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건 이상 스팩 합병 진행한 증권사 중 철회율 가장 높아
[서울파이낸스 이서영 기자] 스팩(SPAC) 명가로 불리던 NH투자증권이 최근 잇달아 스팩 합병 심사 철회가 발생하는 등 다소 부진한 결과를 내고 있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012년부터 스팩 합병을 진행해 예비 상장 심사 청구를 넣었던 총 223개의 스팩 중 심사 도중에 철회했거나 혹은 심사 미승인 등 스팩 합병 상장을 추진하지 못한 스팩은 67건으로 확인됐다.
상장에 실패한 67건 중 14건은 NH투자증권의 스팩이다. NH투자증권 스스로 심사를 철회한 것이 10건이며, 3건은 심사 미승인 받았다. 1건은 상장을 철회했다. 심사를 철회한 스팩이 10건이 넘는 곳은 NH투자증권이 유일했다.
NH투자증권은 31건으로 가장 많은 스팩 상장 심사를 청구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상장 실패율이 45.16%나 됐다. 20건 이상 스팩 상장을 한 증권사 IBK투자증권(26건)과 하나증권(26건)은 실패 사례가 각각 8건(30.77%), 6건(23.08%)에 그쳤다. 10건 이상 진행한 증권사 중 대신증권(17건)의 실패율은 29.41%, KB증권(14건)은 0%, 미래에셋증권(12건)은 41.66%, 교보증권(12건) 16.6%로 나타냈다.
NH투자증권의 스팩 철회는 지난해부터 잦아졌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NH투자증권은 스팩 합병의 명가라 불릴 정도로 합병 승인율이 좋았지만, 19호부터 제동이 걸렸다.
NH투자증권은 지난 2021년 5월 공모금액이 960억원에 달하는 엔에이치스팩19호를 코스피에 상장시켰다. 국내 상장한 스팩 중 최대 공모 규모로 지난 2010년 이후 첫 코스피 상장 스팩이었다. 공모금액이 200억원을 넘으면 대형 스팩으로 불린다. 해당 스팩은 오아시스와 합병 등이 검토됐지만, 끝내 상장 폐지의 길로 접어들었다.
엔에이치스팩20호는 크리에이츠와 합병을 시도했지만, 실패 후 상장폐지됐다.
대형 스팩 상장은 시장 공모가가 비교적 높고, 인수 대상 기업이 이미 인수를 시도한 기업이라는 점에서 시장에서 그다지 인기를 얻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규모가 작었던 엔에이치스팩21호-코닉오토메이션, 22호-슈어소프트테크 합병은 19·20호보다 먼저 합병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다만, 최근 대형 스팩 상장이 아니었음에도 심사 철회가 이뤄졌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엔에이치스팩23호는 HB인베스트먼트가 벤처 캐피탈 스팩 합병 방식으로 진행하려 했으나, 해당 방법이 불가한다는 판단에서 철회됐다. 벤처투자 촉진에 관한 법률에선 창업투자회사가 다른 창업투자회사의 지분을 보유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당시 23호에는 SBI인베스트먼트가 최대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었다. 철회 후 메인라인을 합병 회사로 찾았지만 이 또한 성사되지 않았다.
스팩23호의 경우 납입일이 2022년6월로 2025년 12월까지 합병예비심사를 청구하지 못한다면 2025년 1월경에는 상장폐지가 될 가능성이 있다. NH투자증권 4개월 내에 회사를 찾지 못하다면 해당 스팩은 해산한다.
24호는 이미 지난해 9월에 뉴온과의 합병을 철회했다. 이후 뉴온은 키움스팩1호와 합병해 상장에 성공하는 모습을 보였다.
25호의 경우도 23호에 마찬가지로 벤처 캐피탈 스팩 합병으로 캡스톤파트너스과 합병을 진행하려 했지만 철회했다. 이후 삼프로TV로 알려진 이브로드캐스팅과 합병하려고 했지만, 고평가 등으로 인해 철회했다.
결과적으로 벤처캐피탈 스팩 합병에 대한 착오가 발생했고, 합병 할만한 새로운 회사도 찾지 못한 것이 실패 요인이 됐다.
이런 상황에서 향후 스팩 합병을 위한 회사를 찾는 일은 점점 어려워질 전망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상장 시장이 올해 상반기에는 좋았지만, 하반기에는 IPO 자체 시장이 상황이 좋지 않다"며 "스팩도 IPO와 마찬가지로 시장이 흘러가는 경향이 있다보니 스팩 상장도 조심스러워진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NH투자증권 측은 "시장의 지지부진한 관계로 스팩 또한 부진한 영향이 있다"고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