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고 싶은 데 뺨맞은 카드사···금융당국 카드론 제동
울고 싶은 데 뺨맞은 카드사···금융당국 카드론 제동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8월말 기준 카드론 잔액 42조 '역대 최대치'
당국, 이달까지 리스크관리 계획 제출 요구
카드사 "풍선효과 등 탓에 대출 수요 쏠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최근 금융당국이 카드론 관련 리스크 관리를 주문하는 등 카드대출 옥죄기에 나섰다.

이에 대해 카드사들은 시중은행들의 대출 축소에 따른 풍선효과와 차주 상환 능력 약화에 의한 증가 영향이 크다고 지적하며, 사실상 대출관리 수단이 제한적이라고 항변했다. 매출의 한축인 카드대출마저 옥죌 경우 하반기 실적 악화도 불가피한 상황이라 카드사들의 고심은 커질 수밖에 없다. 

지난 18일 금융감독원은 최근 카드론 잔액이 급증한 3개 카드사(현대·롯데·우리) 3사를 대상으로 이달 말까지 리스크 관리 계획 제출을 요구했다.

이는 지난 8월 기준 카드론 잔액이 8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며 42조원에 육박, 역대 최대치를 경신한 것에 대한 관리 차원으로 풀이된다. 최근 금융권 전반에 대출관리 압박이 거세지며, 상대적으로 대출 문턱이 낮은 업권으로 대출수요가 쏠리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해당 3개사의 경우 카드론 잔액이 타사보다 높은 실정이다. 지난 8월 말 기준 3개사의 카드론 잔액과 전년 대비 증가율을 살펴보면 △현대(5조5866억원, 20.7%↑) △롯데(5조3425억원, 18.9%↑) △우리(3조8660억원, 24.6%↑) 등이다.

3개사의 카드론 잔액 증가규모는 2조5703억원으로 전체(3조1460억원) 81.7%에 달한다. 카드론 규모가 극히 적은 BC카드를 제외하면, 3개사 모두 평균 잔액 증가율(8.1%)을 크게 상회했다.

이에 금감원은 3개사 중 리스크 관리 계획을 제출하지 않거나, 지키지 않는 카드사에 대해 리스크 관리 소홀로 제재에 나설 계획이다. 또한 카드론 증가추이를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필요시 리스크 관리 계획을 전 업권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반면 카드사들은 이 같은 당국의 규제에 다소 억울한 측면이 있다고 항변한다. 카드론 증가원인이 마케팅 확대나 대출금리 인하 등에 기인한 것이 아닌, 자연발생분과 풍선효과에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카드론과 달리 현금서비스(단기카드대출) 잔액(6조7681억원)은 일년새 3% 줄었으며, 리볼빙(일부결제금액이월약정) 잔액(7조1815억원) 역시 같은 기간 4.1%나 감소했다.

또 카드사들의 조달금리로 활용되는 여전채(AA+, 3년물) 금리가 작년 8월 말 4.433%에서 올해 8월 말 3.431%로 1%포인트(p) 가량 급감했음에도, 카드론 평균금리(7개사 기준)는 같은 기간 14.01%에서 14.42%로 오히려 상승했다.

여기에 올해 누적 카드론 이용실적(30조5995억원) 증가율은 4.8%로 잔액 증가율(8.1%)을 크게 하회한 반면, 빚으로 빚을 갚는 형태인 대환대출 잔액의 경우 일년새 24.9%나 급증하며, 카드론 증가율을 훌쩍 뛰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카드론 취급을 늘렸다기보다는 다른 업권에서 대출을 거절당한 수요가 쏠린 영향이 크다"며 "실제 저신용 차주들이 많이 넘어오며 카드론 금리가 뛴 부분도 있고, 차주들이 상환능력이 악화돼 상각 처리하는 규모도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은행대출과 달리 카드대출은 발급 단계에서 심사가 이뤄진다. 대출문턱을 높일 방법이 사실상 한도 축소 정도에 불과하다"며 "작년부터 건전성 관리를 강화하고 있지만, 취약차주 수요가 몰리는 등 어려움을 느끼는 부분이 많다. 수익성을 위해 무리하게 대출을 늘린 것이 결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당국이 카드사 대출 옥죄기에 나서며, 하반기 카드사들의 실적악화가 예상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거듭된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로 본업이라 할 수 있는 신용판매 부문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되면서, 그간 카드대출 부문이 카드사의 실적 대부분을 담당했기 때문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본원적 수익기반인 신용판매 부문이 약화되면서 대체 수익기반인 카드론 의존도가 높아졌다"며 "여전히 조달금리가 높은 가운데 당국의 대출 관리가 강화될 경우 점진적으로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 당장의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신용판매 부문을 대체한 수익원이 마땅찮은 점이 현재 업권의 딜레마"라고 지적했다.



이 시간 주요 뉴스
저탄소/기후변화
전국/지역경제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