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상황 바뀌었다"···한은은 금리를 내릴 수 있을까
[초점] "상황 바뀌었다"···한은은 금리를 내릴 수 있을까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완화적인 금통위에도···"금리경로 재검토해야"
美 인하 지연, 성장률 호조, 중동 분쟁 등 변수
내수·유가 등에 인하 전망 유효···"10~11월 예상"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일(현지시간) 오후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 총회 참석차 방문한 조지아 트빌리시에서 국내 기자단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일(현지시간) 오후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 총회 참석차 방문한 조지아 트빌리시에서 국내 기자단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4월 통화정책방향회의 당시 생각했던 전제가 모두 바뀌었다. 기존 논의를 재검토해야 한다."

지난 2일(현지시간)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조지아 트빌리시에서 진행된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통화정책 전망에 대해 답변한 내용이다.

불과 한달도 안되는 짧은 기간 동안 대내외 여건이 급변하면서, 기존 통화정책경로의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한은의 연내 금리인하가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금리인하를 막는 3요소···美 연준, 중동, 성장률 호조

지난 4월 통화정책방향결정회의를 되짚어보면 당시 금통위는 높아진 물가 불확실성을 근거로 하반기 인하 가능성을 예단키 어렵다고 진단했다.

다만 주요국 중앙은행간 금리결정에 탈(脫)동조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언급했으며, 통화정책방향 결정문 등의 변경을 통해 연내 인하 가능성을 분명히 시사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선 금통위가 이르면 7~8월 금리인하에 돌입할 것이며, 이후 추가 인상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 같은 관측이 흔들리게 된 원인으로 이 총재는 세가지를 지목했다. 먼저 각종 물가지표가 연달아 예상을 크게 웃돌면서 미국의 금리인하가 지연될 것이란 전망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지난달 선물시장에 반영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하 전망시점은 기존 9월에서 11월까지 후퇴했으며, 대선 일정 등을 고려하면 연내 금리인하가 없을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금통위 직후 부각된 중동리스크도 발목을 잡는다. 지난달 초 이스라엘군이 시리아 주재 이란 영사관을 공습하면서 시작된 중동 확전 우려로, 국제유가가 5개월만에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불확실성이 불거졌다.

마지막 요인은 1분기 국내 GDP 서프라이즈다. 1분기 국내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분기 대비 1.3%나 성장하며, 예상치(0.6%)를 웃돈 것이다. 반도체 중심의 수출호조가 성장세를 견인한 가운데 민간소비가 호조를 보이면서, 긴축 경계감을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이런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국내 금리인하 기대감은 크게 후퇴한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물가 불안 등으로 한은의 금리인하 시점이 지연될 것으로 예상된 가운데, 성장률 호조로 관련 불확실성이 더욱 커졌다"며 "결국 2분기 경제성장률을 확인한 이후 금리인하가 결정될 가능성이 커졌다. 인하시점의 후퇴는 불가피해 보인다"고 진단했다.

◇인하전망, 여전히 '유효'···"금통위 10월 금리 내릴 것"

다만 연내 금리인하 기대감은 유효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성장률 호조에도 경기펀더멘탈 측면에서 여전히 우려요인이 산재했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국내 수출이 빠르게 회복되고 있는 반면, 내수회복이 지체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누적된 정책금리 인상효과로 인해 소비와 투자 부문의 개선에 제약이 걸릴 것이라 지적하며, 선제적인 통화정책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달 초 이 총재의 발언 이후 상황은 다시 한번 뒤집힌 점도 영향을 미쳤다. 견조했던 미국의 고용이 크게 둔화되며 금리인하 기대감이 다시 부상한 것이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4월 비농업 고용이 17만5000명을 기록, 예상치(23만8000명)를 크게 하회했기 때문이다. 직후 선물시장내 반영된 첫 인하시점은 기존 11월에서 현재 9월(49%)까지 당겨졌으며, 연내 인하횟수 전망도 2회(36%)가 가장 유력시되고 있다.

현재 시장에선 미 연준이 9월 인하에 나설 경우, 한은 역시 뒤이어 금리인하에 나설 것으로 전망한다. 다만 9월 금통위가 부재한 점을 감안하면, 한은의 금리인하 시점은 10월이나 11월이 될 것으로 보여진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5월 FOMC에서 파월이 견지한 금리인하 가능성은 고용지표가 도와준 격이며, 유가와 환율은 4월 금통위 당일보다 더 낮아졌다"며 "미국의 피벗이 9월이라는 가정 하에, 국내 통화정책 경로가 재점검돼도 10월 정도에 인하할 것이라는 기대가 무리하진 않다"고 관측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 역시 "국내 성장률은 단기간내 변화가 불가피하지만, 연준의 금리인하 시점은 더 이상 지연되기 어렵다. 중동리스크도 휴전이 가까워지고 있다"며 "연준의 금리인하 기대와 유가 안정으로 원화 약세가 진정되고 있어, 연내 금리인하 시나리오는 아직까지 유효하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