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HBM3E 12단 공급 확대···하반기 실적 확대 전망
삼성전자, 4Q 퀄테스트 전망···HBM3E 수요 확대에 수혜 예상
[서울파이낸스 여용준 기자] 엔비디아가 시장 전망치를 뛰어넘는 실적을 거둔 가운데 하반기 실적도 상승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도 수혜가 예상된다.
엔비디아는 올해 2분기(5~7월)에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2% 증가한 300억4000만 달러(약 40조원), 주당 순이익은 0.68달러(909원)를 기록했다고 28일(현지시간) 밝혔다. 엔비디아가 분기 매출 300억 달러를 뛰어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시장 전망치인 매출 287억 달러와 주당 순이익 0.64달러를 뛰어넘는 수준이다.
엔비디아의 이번 실적은 AI칩을 포함한 데이터센터 사업 매출이 급상승하면서 이뤄졌다. 데이터센터 사업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54% 늘어난 263억 달러로 시장 전망치 252억4000만 달러를 뛰어넘은 수준이다. 전체 매출에서 데이터센터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88%에 이른다. 이 밖에 게임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6% 늘어난 29억 달러를 기록했다.
하반기에도 엔비디아의 상승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엔비디아는 3분기(8~10월) 매출이 325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시장 전망치 317억 달러를 뛰어넘는 수준이다. 또 4분기(11~1월)부터 새 AI칩 블랙웰(Blackwell)의 양산에 들어가면서 수십억 달러의 매출을 거둘 것이라고 예상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블룸버그TV와 인터뷰에서 "블랙웰 칩 공급량이 아주 많을 것이고, 더 늘릴 수 있을 것"이라며 "블랙웰 칩 샘플이 이미 오늘 전 세계로 나가고 있다. 대량 생산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엔비디아의 상승세가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하반기 실적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SK하이닉스는 블랙웰에 직접 HBM3E 12단을 공급하는 만큼 4분기 실적에 직접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당초 업계에서는 블랙웰의 출시가 늦춰진다는 루머가 있었으나 엔비디아가 컨퍼런스콜에서 직접 양산 시기를 밝혔고 시장 전망도 긍정적으로 보는 만큼 SK하이닉스도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일각에서 블랙웰에 설계 오류를 지적하기도 했으나 젠슨 황 CEO는 "블랙웰에 설계 오류는 없다. 디자인에 작은 문제가 있었고 이를 모두 해결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앞서 2분기 SK하이닉스의 HBM 매출은 전분기 대비 80% 이상, 전년 동기 대비 250% 이상 늘었다. 전체 D램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두 자릿수로 늘어난 만큼 실적 상승세에 크게 기여할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2분기 매출 16조4233억원, 영업이익 5조4658억원을 기록했다. 분기 매출로는 역대 최대 수준이며 영업이익은 2018년 슈퍼 사이클 이후 처음으로 5조원대에 진입했다.
블랙웰의 물량 확대에 따라 삼성전자도 수혜를 볼 것으로 보인다. 이달 초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삼성전자 HBM3E 8단이 최근 엔비디아의 품질 테스트를 통과했다. 가장 중요한 HBM3E 12단은 현재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이번 컨퍼런스콜에서 젠슨 황 CEO가 삼성전자에 대해 별도의 언급이 없었던 만큼 테스트는 순조롭게 진행 중인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젠슨 황 CEO는 지난 6월 삼성전자 HBM3E의 품질 테스트와 관련해 "아직 끝나지 않았을 뿐이며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엔비디아의 AI칩 공급 물량이 늘어나는 만큼 SK하이닉스의 물량만 가지고는 감당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5월 AI 수요가 늘어나면서 2025년도 HBM 물량까지 모두 소진됐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엔비디아는 부족한 HBM 물량을 삼성전자로부터 확보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하반기 실적 동반 상승이 예상된다. 증권가 전망치에 따르면 삼성전자 DS부문은 3분기와 4분기에 매출이 각각 3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영업이익 역시 3분기에 8조원대 이상을 기록하고 4분기에는 9~10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서승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올해 HBM 공급 계획을 기존 3배에서 약 4배로 상향했으며 D램 매출 내 HBM 비중은 1분기 9%, 2분기 12%로 추정된다"며 "3분기에도 AI 서버향 메모리 판가 상승이 지속되며 메모리 반도체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삼성전자 역시 "AI 서버용 고부가가치 제품 수요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HBM 생산 능력 확충을 통해 HBM3E 판매 비중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분기 최대 실적을 기록한 SK하이닉스도 하반기에 상승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증권가에서는 SK하이닉스가 3분기에 17조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고 4분기에 20조원 내외까지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영업이익 역시 3분기 7조원대, 4분기 9조원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의 실적 상승세에 대해 "엔비디아가 4분기 출시 예정인 블랙웰 플랫폼에서 HBM3E 주문이 급증하고 있고 빅테크 업체들도 맞춤형 HBM3E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라며 "올 4분기 HBM 생산능력이 1분기 대비 2.5배 증설이 이뤄져도 이미 완판된 HBM의 공급부족은 하반기에 심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엔비디아가 시장 전망치를 뛰어넘는 실적을 발표했음에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뉴욕 증시 시간 외 거래에서 5% 이상 주가가 하락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의 주가는 29일 오후 2시 기준 전일 대비 2.75% 떨어진 7만4300원에 거래되고 있다. SK하이닉스 역시 전일 대비 5.35% 하락한 16만9700원에 거래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