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차 '대세'···뒷전으로 밀린 전기차
하이브리드차 '대세'···뒷전으로 밀린 전기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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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미국·한국서 판매 '증가'···"전기차 보조금 축소·폐지 등 영향"
BMW·도요타 등, 하이브리드 역량 확대···현대차, 전기차 투자 확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 530e (사진=BMW코리아)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 530e (사진=BMW코리아)

[서울파이낸스 문영재 기자] 유럽, 미국 등 주요 선진 시장은 물론 국내에서도 하이브리드차 판매가 전년 대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전기차는 성장 둔화를 보이며 대조적인 양상을 보이고 있다.

28일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의 2월 연료별 판매 실적 자료에 따르면 하이브리드차 판매는 31만9862대로 전년과 비교해서 21.9%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기차 판매는 10만6187대로 9% 늘어나는 데 그쳤다.

유럽의 자동차 전문지 오토모티브뉴스유럽은 "전기화를 향한 과도기적 산물로 여겨지던 하이브리드차가 효율성을 앞세워 다시금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전기차는 유럽 내 각국의 보조금 축소 및 폐지로 경쟁력을 잃었다"고 분석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BMW, 아우디, 벤츠 등 현지 업체들은 전기차 전략을 수정하고 나섰다.

BMW그룹 판매 책임자인 요헨 골러는 21일 열린 연례간담회에서 "필요하다면 하이브리드차 제품군을 늘릴 수도 있다"고 말했고, 아우디 최고경영자(CEO) 게르놋 될너는 19일 진행된 기자간담회에 나와 "전기차 시장 성장 둔화에 대응하기 위해 향후 10년간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 내연기관차를 균형 있게 생산하겠다"고 했다.

아우디와 함께 폭스바겐그룹 일원인 벤틀리도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하이브리드차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며 "첫 전기차 공개 시점을 2025년에서 2026년으로 연기하고, 대신 하이브리드차에 더 힘을 실을 방침"이라고 했다.

벤츠 CEO 올라 칼레니우스의 경우 지난달 말 개최된 기자간담회에서 "하이브리드차가 앞으로 수년간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에서도 하이브리드차 선호 현상은 두드러진다. 미 에너지부 산하 아르곤국립연구소는 "2월 하이브리드차 판매가 전년 대비 50% 이상 늘었다"고 했고, 세계적인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2월 미국의 전기차 시장 판매는 둔화했지만, 하이브리드차 판매는 눈에 띠게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스텔란티스는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지프 랭글러의 전체 판매 절반가량이 하이브리드"라고 밝혔다. 또 포드는 "픽업트럭 매버릭 하이브리드 판매가 지속 증가하고 있다. 수요 대응을 위해 공장가동률을 늘렸다"고 했다. 

미국 하이브리드차 시장 선도 업체인 토요타의 경우 하이브리드차 수요 증가에 대응하고자 제품군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 회사 부사장 데이비드 크라이스트는 올 초 영국 통신사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작년 매출의 29%를 하이브리드차가 맡았다. 올해는 제품군 확대를 통해 매출 비중을 45%까지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로이터는 미국 시장의 하이브리드차 강세에 대해 "미 환경보호청이 20일 2032년까지 전기차 판매 목표 비중을 기존 66%에서 56%로 낮춘 만큼, 업체들의 하이브리드차 집중 현상이 더 심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현대차 고성능 전기차 아이오닉5N (사진=현대자동차)
현대차 고성능 전기차 아이오닉5N (사진=현대자동차)

우리나라 역시 하이브리드차 판매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와 한국수입차협회(KAIDA) 판매 자료에 따르면 2월 하이브리드차 판매는 2만8770대로 전년 대비 31.4% 늘었다. 반면 전기차 판매는 3850대로 79.4% 급감했다.

업계는 전기차 판매 급감에 대해 보조금이 늦게 책정되기도 했지만, 이미 지난해부터 보조금 축소 등을 이유로 시장 둔화 현상이 나타남에 따라 수요가 하이브리드차 쪽으로 대거 이동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내수를 주도하고 있는 현대차·기아는 "그래도 미래는 전기차"라며 전기차 전환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21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동력원은 시장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대응할 것"이라면서도 "전기차는 궁극적으로 가야 할 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기차 경쟁력을 지속 높이는 한편 올해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발전하는 차(SDV) 체계로의 전환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송호성 기아 사장도 15일 주주총회에 나와 "전기차 시장은 대중화 시대로 진입하며 일시적 수요 둔화를 겪고 있으나, 장기적 관점에서 전기차 시대는 도래할 것"이라면서 "올 상반기 중 저가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V3를 선보여 전기차 대중화를 이끌겠다"고 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공학과 교수는 "전기차가 중요하다는 뜻이지, 무조건 올인하겠다는 얘기는 아닐 것이다. 하이브리드차, 내연기관차에 대한 투자도 계속해서 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며 "내연기관차를 잘 만들던 유럽, 미국 업체들은 전기차 전환을 반기지 않기 때문에 전략 수정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다. 그들은 어떻게 해서든 오랜 기간 엔진이 들어간 차를 팔고 싶어 한다"고 진단했다.

이어 "하이브리드차 강세는 반값 전기차 대중화 시기로 점쳐지는 2028년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그전까지 전기차 전략을 잘 세운 업체가 향후 퍼스트무버로서 주도권을 쥘 수 있을 것이다. 전기차 시대는 무조건 온다. 기후변화와 맞물려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편 현대차·기아는 미래차 시장에서 퍼스트무버의 위상을 확보하고자 올해부터 2026년까지 3년간 국내에서 8만명을 채용하고, 68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국내 채용은 전동화 및 SDV 가속화 등 미래 신사업 분야에 집중하고, 투자는 핵심기술 선점을 위한 연구개발(R&D)과 연구 기반시설 확충, 전기차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공장 신증설 등을 중심으로 실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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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튀 2024-03-29 01:31:50
흐음

모리 2024-03-28 15:59:59
전기차무서워서 못타겠다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