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박조아 기자] 경제와 금융시장, 산업, 기업 등을 분석하는 애널리스트는 10여년 전만 해도 남부럽지 않은 고액연봉을 받으며 '증권사의 꽃'이라고 불렸다. 그러나 과거의 위상은 어느새 시들어 버렸다.
과거에는 투자를 할 때 애널리스트의 보고서가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활자보다 영상을 더 선호하는 시대가 되고, 유튜브나 인터넷 등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창구가 늘면서 애널리스트 보고서의 입지가 좁아졌다.
최근에 만난 한 증권사의 애널리스트는 애널리스트들을 보조하는 RA(Research Assistant)들이 경력만 쌓은 후 다른 회사나 업종으로 떠나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업계 관계자는 "애널리스트가 되기 위해선 3~4년 정도의 RA경력을 쌓아야 하는데, 1년 정도 경력을 쌓은 후 다른 곳으로 가는 경우가 많다"며 "설득을 해보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애널리스트들은 분석을 하기 위해 늦은 시간에 퇴근하는 경우도 많은데, 업무 대비 페이가 낮고 워라밸도 찾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애널리스트가 위상을 되찾기 위해선 우선 투자자로부터 신뢰성을 회복해야 한다. 증권사에서 나오는 분석 리포트의 신뢰성 문제는 꾸준히 올라오고 있는 논쟁거리다. 가장 많이 거론되는 부분은 '매도 보고서'의 부재다.
금융투자협회의 증권사 리포트 투자등급 공시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국내 주요 증권사 30곳의 매도비율은 3%도 되지 않는다. 가장 높은 매도비율을 차지한 것은 1.4%의 신영증권이고, 유진투자증권이 0.6%, 하나증권이 0.4%로 뒤를 따랐다. 이외의 증권사들은 모두 0%를 기록했다. 매수 비중이 80% 이상을 차지하는 것과는 대조되는 수치다.
매도 보고서가 부재한 가장 큰 요인으로는 '독립성' 문제가 거론된다. 애널리스트들이 속해 있는 리서치센터는 직접적으로 큰 수익을 창출하는 곳은 아니지만, 매도 보고서의 발간이 회사채 발행 등 증권사의 수익사업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아무래도 기업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또 매도 보고서에 대한 투자자들의 과열된 행동도 애널리스트들을 위축하게 만드는 요인 중에 하나다. 매도 의견을 담은 보고서를 발간한 후 투자자로부터 해당 종목의 주가가 떨어졌다며 항의 전화나 협박성 이메일을 받는 경우는 빈번하게 발생한다. 지난해에는 한 이차전지 종목의 매도 리포트를 작성했던 모 애널리스트가 출근길에 투자자들로부터 가방을 붙잡히는 등 물리적인 충돌을 겪기도 했다.
현재 추세가 이어지게 되면 증권사 보고서에 대한 신뢰는 점점 더 회복하기 어려워진다. 그리고 그렇게 된다면 애널리스트가 솔직하지 못하게 작성한 보고서로 인해 크게 손실을 보는 투자자들이 발생할 수 있다.
애널리스트들이 위상을 회복하고, 건전한 자본시장을 만들기 위해선 차별화된 분석력을 높이고 소신있는 보고서를 쓰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또 그들에게 그러한 환경을 제공해 줄 수 있도록 기업이나 투자자들의 도움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