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부동산 PF' 수익성·연체율 악화···"몸집 줄일 수 밖에"
[서울파이낸스 정지수 기자] 국내 저축은행의 여·수신 규모가 줄어들고 있다. 고금리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의 영향으로 자산 건전성이 악화하자 저측은행들이 몸집을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의 위기가 지속되자 저축은행 '뱅크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1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기준 국내 79개 저축은행의 여신 잔액은 100조7456억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11조 3423억원(10.11%) 감소했다. 여신 잔액은 지난해 1월 115조6003억원을 기록한 이후 15개월 연속 감소세다.
수신 잔액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 4월 말 수신 잔액은 102조9747억원으로, 1년 전보다 11조5513억원(10.08%) 줄었다. 수신 잔액은 올해 3월 전 달 대비 183억원 소폭 상승한 바 있지만, 한 달 만에 다시 감소 전환했다. 이는 2021년 12월 102조4435억원을 기록한 이후 가장 작은 수치다.
이처럼 저축은행의 여·수신 규모가 줄어든 것은 고금리 장기화와 부동산 PF에 따라 수익성과 연체율이 악화했기 때문이다.
저축은행업권은 올해 1분기 1543억원의 순손실을 보이며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527억원)와 비교하면 3배 가량 급증한 수준이다.
연체율도 급등했다. 저축은행의 1분기 연체율은 8.80%로. 지난해 말 6.55% 대비 2.25%p 상승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저축은행들은 건전성 관리를 위해 여·수신 규모를 줄일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저축은행들은 2022년 레고랜드 사태 이후 부실채권 관리를 위해 보수적으로 대출을 취급하고, 이자비용을 아끼기 위해 수신금리를 낮췄다. 실제 18일 기준 저축은행 정기예금(12개월) 평균 금리는 연 3.66%로, 1년 전(4.00%)보다 0.4% 가까이 줄었다. 같은 날 5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12개월) 평균금리는 3.03%로 저축은행과 0.6% 차이에 그쳤다.
저축은행업계의 이러한 보수적 기조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까지는 어려운 업황이 예상되는 만큼, 저축은행들은 건전성 개선을 위해 경영 효율화에 중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저축은행의 건전성 악화에 따라 '뱅크런' 사태가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저축은행업권은 BIS비율이 법정기준치를 크게 상회하는 등 현 시점의 리스크는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올해까지는 업황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돼 리스크 관리에 초점을 맞출 예정"이라며 "건전성 개선을 위해 충당금 적립 확대 등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