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폐업 자영업자 100만 시대
[데스크 칼럼] 폐업 자영업자 100만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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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때보다 더 힘들죠." 

자영업자 대다수가 이구동성으로 내뱉는 하소연이다. 코로나가 창궐하는 걸 막기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집합금리, 영업시간 제한 등의 조치가 취해졌던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시기보다 상황이 더 악화됐기 때문이다. 

당시만 해도 버티면 나아질 거라는 희망이라도 있었지만, 이런 기대마저 저버린 지 오래됐다는 게 자영업자들의 대체적인 반응이다. 최근 나온 각종 통계 수치만 보더라도 이들의 성토가 괜한 엄살이 아니라는 걸 체감할 수 있다.

국세청 국세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사업을 접고 폐업 신고를 한 사업자(개인·법인)는 98만6487명으로 전년(86만7292명)과 견줘 11만9195명 늘었다. 한 해 동안 100만명이 육박하는 자영업자가 줄폐업한 것인데,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06년 이후 최고치다.

이들의 소득 하락세 역시 가파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이 국세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개인사업자 종합소득세 신고분 1146만4368건 중 860만9018건(75.1%)이 월소득 100만원 미만이었다. 개인사업자 4명 중 3명은 한 달 소득이 100만원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얘기다. 

심지어 소득이 전혀 없다는 '소득 0원' 신고분도 94만4250건(8.2%)이나 됐다. 과세 신고분과 실제 소득이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해도, 저소득 자영업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다중채무자로 내몰리는 자영업자 증가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지난 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조국혁신당 차규근 의원이 한국은행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자영업자의 71%가 다중채무자로, 해당 대출 잔액의 연체율이 3년 새 3.3배(2021년 2분기 0.58%→2024년 2분기 1.8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내은행 대출 연체율의 4배가량 높은 수치다.

그동안 원리금 상환 유예나 만기 연장 등 정부의 금융지원으로 근근이 버텨왔지만, 점점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내수 부진이 장기화된 데다 2차 베이비부머(1965~1974년생) 세대들의 은퇴가 본격화되면서 자영업자의 상황은 악화일로를 걸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처럼 563만 자영업자들은 고물가·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내수 침체와 함께 원자재비 상승, 전기·가스요금 인상, 인건비 상승, 배달료 압박 등 4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여기에 출혈경쟁 등 구조적 문제까지 안고 있다.

경기 침체에서 탈출하기 위해선 수출 선전뿐 아니라 내수 회복이 뒷받침돼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하며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민생"이라며 "내수 활성화를 위해 중앙정부뿐 아니라 지자체, 민간이 함께 뛰어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최근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12개월 연속 플러스 행진을 펼치는 수출과 달리 내수 경기가 부진하다는 진단을 11개월째 유지했다. 

정부 역시 구호로만 그칠 게 아니라 내수 진작을 위해 추가 금리 인하, 채무 재조정, 폐업지원 및 재취업 일자리 확대 등 다양한 대책과 과감한 시도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도 못 막는 사태가 일어나기 전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김창남 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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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된자 2024-10-12 19:49:41
진짜 경기 코로나보다 더 안좋아요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