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이도경 기자] 서태건 게임물관리위원장이 "게임물 사전검열의 판단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에 공감한다"며 "게임위가 '사후관리 중심기관'으로 거듭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서 위원장은 17일 한국콘텐츠진흥원 등 문체부 산하기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게임물 사전 검열의 기준이 되는 지나친 폭력 묘사 또는 범죄 모방 심리'가 어느 수준인지를 묻는 진종오 국민의힘 의원의 지적에 "판단의 영역이기 때문에 계량화하기 어렵다"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지난 8일 한국게임이용자협회와 유튜버 김성회 씨는 '범죄·폭력·음란 등을 지나치게 묘사해 범죄심리 또는 모방심리를 부추기는 등 사회 질서를 문란하게 할 우려가 있는 게임물'의 제작·반입을 금지하는 현행 게임산업법 조항이 위헌이라며 21만751명의 게이머들이 참여한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이는 역대 최다 청구인이 모인 헌법소원으로, 지난 2008년 6월 미국산 소고기 수입 파동 당시 약 9만6000명의 청구인이 모인 기록을 2배 이상 뛰어넘은 것이다. 청구인 모집은 지난 9월 5일부터 27일까지 약 23일 간 진행됐다.
진종오 의원은 "현재 게임물의 기준을 다른 제작물에 적용한다고 했을 때, 영화의 경우 범죄도시 시리즈, 오징어게임, DP 등 인기 작품이 유통 금지가 될 것"이라며 "K-콘텐츠 산업이 수출을 선도하고 있고, 게임은 지난 2022년 기준 콘텐츠 산업 전체 수출의 68%, 약 90억 달러를 차지하고 있다. 게임이 과도한 제한을 받는 특별한 사유가 있나"고 지적했다.
이어 "헌법재판소는 두 차례 판례를 통해 행정 주체가 유통을 전제로 한 등급 분류 또는 등급 부여 제도 안에서 심의를 받지 않은 제작물의 유통은 제한할 수 있으나, 유통 전 사전 심의를 통해 유통 자체를 막거나 제한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판시했다"며 "21만 명이라는 역대 최대 인원이 서명으로 소원까지 한 것을 보면 법령에 대한 적극적인 개정이 필요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 위원장은 "다양한 곳에서 표출되는 게임 이용자들의 요구사항을 깊이 새겨 등급분류 기준을 개선하고 게임 기업들이 창의적인 게임 유통에 주력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드는 데 일조하겠다"며 "게임위가 불법 게임물과 사행성 게임물로부터 게임 이용자를 보호하고 건강한 게임 생태계를 선도하는 게임물 '사후관리 중심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