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SK하이닉스, '녹색 반도체 경쟁' 뒤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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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는 넷제로 2040년으로 앞당겨···탄소국경세 적용시 韓 압박"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장인 평택캠퍼스(위), SK하이닉스의 이천 반도체 공장. (사진=각사)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장인 평택캠퍼스(위), SK하이닉스의 이천 반도체 공장. (사진=각사)

[서울파이낸스 여용준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녹색 반도체' 경쟁에서 뒤쳐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 존스홉킨스대 산하 '탄소중립 산업정책연구소(Net Zero Industrial Policy Lab, NZIPL)'는 12일(현지시각)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공개했다. NZIPL은 부문별 공급망 및 주요국 산업 정책을 통합 분석하는 정책 싱크탱크로 글로벌 공급망 내 각 국의 녹색 산업정책 분석, 중국의 핵심광물 공급망 투자, 재생에너지 공급망 내 모로코의 현주소 등 여러 국가 및 부문별 보고서를 발표해 왔다. 

'신냉전 시대, 한국에 주어진 기회와 리스크: 자동차, 배터리, 반도체 공급망 분석'이라는 제목의 이번 보고서는 미중 갈등, 글로벌 공급망 변화 등에 더해 주요국에서의 기후변화 대응을 내세운 보호주의적 산업 정책의 도입이 반도체, 배터리, 자동차 등을 중심으로 한 수출주도형 한국 경제에 상당한 위협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한국이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상의 '리스 차량’에 대한 예외 규정을 확보하는 등 주요국 산업 정책에 적극 대처해 왔으며, 한국의 제조업은 R&D, 산업과 연구 간 연계성, 숙련된 인력 등에서 큰 장점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대규모 생산 능력에 더해 아시아, 유럽, 북미 시장에서 강력한 입지를 구축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미중 반도체 패권 경쟁 사이에서 한국은 'K칩스법'을 통과시키고 세계 최대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조성을 통해 2030년에는 세계 시스템반도체 시장 점유율을 10% 이상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으나 '상당한 도전 과제'에 직면해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반도체 제조 과정에서의 막대한 전기 사용과 그로 인한 탄소 배출은 재생에너지로 생산된 '녹색 반도체'에 대한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녹색 반도체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반면 대만 TSMC는 2050년 재생에너지 100% 달성 목표를 2040년으로 10년 앞당겼으며 2020년 덴마크 풍력 기업 오스테드와 세계 최대 규모의 해상풍력 전력 구매 계약에 이어 지난해엔 대만 기업 'ARK 에너지'와 2만 기가와트시(GWh)에 달하는 태양광 전력 20년 장기 계약을 체결했다. 일본 정부의 파격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실리콘 섬' 규슈에 들어선 TSMC 구마모토 공장은 재생에너지 100%로 가동된다.

보고서는 "반도체 경쟁국에서 자국 기업에 유리한 탄소국경세를 적용한다면 한국 기업에 대한 규제 압박은 더욱 거세질 것이며 한국의 탄소집약적 반도체 수출은 보다 불리한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또 글로벌 컨설팅사 매킨지에서 낸 보고서를 인용해 "재생에너지 확보가 어려워 한국이 최첨단 반도체 시설투자를 유치하지 못할 위험에 처해있다"라고도 경고했다. 

이어 탄소중립이라는 글로벌 흐름에서 산업 경쟁력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재생에너지를 대규모로 확대해 산업 정책과 재생에너지 정책을 통합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글로벌 한국 대전환' 전략의 일환으로 재생에너지 해외 투자 확대를 통해 에너지 안보를 강화해야 한다고도 했다. 

NZIPL의 공동 책임자이자 보고서 주 저자인 팀 사하이 박사는 "한국은 정부의 성공적인 산업 정책을 바탕으로 '한강의 기적'을 이뤄낸 가장 잘 알려진 사례이지만 오늘날 급변하는 여러 환경에서 상당한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며 "한국 정부는 여러 정치적, 지정학적 변화에 단호하게 대응해 왔음에도 에너지 전환에 대한 정치적 지원은 취약한 상태로 산업과 에너지 전환을 통합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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