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여용준 기자] 국회가 가맹사업법(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과 대리점법(대리점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한 가운데 경제계에서 이에 대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24일 전달했다.
가맹사업법 개정안에는 계약갱신요구권에 대한 행사기간 '10년 제한'을 삭제하고 요구권을 무기한으로 인정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 가맹본부는 사업자단체의 협의 요청에 의무적으로 응해야 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제재를 부과받는다. 또 대리점법 개정안에는 대리점사업자단체 구성권에 대한 규정이 신설됐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은 "사업자 간 '지속적 거래관계를 전제로 상당한 자금이 투자되는 영역' 중 가맹거래만 무기한 계약갱신요구권을 인정하는 것은 법적 형평성에 반할 우려가 있다"며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상 계약갱신요구권 행사 기간은 '10년'으로 제한하고 있고 하도급법·대리점법·대규모유통업법 등에서는 별도로 계약갱신요구권을 보장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계약갱신요구권 행사 기간이 무제한 연기되면 기존 가맹점주는 종신계약으로 기득권을 유지하고 가맹본부는 불량 가맹점 퇴출을 통한 경쟁력 유지가 어려워져 효율적인 가맹점·관리 운영안 수립이 어려워지고 결국 소비자에 대한 서비스 질이 하락할 우려가 있다"며 "계약갱신요구권 행사기간을 무기한 연기하는 제도 개편에 신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맹본부가 사업자단체의 협의 요청에 의무적으로 응하도록 하고 위반 시 시정조치 등 제재를 부과하도록 하는 조항에 대해 한경협은 "과도하다"고 주장했다.
한경협은 "노동법상 사용자-근로자 관계에 준해 본부에 대한 협의 개시를 의무화 하는 것은 과도하다"며 "가맹점사업자는 가맹본부에 종속적인 관계에 있는 것이 아니라 가맹사업법상 본부와 동일하게 '사업자'로 정의돼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이 같은 가맹점주들을 헌법상 근로 3권이 보장된 근로자에 준해 규율하는 것은 가맹사업의 특성을 고려하지 못한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또 한경협은 개정안이 가맹본부에 과도한 부담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경협은 "가맹점사업자단체가 협의권을 가맹본부 경영에 부당하게 간섭할 목적으로 악용할 우려가 있을 뿐 아니라 대다수 본부가 인력 등 규모 면에서 사업자단체보다 열등해 오히려 협상력 열위에 놓일 우려가 있다"며 "가맹본부 거래조건 협의 개시 의무화에 대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대리점사업단체 구성권 관련 조항을 신설하는 것에 대해 한경협은 "대리점사업의 특성 및 사업구조를 반영하지 못한 내용"이라며 "대리점사업자단체 구성을 명문화하는 개정안에 대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경협은 "대리점은 개별 사업자마다 독립적으로 판매가격을 책정하고 영업활동을 하기 때문에 재화·서비스에 대한 동일한 가격정책을 유지하는 가맹점(신용카드가맹점 포함) 사업의 운영방식과 다르다. 대리점사업자단체의 구성권이 명문화될 경우, 가격책정권을 기반으로 담합의 가능성이 높아지고 소비자 후생이 감소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가맹사업법·대리점법 의원 발의안에 기업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못하고 있는 점이 다소 아쉽다"며 "최근 우리 기업의 경영 환경이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계약상 가맹본부·대리점본부가 절대적 우위를 가진 것이 아니라 '계약의 한쪽'임을 고려해 양 당사자의 권리가 형평성 있게 보장 가능한 방향으로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