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정기예금 금리보다 20배 넘는 수익
[데스크 칼럼] 정기예금 금리보다 20배 넘는 수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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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기업공개(IPO) 실적을 집계해서 발표했다. IPO 기업의 공모가 대비 상장일 종가 수익률은 평균 72%나 되고, 특히 12월 상장한 6개 기업은 200%가 넘었다는 내용이다. 

시중은행의 1년짜리 정기예금 금리가 3.6% 수준이라는 점과 비교하면 20배가 넘는 수익이다. 공모주 경쟁률이 너무 치열해 비록 한 주 밖에 받지 못하더라도 그런 기회가 80번(지난해 82개사)이나 된다면 수익률이 월등히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 쯤되면 공모주 청약을 안 하는 사람이 바보다.

그런데 국내 시장에서는 '공모주는 시초가 매도가 국룰(규칙)'이라는 말이 있다. 기업에 대한 가치 평가나 전망 없이 공모주를 받은 뒤에는 상장 당일 무조건 던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걸 정상적인 투자라고 볼 수 있을까? 이어 떠오르는 질문들, 만약 공모주를 그대로 보유했다면? 혹은 엄청난 기대감에 시초가로 주식을 샀다면? 

한국거래소는 기업공시채널(KIND)을 통해 '공모가대비 주가 등락률 현황'을 제공하고 있다. 그래서 10년치를 묶어봤다. 스팩, 이전상장 등을 제외하고, 2014년 2월 27일 오이솔루션 이후 올해 2월 26일까지 720개사가 상장했다. 상장 첫 날부터 공모가 아래로 떨어진 종목은 189개(26.25%)였다. 

단기적인 조정을 보이면서 IPO 한 달이 지난 시점에 공모가 이하로 떨어진 종목은 280개(38.89%)로 늘었다가, 3개월차에는 273개(37.92%), 6개월 때는 271개(37.64%)로 다소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보유기간이 길어질수록 공모가 아래로 떨어지는 종목이 늘어났다. 상장 1년이 되는 시점에 공모 이하였던 종목 수는 277개(38.47%)였고, 지난 26일 종가가 공모가보다 낮은 종목은 421개(58.47%)나 됐다. 만약 상장 당일 시초가에 샀다면 매수 종목이 527개(73.19%) 중 하나가 아니길 빌어야 한다.

정상적인 투자냐고? 청약으로 받은 공모주를 시초가에 던지지 않는 사람이 바보다. 또 아무리 기대가 큰 기업이라도 절대 시초가에는 사면 안된다. 그래야 금감원의 발표대로 70%가 넘는 수익을 올릴 수 있다. 

국내 증시는 기업의 성장과 주가 간 연관성이 떨어진다. 특히 테마나 외국인 수급 등에 따라 쏠림이 심하게 나타난다. 지난해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던 이차전지는 개인의 매수가 쏠려 10배 넘게 올랐다가 반토막 난 뒤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초전도체 테마는 묻혀있던 논문이 알려지면서 떠올랐고, 지난해 말의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테마는 사진 한장 때문에 생겨났다.

정부는 지지부진한 주가를 부양하기 위해 지난달 말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1월 24일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구체적으로 언급한 이후 외국인이 일반지주, 금융, 자동차 등을 집중 매수하면서 코스피지수는 한달여만에 177.39p(26일 종가 기준 7.18%)나 올랐다.

하지만 첫번째 세부안 발표 이후 실망스럽다는 의견이 이어지고 있어 정부 주도 '저PBR 테마'로 평가절하될 위기에 놓였다.

주식의 본질은 미래의 기업 가치에 대한 투자다. 매출이나 이익이 늘어날 만한 기업의 주식을 사서 기대만큼 혹은 기대 이상으로 성장했을 때 팔고 나오는 '영리 활동'이다. 미국 주식이 쉽다고 느껴지는 것도 기업의 수익이 있는 곳에 필연적으로 주가 상승이 따라오기 때문이다.

부디 향후 발표될 밸류업 프로그램 추가 세부방안이 국내 증시 부양의 스위치가 되길 기대한다. 

박시형 증권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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