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홈플러스익스프레스 인수 구체적으로 검토된 바 없어"
쿠팡, 100여개 이상의 물류 시설 보유···인수 가능성 낮아
알리익스프레스, 인수 시 물류센터 확보해 유리···"논의된 바 없어"
[서울파이낸스 이지영 기자]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의 기업형 슈퍼마켓(SSM) 사업 부문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을 공식화하면서 업계에 지각변동이 일어날지 주목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MBK파트너스와 홈플러스는 최근 모건스탠리를 매각주관사로 선정하고,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의 매각 작업에 들어갔다. 모건스탠리는 이달 중으로 국내외 유통기업과 이커머스 플랫폼 등 잠재 후보군 10여곳에 접촉할 것으로 전해졌다.
MBK파트너스는 지난 2015년 7조2000억원을 들여 홈플러스를 인수한 이후 9년째 홈플러스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놓고 갈피를 못 잡고 있다. 통상적으로 사모펀드는 특정 업체를 인수한 후 5년 이내에 재매각해 투자금을 회수하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사례다.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 인수를 위해 투자한 MBK 3호 펀드의 출자자 환급 시한이 오는 2025년 10월까지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매각 작업을 앞당겨야 하는 적기다. 다만 펀드 환급 시한 자체는 합의에 따라 2년 연장할 수는 있다.
업계에서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누가 인수하느냐에 따라 SSM 시장의 판도를 바꿀 것이라는 분석이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GS 더프레시, 이마트 에브리데이, 롯데슈퍼와 함께 점유율 20%대 이상의 빅4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SSM이기 때문이다.
특히 SSM 사업을 운영하는 GS더프레시·롯데슈퍼·이마트에브리데이 등이 인수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올해 5월 기준 시장 점유율 1위는 GS리테일로 481개의 GS더프레 매장을 운영 중이다. 이어 롯데슈퍼(365개) 홈플러스익스프레스(310개) 이마트에브리데이(252개) 순이다.
주목할 점은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경쟁 SSM보다 서울과 수도권에 가장 많은 수의 직영 매장을 보유한 점과 즉시배송이 뛰어나다는 점이다. 전국 310여개 매장 중 80%에 해당하는 240여개 점포에서 퀵커머스 1시간 즉시배송을 운영을 하고 있다. 일례로 GS리테일이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인수하다면 한꺼번에 310개 매장이 편입돼 2위 롯데슈퍼(매장 356개)보다 매장 수가 2배 이상 많아진다. 이 경우 통합 후 시장 점유율은 50%에 상회한다.
일각에서는 동종 업계인 SSM 3사가 규모가 커지면 독과점 문제가 불거질 수 있어 대형 인수합병(M&A)에 나서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한 기업의 매출 점유율이 50%가 넘으면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본다. 이 경우 공정거래위원회가 시장경쟁 제한 우려 등을 이유로 기업결합을 불허할 수 있다.
롯데슈퍼의 경우 현재 실적 개선 차원에서 롯데마트와 통합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마트는 이마트에브리데이 흡수 합병에 나서고 있다. GS더프레시의 모기업인 GS리테일 또한 부실사업 정리에 나서고 있기 때문에 상황은 지켜봐야 한다.
다른 후보군으로는 국내에서 저가 공세를 펼치고 있는 알리익스프레스와 국내 대표 이커머스 쿠팡 등이 거론된다.
알리익스프레스는 올해 중 향후 3년간 한국 시장에 1조5000억원의 투자할 계획을 언급한 바 있다. 이 중 2억달러(약 2700억원)는 물류망을 보완에 활용하기로 했다. 연내 한국에 18만㎡(약 5만4000평), 축구장 25개 규모의 통합물류센터를 구축할 계획이다. 국내에 오프라인 거점이 없어 CJ대한통운과 계약을 맺은 상태다. 홈플러스익스프레스를 인수하면 이를 활용해 물류 거점으로 삼고 신선식품 사업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쿠팡은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인수할 가능성이 낮다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 애초에 쿠팡은 올해 3월 3년간 3조원 규모의 투자를 계획을 발표했다. 현재 약 182개 시군구(전체 260개)에서 로켓배송을 운영하는 것을 넘어서 230여개로 확대하겠다고 했다. 쿠팡은 현재 30개 지역에 100여개 이상의 물류 기반 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굳이 수도권에 치중된 SSM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인수에 나설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들 업체들은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인수를 구체적으로 고려하지 않는 분위기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두고 별도 논의하거나 결정된 바 없다"고 전했다. 알리익스프레스 관계자도 "공식적으로 논의된 사항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업계에서는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분리 매각하는 것은 오프라인 시장 침체로 대형마트까지 한꺼번에 매도할 경우 대형 매물이라 매각 금액을 충당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관건은 지속되는 적자기조를 해결할 수 있을지 여부다. 홈플러스는 제25기(2022년 3월 1일부터 2023년 2월 28일까지) 회계연도 기준 매출액 6조6006억원으로 전년 대비 1.8% 늘었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은 2602억원, 445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94.8%, 1098% 적자 폭이 커졌다. 제26기(2023년 3월 1일~2024년 2월 28일) 회계연도 기준 홈플러스 총 매출은 6조9315억원으로 전년 대비 5.01% 증가했다. 같은기간 영업손실은 1994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적자 폭이 23.3% 개선됐다.
홈플러스가 점포를 매각한 후 판매 후 재입점(세일즈 앤드 리스백)을 하다 보니 당장 현금을 확보할 수 있으나 그 과정에서 임차료 등 판매관리비 상승과 같은 부담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또한 경쟁력 강화를 위한 온·오프라인 투자 확대 등 선제적인 투자가 수익성 감소에 영향을 줬다.
최근 홈플러스는 총액 1조3000억원 규모의 리파이낸싱(재융자)을 진행했다. 홈플러스는 지난 4월 메리츠증권, 메리츠화재, 메리츠캐피탈 등 총 3개사로 이루어진 대주단과 3년 만기 조건으로 계약에 합의한 후, 지난 5월 22일 정식 계약을 체결했다.
홈플러스는 이번 리파이낸싱을 통해 약 1조원의 유동부채를 상환하면서 재무안정성이 개선됐다. 올해 상반기에는 자산재평가도 예정돼 총 1조원대로 예상되는 재평가가 완료되고 나면 부채비율 등 재무구조도 확연히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익스프레스 사업부문 매각 검토와 관련해 "다수의 유통 업체들이 익스프레스 사업부문에 관심을 보여 지속성장을 위한 여러 전략적 선택지 중 하나로 매각 가능성과 효과를 검토하는 단계이나,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 없다"며 "검토 중인 부분이 매각으로 이어진다면, 확보된 자금으로 성장성이 검증된 홈플러스 메가푸드마켓 전환을 확대하고, 온라인 배송 인프라와 서비스를 강화하고 차입금 상환을 통해 재무구조가 개선될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