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C커머스' 공습에 움츠려든 국내 이커머스
[기자수첩] 'C커머스' 공습에 움츠려든 국내 이커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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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이지영 기자] 최근 알리익스프레스 등 중국 이커머스의 공습이 거세다. 특히, 알리익스프레스를 운영하는 중국 알리바바그룹이 국내 시장에 3년간 1조4400억원(11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히며 국내 유통시장 공략에 나섰다. 

특히, 이 같은 알리바바의 한국 시장 투자 규모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한 수준이다. 전 세계 240개국에 진출한 알리바바의 해외 매출은 지난 2013년 41억6000위안(7612억원)에서 난해 692억400만위안(12조8497억원)으로 1600% 급증했다. 알리바바의 서유럽 시장 점유율은 4%(2022년)으로 1위 아마존(20%)을 뒤쫓고 있다. 

빠르게 대응에 나선 곳은 쿠팡, 큐텐 등 외국계 기업이다. 쿠팡은 최근 3조원 이상을 투자해 물류센터 신규 운영과 도서 산간지역을 포함한 전국 로켓배송을 확대할 계획이다. 다만 쿠팡의 모회사인 쿠팡Inc는 매출의 대부분을 한국에서 창출하고 있지만,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돼 있다.

싱가포르 기반 외국계 기업 큐텐은 국내 이커머스 1세대 티몬·인터파크·위메프 잇달아 인수하며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최근 글로벌 이커머스 플랫폼 '위시'와 온라인 쇼핑몰 'AK몰'을 1억7300만 달러(약 2300억원), 5억1000여만원에 각각 인수한 상태다.

국내 토종 유통기업 중에선 신세계그룹의 이커머스 사업의 양대 축인 G마켓과 SSG닷컴만이 생존을 위해 CEO 교체, CJ 대한통운과 전방위적 물류 협력에 나서는 등 만반에 준비를 하고 있는 상태다.  

문제는 롯데온, 11번가 등 국내 1세대 이커머스 기업들이 투자확대가 아닌 고강도 긴축 경영에 나섰다는 점이다. 롯데쇼핑의 이커머스 사업 부문 롯데온은 임직원 희망퇴직을 공지했다. 11번가는 오는 9월 서울역 앞 서울스퀘어 사옥을 경기도 광명의 유플래닛 타워 이전을 결정했다. 기업공개(IPO)가 지연되면서 재무적 투자자(FI) 주도의 매각 작업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에는 비용 절감을 위해 희망퇴직과 내부 인력 재배치 등을 마무리했다.

치열한 이커머스 시장에서 수익성 기반을 최우선 목표로 적자를 줄이려는 행보는 이해할 수 있지만 인력 경영 효율화 작업 이후 성장 동력이 마땅치 않다면 장기적으로는 경쟁사에 밀릴 수밖에 없다.

중국의 대규모 투자자본이 국내 시장에 들어온 이상 국내 경쟁사들은 선제적인 투자를 단행하지 않으면 중국의 거대 유통 공룡에 잠식당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제조와 물류·서비스 등 국내 소매 유통 질서가 혼란을 겪을 것은 불보듯 뻔하다. 국내외 시장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생존을 위한 투자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지금이라도 필사즉생(必死則生)의 심경으로 신성장 동력을 마련하고 투자를 단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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