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차 밸류체인 집중 시킨 현대차, 도요타 밀어내고 1위 되찾나
수소차 밸류체인 집중 시킨 현대차, 도요타 밀어내고 1위 되찾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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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1분기 691대 파는 데 그쳐, 66.2% 급감···넥쏘 후속 모델 부재 탓
수소차 관련 특허수에서도 밀려···주도권 탈환 위해 조직구조 강화
현대 수소차 넥쏘 (사진=현대자동차)
현대차 수소차 넥쏘 (사진=현대자동차)

[서울파이낸스 문영재 기자] 현대자동차가 수소연료전지 자동차 개발 역량을 집중시키고 있다. 개발인력부터 설비, 연구개발, 생산품질 등 수소연료전지 관련 자원과 기술을 한데 모아 수소연료전지차 기술혁신과 제품개발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10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현대모비스로부터 수소연료전지사업을 인수하며 수소연료전지 사업과 관련한 밸류체인을 완성하게 됐다. 지난 2월 R&D(연구개발)와 생산으로 이원화돼 있던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사업조직들을 통합한 것이다. 이번 인수로 현대차는 R&D본부 수소연료전지개발센터 내에 '수소연료전지 공정품질실'을 신설하고, 제조기술과 양산품질을 담당하는 조직을 편제해 전반적인 조직 구조를 강화했다.

이를 통해 △수소연료전지 시스템 경쟁력을 확보하고 생산품질을 높이는 한편 △기반시설과 운영비용을 줄이고 단일화된 관리 체계로 운영 효율성을 높여 경쟁력 있는 가격의 제품을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가 이처럼 수소연료전지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이 기술이 향후 내연기관을 대체할 새로운 플랫폼이 될 것으로 내다봐서다. 실제 현대차그룹은 1998년 청정 동력원 수소를 연구개발하는 조직을 현대차에 신설한 후, 2000년 미국 연료전지 시범사업에 참여하며 시험용 수소연료전지차를 공개한 바 있다.

이어 2004년에는 수소연료전지차 핵심부품 스택을 독자개발하는데 성공했고, 그로부터 9년 뒤 마침내 양산형 수소연료전지차 투싼ix를 세계 시장에 선보였다. 투싼ix에 들어간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은 혁신성을 인정받아 미국 자동차 전문매체 워즈오토의 10대 엔진상, 프랑스 올해의 친환경차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아울러 지난 2018년에는 투싼ix에서 진일보한 2세대 수소연료전지차 넥쏘를 내놓으며 다시 한번 세계를 놀라게 했다. 넥쏘는 긴 주행거리, 미래지향적 디자인, 완성도 높은 조립품질 등을 내세우며 CES 에디터 초이스, CES 아시아 기술혁신상 수상은 물론, 세계 수소연료전지차 시장 판매 1위라는 기록을 세웠다.

정작 올해 1분기 세계 수소연료전지차 시장 판매 1위 자리는 경쟁사 도요타이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 3월까지 세계 수소연료전지차 시장에서 현대차 판매량은 691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66.2% 급감했다. 시장 점유율도 29.0%로 25.6%포인트(p) 하락했다. 같은 기간 도요타는 주력 수소연료전지차 미라이를 앞세워 868대 팔았다. 전년 동기 대비 4.2% 감소한 수치지만, 시장 점유율은 36.4%로 되려 12.2%p 상승했다. 출시된 지 5년이 넘은 넥쏘의 후속 모델이 나오지 않으면서 잠재 소비자들이 다른 차로 눈을 돌렸고, 도요타가 이러한 수요를 흡수하며 반사이익을 거뒀다는 해석이다.

판매량 및 점유율 뿐 아니라 기술개발에서도 현대차는 도요타에 밀리는 모습이다. 자동차시장조사업체 저스트오토에 따르면 도요타는 2010년부터 2022년까지 등록된 수소연료전지차 관련 특허의 20%를 점유 중이다. 현대차는 15%의 점유율을 확보한 상태다. 저스트오토는 "도요타는 다양한 수소연료전지차 관련 특허를 기반으로 타사 대비 효율적인 스택과 변환기를 제조하고 있다. 이는 성능과 주행거리 개선에 도움을 준다"고 평했다.

수소연료전지차라는 미래먹거리에 꾸준하게 투자를 지속해온 현대차는 결국 난관을 타계하고 글로벌 수소차 생태계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 2월 현대모비스와 수소연료전지 사업과 관련된 포괄적 양수도 계약을 체결했다. 모비스 주도로 진행되던 R&D와 개발·생산을 몰두하던 현대차의 역량을 모두 합쳐 현대차에 집중키로 결정한 것이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이번 현대모비스의 수소연료전지사업을 인수했다.

현대차 측은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은 수소연료전지차의 성능, 가격 등에 영향을 미치는 부품이다. 현대차는 연구개발 영역과 생산 영역 간 긴밀한 협력을 통해 수소연료전지 시스템 성능을 비롯해 내구성 및 생산품질을 높여 수소연료전지차 보급 확대에 직간접적으로 기여할 것이다. 넥쏘 후속 모델은 내년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넥쏘는 출시된 지 5년이 넘었다. 반면 미라이는 나온 지 얼마 안 된 비교적 신차라고 볼 수 있다. 당연히 미라이 쪽으로 수요가 몰릴 수밖에 없다. 내년 넥쏘 후속이 나오면 순위는 다시 바뀔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세계 수소연료전지차 시장 자체가 워낙 작기에 이런 순위 다툼은 솔직히 큰 의미가 없다. 현대차의 이번 수소차 개발·생산 조직구조 강화도 단순히 순위 탈환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닌, 다음 세대의 더 나은 이동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투자로 보는 것이 합당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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