것으로 예상됐으나 막상 서비스에 접속해보니 트위치의 마지막을 기념하는 스트리머들의 방송으로 북적이는 모습이었다.

이날 트위치 홈페이지에는 '트위치 한국철수 마지막 방송', '트위치 왜 살아 있는가?', '이거 왜 켜짐?', '트위치 멸망 기념 48시간 연속 방송' 등의 제목을 단 방송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구독자 79만 명의 유명 스트리머 '침착맨'을 비롯해 △ 31만명의 버츄얼 유튜버 '꽃핀' △29만 명의 '와나나' △24만 명의 '케인' △21만 명의 '철면수심' △12만 명의 '매직박' 등 대형 스트리머들이 방송을 켜고 한국 트위치의 마지막을 함께했다.

이날 오후 4시 침착맨은 트위치 마지막 방송을 맞이해 '온라인 장례식'을 진행했다. 장례식에서 침착맨은 수육과 육개장, 과일 등을 차려놓고 그간 트위치에서 있었던 일들을 추억했으며, 방송 시작과 동시에 3000명이 넘는 시청자들이 몰려와 트위치의 마지막을 함께했다.

침착맨은 이날 방송에서 "아프리카나 치지직, 유튜브 모두 남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가는 건 모르는 일이다. 정정했던 트위치가 한국시장에서 철수할 것을 누가 생각이나 했겠냐"며 "갈 때 확실하게 보내주고 가는 게 사람된 도리다. 오늘만큼은 트위치를 기리면서 트위치에서 있었던 일을 추억하겠다"고 말했다.

27일 오전 트위치 서비스 모습 (사진=트위치 홈페이지)
27일 오전 트위치 서비스 모습 (사진=트위치 홈페이지)

아프리카TV로 이적을 밝힌 '와나나'도 '겟엠프드' 등 게임 방송과 함께 트위치 마지막 날 방송을 진행하는 스트리머들을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으며, '철면수심' 등 또 다른 스트리머들도 한국 시장 철수 후 트위치의 변경점과 앞으로의 계획 등을 전달했다.

철면수심은 "오는 4월 치지직 정식 출시 전까지는 트위치 동시 송출과 서드파티 사용이 가능하다고 연락이 왔다"며 "어차피 헤어지기로 마음먹었다면 빠르게 정리하는 게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오늘까지만 동시송출을 하고 내일부터는 치지직에서만 방송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시끄러운 '트위치 장례식'이 벌어지는 한켠에는 "한국시간 기준 2월 27일부로 한국 내 트위치 운영이 종료됩니다"라는 공지가 쓸쓸히 올라와있었다. 또 화면 하단에는 여전히 "트위치 커뮤니티와 함께하고 어디서나 최고의 생방송을 즐겨보세요"라는 문구가 죽은 자의 마지막 흔적처럼 남아있다. 방송 화면에서는 신규 '구독'과 후원 버튼이 사라졌다는 점이 서비스 종료를 실감하게 했다. 

현재 서비스가 종료되며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 등에서도 트위치 앱 검색이 되지 않게 됐다. 다만 트위치가 한국 시장에서 철수한 이후에도 외국 서비스를 통해 트위치 시청을 계속 하겠다는 시청자도 적지 않다. 국내 스트리머들이 아프리카TV나 치지직 등 다른 플랫폼으로 이적한다 해도 기존 시청하던 해외 스트리머 등의 방송을 보기 위해서는 트위치를 이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트위치 이용자는 "즐겨하는 게임을 방송하는 스트리머가 한국에 전혀 없기 때문에, 관련 방송을 보기 위해서는 해외 스트리머의 방송을 계속 볼 수밖에 없다"며 "드롭스(방송 시청을 통해 해당 게임의 재화를 얻는 것)나 후원 기능이 사라진 것은 아쉽지만, 외국 서비스를 통해 시청 자체는 계속 가능하기 때문에 트위치를 계속 이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트위치는 지난해 12월 6일 한국의 망 사용료 비용을 이유로 국내 시장 철수를 밝혔다. 다만 통신사들과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 등은 망 사용료 부담이 핑계일 뿐 직접적인 원인은 사업 실패라고 반박하며 현재까지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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