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배우자와 자식 빼고 다 바꾼다는 각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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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7월 31일은 LG전자에게 '굴욕의 날'이었을 것이다. 이날은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을 책임진 MC사업본부가 26년만에 공식적으로 사라진 날이다. 불과 1년전만 하더라도 LG전자 스마트폰은 네이밍 방식을 변경하며 체질개선을 모색했다. 2020년 LG전자는 LG벨벳과 LG윙을 출시했다. 이는 이전과 다른 네이밍 방식이다. 

다소 갑작스러울 수 있는 LG전자의 스마트폰 철수는 구광모 LG 회장의 비전이 반영된 것이다. 구 회장은 2018년 5월 선대회장의 사망 이후 한달만에 회장에 취임했다. 이후 약 1년 가량 그룹 내 사업 현황을 둘러본 뒤 스마트폰 사업 철수를 결정한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LG전자 MC사업본부는 2015년부터 2020년까지 누적적자 5조원을 기록한 바 있다. 

현재까지 LG전자의 이 같은 결정은 전화위복이 되고 있다. 장기적자를 보고 있는 사업을 철수하면서 영업이익을 끌어올렸고 이를 바탕으로 신사업에 투자할 발판을 마련했다. 

대내외 경영환경에 불확실성이 커지고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기업들은 과감한 체질개선을 모색하고 있다. 거의 모든 기업들이 과감한 변화를 모색하고 있지만, 유난히 한 기업은 여기에 대해 소극적이다. 바로 삼성전자의 얘기다. 

"삼성전자는 혁신을 하지 않는다"는 말은 다소 의아하게 들릴 수 있다. 그들은 올해 초 갤럭시S24에 생성형 AI를 도입해 스마트폰을 AI 중심으로 패러다임 전환했다. 이 변화는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에 'AI폰'이라는 새로운 과제를 던져줬다. 그리고 AI폰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리드를 지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는 몇 가지 지점에서 혁신이 정체됐다. 가장 대표적인 영역은 고대역폭메모리(HBM)다. 이미 오래전부터 AI 시장의 확대에 따라 HBM은 고부가제품으로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투자 적기를 놓쳐 SK하이닉스에 HBM 주도권을 내주는 처지에 놓였다. 

뒤늦게 HBM 투자를 확대하고 AI 반도체에 적용할 수 있는 신기술을 개발하고 있지만, AI 생태계에서 선도 기업으로 자리 잡지는 못하고 있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아무리 시장 경쟁이 치열한 사업에서도 '초격차' 전략으로 시장을 선도해왔다. 적어도 AI 반도체 분야에서는 '초격차'라는 말을 쓰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특유의 인프라와 노하우가 있는 만큼 AI 반도체 시장의 주도권은 얼마든지 되찾을 수 있다. 그러려면 기업문화 개선이라는 과제가 해결돼야 한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은 지난달 8일 총파업을 시작해 약 한달 가까이 파업을 단행했다. 사측과의 임금 협상은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았고 노조 측은 결국 '장기전'을 선언했다. 삼성전자에서 노사 갈등이 찝찝한 과제로 남게 된 셈이다. 

노사 갈등은 한때 현대차의 주요 고민거리였다. 그러나 최근 현대차 노사는 6년 연속 무파업 임단협을 타결했다. 기업문화가 변하고 젊은 노동자들의 생각도 바뀐 상황에서 '파업'이라는 극단적 결정이 나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삼성전자는 다른 기업들이 오래전에 돌파구를 찾은 과제에 대해 이제서야 끌어안고 있는 꼴이 됐다. 

'정체된 노사관계'와 '혁신의 부재'는 닭과 달걀의 과제처럼 돌고 돈다. 어느 하나를 먼저 해결하기보다 두 과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패러다임의 과감한 전환과 설득이 필요하다. LG전자가 MC사업본부를 철수하기까지 갈등이 없었을까? 그 갈등은 결과적으로 전화위복이 됐고 새로운 시장에 뛰어들 발판을 마련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은 노사관계와 기술 혁신에서 보다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 이건희 선대회장의 프랑크푸르트 선언을 되새겨야 할 때다. 

여용준 산업1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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