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자 아파트 백태/下] 외국인에 뺏긴 건설 인력시장···부실시공 위험 커진다
[하자 아파트 백태/下] 외국인에 뺏긴 건설 인력시장···부실시공 위험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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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일했었는데 지금은 일주일에 이틀···"코로나 때도 이 정돈 아니었다"
건설 업황 침체에 공사 현장 준 탓···1분기 주택 착공 지난해 대비 20.6%↓
공사비 상승이 원인···자잿값 정해져 있으니 인력비 줄이려 외국인 채용↑
원활하지 않은 소통, 결국 부실시공 이슈로 ···"지도·관리 하지만 한계 있어"

최근 아파트 하자 문제가 잇따르며 건설업계 부실시공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건설경기 침체 속에 금융비용과 공사비가 나날이 치솟다 보니 수익을 내야 하는 건설사들은 마감재 등급을 낮추고 노임이 저렴한 비숙련‧외국인 근로자를 쓰거나 인력 축소를 통해 인건비를 줄이고 있는 상황. 이에 서울파이낸스는 2회에 걸쳐 건설업계 부실시공‧하자 아파트 논란의 실태와 원인을 분석하고 실제 인력시장을 방문해 건설 현장 인력난의 실상을 들여다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남구로역 인근의 인력시장. 오전 4시가 되자 건설 현장 일용직 일자리를 구하는 사람들로 붐비기 시작했다. 전화로 일자리를 잡은 사람들은 바로 승합차에 탔고, 아직 일자리를 못 구한 사람들은 길게 늘어선 줄 뒤로 가 대기를 했다. (사진=박소다 기자)
남구로역 인근의 인력시장. 오전 4시가 되자 건설 현장 일용직 일자리를 구하는 사람들로 붐비기 시작했다. 전화로 일자리를 잡은 사람들은 바로 승합차에 탔고, 아직 일자리를 못 구한 사람들은 길게 늘어선 줄 뒤로 가 대기를 했다. (사진=박소다 기자)

[서울파이낸스 박소다 기자] 일감을 찾기 위해 새벽부터 인력시장을 찾은 일용직 종사자들이 건설 시장 불황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다. 부동산 시장 침체로 착공 물량이 급격히 감소하면서 일감 자체가 크게 준 것이다. 아울러 나날이 높아지는 공사비에 시공사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내국인보다 외국인 노동자를 선호하게 되면서 일용직 노동자들의 일자리는 더 줄고 있다.

지난 7일 기자가 방문한 서울 지하철 7호선 남구로역 인근 인력시장은 인력사무소가 밀집돼 있는 곳으로 한때 일일 평균 이용자가 1000명을 넘어서는 국내 최대 규모의 인력시장이다. 줄어든 공사 물량에 요즘은 하루 500명 내외가 찾고 있다고 한다. 이용자의 약 80%가 건설 현장에 구직하고 있다.

해가 뜨지 않은 새벽 주변 상가의 불은 모두 꺼져 있었고, 곳곳의 인력사무소에만 불이 켜져 있었다. 도로에는 인력사무소에서 보낸 승합차들이 근로자들을 태우기 위해 빼곡히 주차돼 있었다. 실제로 한 승합차에서 내린 인력사무소 직원이 몰려있는 사람들에게 단가를 말하고 일할 의사를 물어 바로 태워가기도 했다.

오전 4시가 되자 건설 현장 일용직 일자리를 구하는 사람들로 붐비기 시작했다. 전화로 일자리를 잡은 사람들은 바로 승합차에 탔고, 아직 일자리를 못 구한 사람들은 길게 늘어선 줄 뒤로 가 대기를 했다. 인력사무소 앞에 서서 무작정 기다리는 사람도 있었다. 중년 이상이 돼 보이는 남성 구직자들이 대부분이었고, 얼핏 봐도 300명 이상의 인파가 모였다. 중국어도 많이 들렸다.

5시까지 승합차가 계속 들어왔고, 10~20분 가량이 더 지나자 차들이 거의 빠져나갔다. 인파를 이루던 사람들 중 다수가 포기를 하고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타러 정류장으로 가는 모습이 보였다. 보통 5시까지 일을 구하고 6시까지 공사 현장에 가서 일을 시작한다고 한다. 인력사무소 앞을 서성이던 한 구직자 A씨는 5시 반이 되자 "오늘 일을 구하지 못할 것 같다"고 했다. 1시간가량 지루하게 기다린 결과에 얼굴에는 체념이 짙었다.

현장에서 구직 중이던 A씨는 "보통 날씨가 좋은 3~6월이 성수기라 일이 많아져야 하는데, 올해는 그렇지 않았다"며 "매일 이곳에 왔지만 이번 주 5일 중 일한 날은 이틀뿐"이라고 했다. 그는 약 6년 전부터 건설 일용직 노동 등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데, 일을 시작할 땐 매일 같이 불려나갔다고 했다.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외국인 노동자보다 내국인 노동자를 선호해 이정도로 일이 없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건설 일용직 일자리는 하루 6~12시간(휴게 포함)을 일하고 1일치 급여를 받아 가는 시스템이다. 새벽에 일자리를 찾지 못하면 그날 하루는 공치게 된다. A씨의 일당은 20만원 전후인데, 인력사무소에 수수료와 기타 비용을 쓰면 대략 15만원이 남는다고 한다. 이번 주처럼 일주일에 2일만 일한 경우 30만원, 한달에 대략 120만원의 수입이 되는 것이다.

A씨는 집으로 돌아가기 전 핸드폰으로 몇 개의 인력사무소 사장들에게 전화를 돌렸다. 그러나 일자리가 없다는 소식을 듣고 "다음 주엔 꼭 불러달라"는 아쉬운 말을 해야만 했다.

(왼쪽) 인력사무소에서 보낸 승합차들이 근로자들을 태우기 위해 계속 들어오고 있다. (오른쪽) 한 인력사무소 안에서 구직자들이 대기하고 있다. (사진=박소다 기자)
(왼쪽) 인력사무소에서 보낸 승합차들이 근로자들을 태우기 위해 계속 들어오고 있다. (오른쪽) 한 인력사무소 안에서 구직자들이 대기하고 있다. (사진=박소다 기자)

새벽 인력시장은 일용직 노동자의 수요와 공급을 볼 수 있어 건설 경기 바로미터라 불린다. 건설 경기가 좋으면 그만큼 공사 현장이 많기 때문에 현장에 필요한 인력이 많을 것이므로 일용직 노동자들도 일자리를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다. 건설 공사가 힘들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에 유입되는 신규 노동자들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건설 경기가 불황이 되면 이날처럼 일을 구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아진다. A씨에 따르면 이날 모인 사람 중 열명 중 일을 구한 사람은 2~3명 밖에 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국토교통부의 자료를 보면 많은 인력을 필요로 하는 아파트 등 주택 착공 물량이 크게 줄고 있다. 올해 1분기 전국 주택 인허가는 지난해 동기 대비 22.8% 감소했고, 주택 착공도 같은 기간 20.6% 감소했다.

한 인력사무소를 운영하는 관계자는 "노임이 많이 올랐다고 하는데 현장에서 느끼는 바로는 제자리걸음이고, 공사 현장만 크게 준 느낌이다"라며 "몇 년 전과 비교하면 사무소 매출이 반 토막이 났고, 작년 비슷한 시기와 비교해도 20%는 준 것 같다"고 전했다.

이같이 건설 경기가 얼어붙은 배경에는 공사비 상승 탓이 크다. 높은 공사비에 공사를 해도 수익이 크게 나지 않자 건설사들이 웬만한 사업에는 선뜻 나서지 않고 있다. 결국 원가율 관리를 하려면 원자잿값과 인력비를 조절해야 하는데, 원자잿값은 일반적으로 정해져있고 자재를 아끼는 것은 한계가 있다 보니 인건비를 줄이는 게 효과적이라는 결과가 나온다.

이 관계자는 또 "작년만 해도 코로나19 때문에 중국인 노동자를 데려가지 않는 분위기였는데, 요즘에는 또 중국인들에게 일자리를 많이 준다"며 "아무래도 내국인보다 일당이 7~8만원 싸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가뜩이나 준 공사현장에 내국인 일용직의 수요는 더 줄었다고 그는 설명했다.

문제는 외국인 노동자가 건설 현장에 많이 유입되면서 건설 품질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는 것이다. 외국인 등 비숙련 근로자들이 현장을 채우고, 이들 중 대다수는 한국말 의사소통이 내국인에 비해 원활하지 않다. 지시 사항을 미흡하게 수행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대형 건설사들이 시공을 맡은 몇 개의 신축 아파트 단지에서 부실시공 논란이 터졌다. 단순 세대 내부 마감 하자가 아닌 건물 외벽과 내부 벽면 및 바닥이 기울고 콘크리트 골조가 휘어지는 등 중대 하자들이 무더기로 발생해 회사가 공식적으로 사과문을 내기도 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업에서 인력 문제는 오랜 숙제"라며 "건설 업황이 좋을 땐 전국적으로 일할 사람 자체를 찾기가 어려워져 문제고, 업황이 안 좋아지면 노임이 저렴한 외국인 노동자를 많이 채용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력 기반으로 모든 게 이뤄지다 보니 부실시공 역시 사람의 손에서 발생한 탓이 크다"며 "현장에서 지도하고 관리를 강화해나가고 있지만 한계는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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