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인은 비용절감·대출확대···연체율 악화 등 부작용
적격비용 재산정도 불안요소···"수수료 인하 우려돼"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카드사가 모처럼 두자릿수대 성장세를 기록했음에도 표정이 어둡다. 적극적인 비용절감과 카드대출을 늘려 수익성을 끌어올렸지만, 매출 성장세가 둔화되고 연체율이 악화되는 부작용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개선된 실적이 적격비용 재산정에 반영되면서, 신용판매 수익성이 더욱 악화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실적이 공개된 5개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하나·우리)의 3분기 누적순이익이 1조779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6%나 증가했다.
실적이 가장 크게 개선된 곳은 하나카드로, 순이익(1844억원)이 전년 동기 대비 44.7%나 급증했다. KB국민카드의 순이익(3704억원)도 36%나 증가했으며, △삼성(5315억원, 23.6%↑) △우리(1402억원, 19.8%↑) △신한(5527억원, 17.8%↑) 모두 두자릿수대 성장세를 시현했다.
팬데믹 이후 카드업권의 실적 감소세가 이어졌던 만큼 3분기 실적 호조는 의미가 깊다. 단적으로 지난해 3분기 7개 전업 카드사의 경상적 기준 누적순익(1조8105억원)이 전년 동기보다 18%나 감소한 바 있다.
다만 업권에서는 3분기 실적을 놓고 불황형 흑자라 평가했다. 카드사의 본업인 신용판매 부문의 매출(465조5394억원)이 전년 대비 2.8% 증가에 그쳤으며, 상위 3개사(신한·삼성·KB)의 누적 영업수익(11조5263억원) 또한 4.0%만 늘었을 뿐이다.
그럼에도 실적이 크게 개선된 원인은 비용절감에 있다. 대표적으로 4개사(신한·KB·우리·하나)의 누적 판매관리비(1조4366억원)는 일년새 3.4% 증가에 그쳤다.
최근 실적악화의 주요인이었던 조달비용도 개선됐다. 상위 3개사의 누적 이자비용은 1조754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2% 증가에 그쳤다. 지난해 3분기 기준 3개사의 이자비용이 36.4%나 증가한 것을 감안하면, 비용 증가세가 크게 둔화됐다는 평가다.
대출부문 역시 호조를 보였다. 실제 카드론 잔액은 9월 말 기준 41조687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5%나 확대됐다. 전월 대비론 소폭(1440억원) 줄었지만, 올해 들어 8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이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바 있다. 금융 당국이 은행권 가계대출 관리에 나서면서 대출 수요가 상대적으로 문턱이 낮은 카드론으로 쏠렸고, 이는 고금리 기조와 결합해 수익성을 끌어올렸단 진단이다.
문제는 이런 불황형 흑자가 오히려 카드업계에 독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올해 말로 다가온 가맹점 수수료 적격비용 재산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실적 개선을 위해 조달비용과, 대손비용, 일반관리비 등을 아낀 것이 원가로 산정될 경우 수수료 인하의 근거로 활용될 수 있단 지적이다.
"어려운 시기 비용절감을 통해 실적을 올려놨더니, 이마저도 당국이 수수료 인하 명분으로 활용하려 한다"는 카드업계의 볼멘 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악화된 연체율 역시 우려 요인이다. 9월 말 기준 5개사의 평균 연체율은 1.45%로 전년 동월 대비 0.1%p나 악화됐다. 특히 우리카드의 경우 연체율이 1.36%에서 1.78%로 0.42%p나 상승했다.
특히 빚으로 빚을 갚는 형태인 대환대출 잔액이 9월 말 기준 1조6255억원으로, 일년새 16.0%나 증가했다. 경기둔화로 빚을 제때 상환하기 어려운 차주들이 늘어나면서 대출의 질이 악화됐다는 지적이다. 추후 대환대출을 포함한 총 연체율이 공개될 경우 일부 카드사의 연체율이 2%를 돌파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순익이 두자릿수대로 증가한 것은 맞지만, 매출이 늘며 실적이 개선됐다기 보다 비용효율화 영향이 크다"며 "작년 실적이 하락한 기저효과도 있고, 연체율도 좋지 못하다. 점차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보고는 있지만, 안심할 단계는 아니라고 본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