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화학·운송 등 생산비 급증 전망···"대비책 필요"
[서울파이낸스 여용준 기자]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직접적인 부분보다는 간접적인 부분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쟁 상황에 따라 유가가 배럴 당 150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산업연구원(KIET)은 27일 발표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우리 산업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통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우리 경제에 수출입·공급망 영향보다 물류비·유가 상승 등을 통한 간접적 영향이 훨씬 크다고 설명했다. 또 현 상황을 고려했을 때 전쟁이 대리전이나 이란의 참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작지만, 미국 대선 이후 상황이 악화될 가능성이 있어 장기적인 추이 관찰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확전이 되지 않는 한 양국 모두 우리나라 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아 직접적인 영향보다는 물류비, 유가 상승 등 간접적인 영향이 더 크다고 밝혔다. 또 해양플랜트, 유조선, 건설 등 일부 산업에서는 수요 증가가 기대되나 전쟁 추이에 따라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또 제조업 중 정유, 화학, 도로운송, 항공운송 산업의 비용 상승 압력이 큰 것으로 확인돼 단기적으로는 모니터링의 강화, 비용구조 전환, 안정자금 활용 등이 필요하고 장기적으로는 유가 충격에 대한 취약성을 완화하는 산업구조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확전을 위해서는 이스라엘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레바논과 시리아 혹은 이란의 적극적 개입이 필요하나, 레바논과 시리아의 현 정세와 이란의 소극적 태도로 볼 때 현재로서 이들의 참전으로 인한 확전 가능성은 매우 낮은 편이다.
또 이란의 경제난을 고려할 때 자금원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가능성도 매우 낮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이스라엘의 보수세력들이 이란을 공격하겠다는 의도를 지속적으로 노출하고 있고 대립이 심화됨에 따라 이란의 우라늄 농축이 가속화되는 분위기이기 때문에 미국의 이스라엘 압박 유인이 감소하는 미국 대선 이후 이스라엘이 이란을 직접 공격할 가능성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우리나라 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3년 기준 0.28% 미만으로 매우 낮은 편으로 일부 품목의 대(對)이스라엘 수입의존도가 높지만, 대부분 다변화가 가능해 공급망 리스크는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심리적 요인에 영향을 미쳐 가격 상승이 심화할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10월 이후 아시아·유럽 노선 요금은 284% 올랐고 다른 주요 동서부 노선 요금도 두 배 이상 인상되는 등 물류비 인상은 수출입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따라서 단기적으로는 비용 상승과 운송 기간이 늘어나는 것을 염두에 두고 공급 차질과 가격 인상에 대비해야 하며 장기적으로 물류 비용이 점차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나 확전 상황에도 대비한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경제는 석유 의존성이 매우 높아 국제 유가 상승 시 상대적으로 비용 상승 압력이 더 크게 작용하며 특히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높아 이번과 같이 중동에서 전쟁이 발생 시 더욱 큰 영향을 받는 구조다. 미국 대선 이후 이란 제재 강화로 유가 상승 압박이 커질 수 있으며 가능성은 낮으나 확전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경우 유가는 배럴 당 150달러 수준까지 상승할 수 있다.
유가로 인한 생산비 상승 압력은 정유, 화학, 도로운송, 항공운송 등에서 급증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국지전 지속으로 유가가 배럴당 97.5달러까지 상승할 경우에는 생산비용이 전 산업 0.7%, 제조업 1.2%, 서비스업 0.32% 상승할 것으로 추정되며, 생산비 상승 폭은 석유제품(11.0%) 및 화학제품(1.8%), 운송업(1.3%), 비금속광물제품(0.8%) 순으로 클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연구원은 "단기적으로 전면전으로의 확대 가능성이 높지는 않아 보이나 이스라엘의 행보가 미국과 어긋나는 경우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어 미국 대선 이후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하다"며 "확전 시 사태가 빠르게 악화될 수 있기 때문에 시나리오별 전개 가능성을 점검하고,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는 등 최악의 경우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