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한국은행이 과열된 입시경쟁으로 인한 사회적 문제 해소를 위해 '지역별 비례선발제'를 제언했다. 대학이 자발적으로 지역별 학령인구 비율을 반영해 신입생을 선발하되, 선발기준과 전형방법 등을 자율적으로 선택하는 방식이다.
27일 한은 경제연구원 미시제도연구실의 이동원 실장과 정종우 과장, 김혜진 부경대학교 교수는 '입시경쟁 과열로 인한 사회문제와 대응방안: BOK이슈노트'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보고서를 작성한 이 실장과 정 과장은 입시경쟁 과열로 인해 △사회경제적 지위의 대물림 심화 △대학 내 교육적 다양성 부족 △인구집중과 저출산·만혼 △학생 정서불안과 교육성과 저하 등의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작성자들은 지역별 비례선발제를 제시했다. 해당 제도는 대학이 자발적으로 입학정원의 대부분을 지역별 학령인구 비율을 반영해 선발하되, 선발기준과 전형방법 등은 자유롭게 선택하는 제도다.
정부 역시 지역별 비례선발제의 추진을 적극 수용하고, 필요에 따라 재정 지원 등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 특히 사후적으로 대학이 대입전형계획을 준수하고 입시비리등이 발생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점검도 꼼꼼히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은 미시제도연구실은 지역별 비례선발제의 예시로 1998년부터 '내신 상위 10% 자동입학제'를 도입하고 있는 미국 텍사스주의 사례를 제시했다.
해당 제도는 텍사스의 고등학교에서 내신 상위 10% 이내로 졸업한 학생이 원하는 텍사스 내 주립대에 자동 합격할 수 있도록 하는 무시험 입학제도다. 대표적으로 미국 명문대 중 하나인 텍사스 주립대 오스틴 캠퍼스는 해당 제도 도입 이후 교육적 다양성이 확대됐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실제 2015년까지 텍사스 대학의 합격생을 배출한 고등학교 수는 50% 정도 늘어났다. 이 중 명문고등학교 졸업생의 입학률은 감소한 반면, 소외지역 고등학교 졸업생의 입학률은 증가했다.
반대로 텍사스 주립대 오스틴 캠퍼스 대신 다른 대학에 진학한 학생은 졸업률이나 취업 후 소득에서 유의한 감소를 경험하지 않았다. 이는 이들 학생이 좋은 사회경제적 배경을 가지고 있어 소속대학의 자원과 특성에 덜 영향을 받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미시제도연구실은 해당 제도의 도입시 기대되는 효과는 크게 △사회경제적 배경의 영향 완화 △대학 내 지역적 다양성 확보 △구조적 사회문제 완화 등 세가지다.
먼저 큰 혁신을 이룰 수 있었던 인재가 경제적·교육적 불평등으로 그 기회를 잃는 '잃어버린 인재' 현상을 축소할 수 있다는 장점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역별 합격자 비율이 고3 학생 비율의 '0.7배 이상 1.3배 이하'가 되도록 규칙을 적용 시, 서울대 진학률과 잠재력 진학률 간 격차가 현재 0.14%p에서 0.05%p로 64%나 급감한다고 진단했다.
지역적 다양성 확보 측면에서도 지역별 비례선발제는 유효하다. 인종과 언어 등이 상대적으로 동질적인 우리나라에서, 출신지역을 기준으로 다양성을 확대하는 것이 대학교육의 질을 높이는 효과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서울에 집중된 입시경쟁을 지역적으로 분산시켜, 수도권 인구집중이나 서울 주택가격 상승, 저출산·만혼 등의 문제를 완화하는 효과도 있다.
보고서를 작성한 정종우 과장은 "지역별 비례선발제는 출신지역을 통해 부모의 경제력이나 사교육 환경 등 사회경제적 배경이 입시에 미치는 영향을 줄여, 어디에나 존재하는 인재를 발굴하는 데 효과적인 방법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