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노조 "일방적 인력 구조조정"···KT "강압적 인력 감축 아닌 직무 재배치"
[서울파이낸스 이도경 기자] KT가 통신 네트워크 운용·관리 자회사 설립을 통해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진행하자 KT노동조합이 즉각 반발에 나섰다. KT 측은 인위적이고 강압적인 인력 감축이 아닌 일부 직무 및 인력 재배치를 추진하는 것이라 밝혔으나, 노동조합 측은 노조와 협의 없는 일방적 구조조정이라고 주장했다.
KT노동조합(제1노조)는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KT 광화문 본사 앞에 모여 구조조정에 대한 투쟁 결의에 나섰다. 이날 현장에는 김인관 KT 노조위원장을 비롯한 전국 KT노동조합 지역 간부 약 288명이 모여 KT의 일방적 조직 개편을 규탄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이번 조직 개편은 43년 KT 노조의 근간을 훼손하는 조직 말살 정책"이라며 "과거 2009년, 2014년과 같은 대규모 구조조정을 막아내겠다는 약속으로 위원장에 당선됐다. 그 약속을 위해 오늘 저녁부터 투쟁 철야 농성을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김윤철 KT서부지방본부 위원장은 “10년 전인 2014년 황창규 대표 취임 당시 구조조정으로 8000여명이 회사를 떠났는데, 이번 구조조정이 실행된다면 다음엔 KT라는 이름 자체가 없어질 수도 있다"며 "이번만큼은 물러날 수 없다.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앞서 KT는 지난 15일 이사회를 열고 자회사 'KT OSP'와 'KT P&M(가칭)' 설립 안건을 의결했다. 해당 법인은 내년 1월 법인 등기를 마치고 출범할 예정으로, 법인 신설과 함께 네트워크 관리 부문 직원 약 5700명이 재배치 대상이 됐다.
구체적으로는 고객 개통 업무 등을 담당하는 4400명의 인력 중 약 3400명을 KT OSP에, 유지보수 업무 등을 담당하는 420명 중 약 380명은 KT P&M으로 선발해 전출한다. 전출을 원하지 않는 직원에게는 특별 희망퇴직 신청을 받을 예정이다.
KT 노조 지역간부는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이 필요 없다고 약속한 김영섭 대표가 AI 산업을 키우겠다는 명목으로 말을 바꾸고 선로·전원 분야를 분사하겠다고 나섰다"며 "통신 역사상 한 번도 이 분야를 빼놓고 통신을 다뤄본 적 없다. 노조와 협의 없는 일방적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KT에 발전이 있겠나"고 전했다.
KT노동조합이 대규모 집회에 나선 것은 지난 2014년 황창규 대표 취임 당시 KT가 약 8300명의 희망퇴직을 진행한 이후 처음이다. KT새노조(제2노조)와 달리 그간 사측에 우호적이라고 평가받던 제1노조가 움직이며 회사도 관망을 지속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권중혁 KT 노조 사무국장은 "1차적으로는 인력 구조조정 추진 철회를 요구한다. (철회가) 불가능하다면 이동 직원의 고용 안전을 보전하고, 자회사에서도 본사에 준하는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명문화해야 한다"며 "사측과 협상이 되지 않으면 총회를 열고 파업 결의에 나설 수도 있다"고 말했다.
KT 측은 이번 조직 개편을 두고 효율화가 필요한 일부 직무 및 인력의 재배치를 추진하는 것일 뿐, '구조조정'과 같은 인위적이고 강압적인 인력 감축이 아니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