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톺아보기] 삼성카드의 이유 있는 '선방'···1위 바짝 추격
[금융톺아보기] 삼성카드의 이유 있는 '선방'···1위 바짝 추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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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순익 6094억, 전년比 2.1%↓···1위 신한카드와 격차 축소
낮은 조달비용이 호실적 견인···선제적인 조달구조 장기화 결실
내실경영에 줄어든 영업자산은 고민···'모니모' 新성장동력으로
서울 중구 소재 삼성카드 본사. (사진=삼성카드)
서울 중구 소재 삼성카드 본사. (사진=삼성카드)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삼성카드의 '내실경영'이 통했다. 불황 속 카드업계의 실적이 줄줄이 악화된 가운데, 삼성카드만은 호실적을 기록하며 1위인 신한카드를 추격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이 같은 성과는 일찌감치 조달포트폴리오를 장기화하고, 저수익 취급고를 축소하는 등 비용효율화에 집중한 결과로 풀이된다. 다만 줄어든 영업자산 등은 향후 수익성 회복에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비우호적 업황 속 호실적···낮은 조달비용이 견인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카드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6094억원으로 전년 대비 2.1% 감소하는데 그쳤다.

현재 실적이 공표된 지주계 4개 카드사(신한·KB국민·우리·하나)의 전체 순이익이 11.4% 감소했음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선방했다는 평이다. 특히 업권 1위인 신한카드의 순이익이 6206억원으로 전년 대비 3.2% 감소한 터라, 격차가 더욱 좁혀졌다.

이 같은 호실적의 핵심요인은 낮은 조달비용이다. 지난해 삼성카드의 이자비용은 4860억원으로 전년 대비 12.2% 증가에 그쳤다. 다른 카드사의 이자비용 증가율이 33~46.5%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낮은 증가율이다.

실제 삼성카드의 조달금리는 매우 낮은 수준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평균 조달금리가 2.67%로, 전년 동기 대비 0.3%포인트(p) 상승에 그쳤다. 이는 카드사 중 가장 낮은 수준일 뿐만 아니라, 증가폭도 타사를 크게 하회한다.

반면 지난해 3분기 7개 전업카드사의 평균 조달금리는 3.05%로, 일년새 0.74%나 상승했다. 두 번째로 조달금리가 낮은 우리카드(2.75%)도 증가폭은 0.61%p에 달했으며, 나머지 5개사의 조달금리는 모두 3%를 웃돌았다.

◇선제적인 조달구조 장기화와 비용효율화 '결실'

이처럼 낮은 조달금리는 선제적인 조달포트폴리오 조정의 결과로 풀이된다. 지난해 삼성카드의 차입부채를 뜯어보면 잔여만기 1년 이상 장기회사채·장기CP(기업어음) 비중이 77.4%(13조6450억원)로 일년새 0.6%p 확대됐다. 상대적으로 조달비용이 낮은 ABS(자산유동화증권) 비중도 17%(2조9998억원)로, 1.1%p 늘었다.

반면 단기사채 비중은 3.5%(625억원)으로 0.5%p 줄었으며, 일반대출 비중은 2%(350억원)로 1.2%p나 축소됐다.

장기채의 경우 단기채 대비 금리가 높게 책정되지만, 재무안정성 측면에서 단기채에 비해 유리하다. 통상 금리인하기에는 단기채, 금리인상기에는 장기채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

실제 최근 금리가 최저점을 찍었던 2020년 당시 삼성카드를 제외한 6개 전업카드사의 평균 장기부채 비중은 95.1%까지 줄었다. 하나카드의 경우 장기비중을 90.75%까지 낮추기도 했다.

반면 삼성카드는 2020년 당시부터 장기부채 비중을 100%에 가깝게 유지해왔으며, 잔여만기 3년 이상 장기채 비중(회사채 기준)도 현재 47.4%에 달한다. 이처럼 안정적인 조달포트폴리오를 구축해둔 결과, 최근 금리상승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은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내실경영의 일환으로 부채 규모(20조6706억원)를 전년 대비 4.9% 줄였으며, 판매관리비(1조9006억원, -0.1%)도 전년 수준을 유지했다.

대손비용도 영향을 미쳤다. 작년 삼성카드의 대손비용은 7199억원으로 전년 대비 62.8%나 증가했다. 다만 선제적인 건전성 관리의 영향으로 신한카드(8839억원)나 KB국민카드(8269억원) 대비 규모가 적은 편이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장기차입금 중심의 만기 관리와 지속적인 비용효율화 노력으로 이자비용과 판매관리비용 등을 안정적으로 관리했다"며 "또한 내실경영 기조로 자동차·세금 등 저수익 취급고를 축소하는 등 수익성에 집중했고, 건전성 관리를 강화해 연체율을 양호한 수준으로 관리했다"고 설명했다.

◇비용과 함께 줄어든 영업기반, 새로운 고민거리로

이렇듯 지난 한해 삼성카드는 선제적인 조달구조 관리와 내실경영을 통해 실적 방어에 성공했다. 다만 향후 전망이 밝다고 단정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대표적으로 줄어든 몸집이 꼽힌다. 비우호적 업황 속 극단적인 비용절감을 통해 수익성을 보전하는데 성공했지만, 영업자산(28조8065억원)이 전년 대비 2.8%나 줄었기 때문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영업축소 경향은 더욱 강해진다. 먼저 위기 상황에서 안전판 역할을 해 줄 현금 및 예치금은 1조8827억원으로 전년 대비 8.6% 증가했다. 특히 유가증권은 9611억원으로 2022년(3941억원)과 비교해 2.4배 이상 확대됐다.

반면 전체 자산의 61.2%에 달하는 신용판매 자산(17조6223억원)은 일년새 5.5%나 줄었다. 현금서비스(단기카드대출) 자산도 26.6%나 줄었으며, 할부·리스 자산도 14.7% 감소했다. 카드론(장기카드대출) 자산만 0.6% 늘었을 뿐, 영업기반 자체는 크게 축소된 상태다.

그 결과 삼성카드의 경우 지난해 영업수익(4조42억원)이 일년새 5.5% 증가하는데 그쳤다. 신용판매를 제외하면 할부·리스 부문의 수익이 9.1%나 감소한 데다, 대출부문의 수익성도 약화됐기 떄문이다.

반면 업계 1위인 신한카드는 신용판매 외에도 할부·리스 부문의 수익이 크게 늘었다. 이에 영업수익이 일년새 11.4%나 증가했으며, 수익규모(5조3962억원)도 삼성카드를 크게 앞서고 있다. 향후 조달금리가 안정화된다면, 신한카드의 수익성이 삼성카드를 웃돌 여지가 크다는 평가다.

◇新성장동력은 '플랫폼'···그 중심엔 '모니모'가

이 같은 문제점을 삼성카드 역시 인지한 것으로 보인다. 김대환 삼성카드 사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회사가 지속 성장하기 위해서는 패러다임 시프트를 통해 리스크와 효율 관리를 강화하고, 회사의 모든 전략을 이익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문제는 조달비용 오름세가 지속되고 있는데다, 본업인 신용판매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다는 점이다. 설상가상 민간소비 둔화흐름이 나타나고 있는 만큼, 새로운 성장동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삼성카드가 내세운 핵심 동인은 플랫폼이다. 작년 마이데이터 인가를 획득 후 서비스를 개시한 삼성금융 계열사의 통합 플랫폼 '모니모'가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모니모와 연동된 신상품을 출시하며, 본격적인 플랫폼 강화에 시동을 걸고 있다.

김대환 사장은 "최근 금융업의 경계가 없어지고, 타 업권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플랫폼과 데이터의 경쟁력이 필수가 됐다"며 "모니모를 삼성금융을 대표하는 플랫폼으로 도약시키고, 데이터 기반의 차별적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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