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실효성 의문···무차별적 개인정보 상품화 전면 재검토 필요"
[서울파이낸스 이도경 기자]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지난 5월 개인정보 보호법 시행령 개정안 예고와 함께 본격 추진하고 있는 마이데이터(개인정보전송요구권) 제도에 대해 업계 및 소비자 단체의 우려가 잇따르고 있다.
◇국내 소비자 정보 해외 유출, 유통산업 경쟁력 저하 등 부작용 산재= 박성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 회장은 29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마이데이터 제도와 국내 유통산업의 미래' 세미나에 참석해 "유통분야 마이데이터로 인해 국내 데이터의 해외 유출, 데이터 산업에 대한 투자 의지 저하, 국내 유통산업 경쟁력 저하 등 다양한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고 밝혔다.
마이데이터는 정보주체의 개인정보를 다른 컨트롤러에게 전송할 수 있게 해줌으로써 정보주체에게 자신과 관련한 개인정보에 대해 더 많은 통제력을 부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앞서 개보위는 마이데이터 제도를 내년 의료·통신·유통 분야에 적용하는 등 전 분야로 확대하기 위해 지난 5월 1일 개인정보보호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시행령에 따르면 최근 3년 내 매출 평균 1500억원 이상, 300만명 이상의 개인정보를 저장하는 유통업체는 소비자 동의 시 개인정보를 마이데이터 업체에 보내게 된다.
박 회장은 "최근 알리가 명확한 고지 없이 국내 이용자의 정보를 해외 판매업체에 제공해 약 19억원의 과징금을 받았는데, 이처럼 C-커머스(China+E-Commerce) 확산에 있어 우리 정보가 무분별하게 유출될 수도 있다"며 "전송의무자에 대형 오프라인 유통 사업자는 제외하고, 온라인 유통 사업자에게만 전송 의무를 부과하고 있어 형평성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보주체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강화한다는 측면에는 이상적으로는 공감하고 있지만, 시행 후 부작용에 대해 실질적인 연구가 선행되지 않은 점은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 마이데이터 제도, 국내 실효성 의문···스타트업 피해 우려도= 우리나라의 경우 유럽과 달리 이번 마이데이터 제도의 실효성을 보기 어렵고, 오히려 막대한 비용의 서버 유지·관리가 어려운 국내 스타트업에 피해로 돌아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현경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스타트업이 막대한 비용의 마이데이터 서버를 유지·관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일이고, 이제 막 데이터를 수집해 새로운 사업을 개발하고 있는 스타트업 기업들이 자신의 데이터를 경쟁사에 전송해야 하는 불합리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마이데이터 제도는 정보 주체의 권리를 강화하거나 락인 효과를 완화하기 위한 제도인데, 우리나라가 유럽처럼 소수의 서비스에 이용자가 고착돼 유효 경쟁이 이뤄지지 않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제도적 효과를 볼 수 있는가는 의문"이라며 "개인정보보호법은 정보주체의 권리 보장이 주 목적이지, 데이터 시장법이 아니다. 주객전도로 입법 목적이 희석되는 것은 아닌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우려했다.
◇ 소비자단체 "무차별적인 개인정보 상품화···마이데이터 산업 전면 재검토 필요"= 소비자 단체 역시 마이데이터 사업의 확대 시행으로 사업자들이 소비자의 개인정보를 상업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정보 제공을 유도할 수 있다며, 통제장치 없이 무차별적으로 개인정보 상품화를 추진하는 마이데이터 사업에 대해 전면 재검토를 요구했다.
한국소비자연맹,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소비자시민모임, 진보네트워크센터, 참여연대 등 5개 소비자단체는 지난 23일 공동 성명울 통해 "최근 공개된 유통 분야 마이데이터 사업의 세부 전송요구 항목에 따르면 소비자가 정보 제공에 동의하는 순간 전 세계 수많은 사업자가 소비자의 쇼핑 구매내역, 배송정보, 지불방법, 멤버십 정보 등을 손쉽게 가져다 상업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며 "해킹과 보이스피싱 등 위험에도 취약해진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마이데이터에 대한 취지를 소비자가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상태로 사업이 본격화되면 개인은 서비스 이용을 위해 수동적으로 약관에 동의하고 이후에는 정보가 어떻게 사용되는지 알 수 없게 되는 등 정보 주체로 역할을 할 수 없게 될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이날 세미나에 참석해 "소비자들이 무심코 한 번 동의하는 것만으로 구매 정보가 무차별적으로 국내 참여기업에 제공될 수 있다"며 "안전과 통제장치 없이 무차별적으로 개인정보를 상품화하는 마이데이터 제도의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