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일터 된 '건설현장'···새해에도 계속되는 중대재해
죽음의 일터 된 '건설현장'···새해에도 계속되는 중대재해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중대재해 제로' 새해 목표 밝힌 건설사···한달 안돼서 연속 사망사고
지난해 산업재해 사망자 50%이상 건설업 종사···고공작업 등 특성 탓
중처법 시행 후 대형 건설사 현장 사망자 많았지만 처벌 사례는 전무
"사후 처벌에 중점 둔 법 때문에 예방보단 사후 변호 등에 더 집중해"
서울의 한 아파트 건축 공사 현장. (사진=박소다 기자)
서울의 한 아파트 건축 공사 현장. (사진=박소다 기자)

[서울파이낸스 박소다 기자] 건설사들이 '현장 안전'을 강조하고 있지만 새해가 들어서도 공사 현장에서는 사망 등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시행 2년 차를 맞는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 효과가 미미하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 5일 경기 의왕시 학의동에 있는 대우건설의 오피스텔 신축 공사현장에서 작업자가 추락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회사는 올해 벌써 2번째 사망사고를 냈는데, 마지막 사망사고는 불과 직전 사고 21일 전이었다.

앞서 HDC현대산업개발도 지난달 평택시 장당동 고덕2차 아이파크 신축 공사현장에서 콘크리트 지탱용 건설자재인 H빔(2.5m)이 노동자 2명을 덮치는 사고를 냈다. 이 사고로 1명이 사망하고, 1명이 경상을 입었다. 직전 HDC현산의 마지막 중대사고 건(사망)은 고작 4개월 전이었다.

같은 달 현대건설이 시공하는 천안 서북구의 아파트 현장에서도 하청업체 소속 두 명의 근로자가 추락 사고를 당했다. 엘리베이터 홀 작업용으로 매단 철골 구조물을 인양하던 중 구조물과 함께 떨어져, 1명이 숨지고 1명은 크게 다쳤다. 1월에는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재건축 현장에서 작업자가 철골 구조물에 부딪혀 사망했다.

위 4곳 회사는 연초 임원진들이 신년사로 '중대재해 제로(0건)' 목표를 밝히며 안전을 강조해 왔다. 경영진들은 새해를 맞아 직접 현장 안전점검에 나섰고, 회사의 다양한 안전 교육 프로그램에 대해 보도자료를 배포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올해 들어 인천 중구 아파트 신축 현장에서 지게차가 옹벽 아래로 떨어지며 지게차 운전자가 사망했고, 부산 LG메트로시티아파트 코킹공사, 충남 당진 현대제철 냉각시스템 개조공사, 영덕 삼사 호텔·리조트 신축공사 현장에서도 사망자가 나왔다. 이들은 공사비 50억 미만 현장으로 지난해까진 중처법 적용대상이 아니었으나, 지난달 국회 본회의에서 중처법 전면 시행의 2년 유예 법안이 불발되면서 앞으론 중처법 대상이 됐다.

지난해 주요 건설사들의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 사고(3분기 기준·4분기부턴 국토교통부가 비공개 결정)와 중처법 이후 발생 건수(자료=고용노동부, 국토부 등)
지난해 주요 건설사들의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 사고(3분기 기준·4분기부턴 국토교통부가 비공개 결정)와 중처법 이후 발생 건수(자료=고용노동부, 국토부 등)

건설 공사는 특성상 높은 고도에서 작업하는 일이 많고, 인력 기반 산업이다보니 타업종 대비 많은 사망자 수를 내고 있다. 고용노동부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산업재해 사고 사망자는 598명이고, 이 중 건설업이 절반이상인 303명을 차지했다.

2022년 대비 38명, 11.1% 감소 했으나, 전문가들은 산재 사망자사고가 감소한 것은 중처법 효과라기 보단 현장이 줄어든 영향이 더 크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해 3분기 누적 착공 연면적은 8만6300㎡로, 1년 전(11만8227㎡)보다 27% 줄었기 때문이다. 또 작업자가 사망까지 이르지 않은 재해 건수로 보면 사고는 중처법 이후에도 크게 늘었다.

그러나 지난해 말까지 중대재해 발생으로 기소된 33건 중 대법원에서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사건은 1건뿐이었다. DL이앤씨·현대건설·대우건설·롯데건설 등에서 중처법 시행 이후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했지만 이들의 처벌 사례는 사실상 전무하다.

이 같은 배경에는 건설사들이 법조계 출신 사외이사를 선임해 적극적인 변호를 펼쳤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이달 15일과 29일 정기 주주총회 결의를 앞둔 삼성물산과 GS건설 등은 안건에 올라온 사외이사를 최종 선임하게 된다. 삼성물산의 사외이사 후보에는 김경수 전 대구 고검장이 올라와 있다. 김 전 대구 고검장은 2015년까지 대전·부산·대구 고등검찰청 검사장 등을 역임한 검사 출신이다. GS건설이 후보로 올린 황철규 법무법인 해광 대표 변호사도 검찰 출신으로,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 부장검사, 제15대 서울서부지방검찰청 검사장, 부산고등검찰청 검사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호반건설의 사외이사 100%가 관료·법조 출신이며, 중흥건설 역시 50% 넘는 사외이사가 판·검사 출신으로 알려진다. 이 같은 법조계 출신 등용에는 건설사가 마주한 사법 리스크를 예방하고,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강화한다는 취지라고 회사들은 설명한다.

사망 사고는 예방 대책이 중요하다. 그러나 현재 중처법은 책임자에 대한 사후 처벌에 중점을 두고 있어서 건설사들은 사후처벌을 최대한 피하는 대책을 마련하는 데 더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사고가 발생해도 전문가를 구성해 회사의 입장을 변호할 수 있는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은 자기변호에도 취약하다는 점도 문제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대부분의 건설사들이 모두 안전을 강화하고 있다고 하지만, 사전 예방에 대한 명확한 기준점이 없다 보니 경영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정도에 따라 인력과 예산 집행 정도가 차이가 있다"며 "말로는 안전이 중요하다고 해도 막상 큰 규모의 예산을 집행하려면 투입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사고 예방 위한 더 강력한 제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관련기사

이 시간 주요 뉴스
저탄소/기후변화
전국/지역경제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