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올해 하반기 부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경·공매가 본격화하면서 저축은행업권의 추가 손실 규모가 최대 1조7000억원에 달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나이스신용평가(나신평)는 20일 '저축은행 부동산 PF 부실 정리 어디까지 왔나' 보고서를 통해 "저축은행의 부동산 PF 관련 최종 손실 규모는 2조6000억∼3조9000억원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4월 발표한 전망치인 최대 4조8000억원보다 작지만, 6월 말 기준 저축은행업권의 기적립 대손충당금·준비금 규모인 2조2000억원보다 많은 규모다. 저축은행업권이 앞으로 최소 4000억원, 최대 1조7000억원의 충당금을 추가로 쌓아야 할 수 있다는 의미다.
나신평 측은 부동산 PF 관련 추가 손실 인식이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정현 나신평 수석연구원은 "저축은행은 부동산 PF 익스포저(위험노출액)에서 차지하는 '유의' 및 '부실우려' 비중이 다른 업종보다 크고, 관련 부실 위험이 높다"고 지적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달 말 발표한 PF사업장 평가에 따르면 저축은행업권의 경우 '유의' 및 '부실우려'로 분류되는 사업장 비중은 22.4%로 증권사(12.5%), 캐피탈사(8.7%)보다 컸다. '유의' 또는 '부실우려'로 분류된 사업장은 경·공매 등 신속하게 구조조정을 추진해야 하고 관련 충당금도 쌓아야 한다.
이 연구원은 "하반기 '유의' 및 '부실 우려' 사업장의 경·공매가 진행될수록 매각 과정에서 손실이 발생하고 그 규모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실제 저축은행업권의 부동산 PF 익스포저는 지난해 말 6조9000억원에서 6월 말 5조4000억원으로 규모는 줄었으나, 잔여 익스포저의 고정이하여신(NPL)비율이 같은 기간 7.3%에서 22.2%로 늘어 자산건전성 지표는 악화했다.
이 연구원은 "보유 PF 사업장의 분양률 부진이 지속되고 있고 2회 이상 만기 연장된 대출 비중이 높은 가운데 대부분의 만기가 내년 상반기 내 집중돼 있다"고 말했다.
나신평에 따르면 지난 6월 '양호' 및 '보통'으로 분류된 저축은행 부동산 PF의 분양률은 38.8%로 손익분기점 분양률인 62.2%보다 작다. 여기에 분양이 대부분 마무리돼 순차적으로 대출금 상환이 진행되고 있는 정상 사업장을 제외하면 분양률은 19.8%로 더 낮아진다.
또 '양호' 및 '보통'으로 분류된 부동산 PF 중 내년 상반기 내 대출 만기가 도래하는 사업장 비중은 81.7%에 달한다. 분양 부진이 계속되고 이에 따라 대출 만기가 추가 연장되면 '양호' 및 '보통' 사업장이 추후 '유의' 및 '부실 우려' 사업장으로 재평가돼 저축은행의 추가 손실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연구원은 "현재까지는 시중금리 하락과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을 기반으로 질서 있는 정리가 진행 중"이라면서도 "다만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 부실 정리 작업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며 추가 손실 인식 부담이 존재하는 상황이라 단기간 내 저축은행의 실적 개선은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최근 일명 'PF 정상화 펀드'를 통한 저축은행 부동산 PF 부실 처리 과정에서 '파킹거래' 논란이 발생했다"며 "이러한 편법적 매각이 많아질 경우 부동산 PF 정상화는 조금 더 지연되고 추가 적립 필요 충당금도 더욱 증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