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톺아보기] 초고층 아파트, 득일까 실일까···재건축 셈법 '제각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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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층 아파트 들어서는 부산 해운대
높을수록 사업성↑ 원주민 분담금↓
공기·공사비 부담···초고층 포기 속출
부산 해운대구 '엘시티'(85층) 아파트. (사진=네이버)
부산 해운대구 '엘시티'(85층) 아파트. (사진=네이버)

[서울파이낸스 박소다 기자] 전국 부촌 단지에서 초고층 아파트를 짓기 위한 용적률 완화 전쟁이 한창이다. 아파트 층수를 높이면 일반분양을 늘릴 수 있고 이에 따른 주민 분담금을 줄일 수 있는 데다가, 랜드마크 단지라는 상징성마저 거머쥘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일부 지역에선 초고층 계획을 반대하는 곳도 나오는 등 지역마다 아파트 선호 높이가 다르게 나타나 그 배경에 관심이 모인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정비사업 단지 가운데 가장 높은 충수의 사업을 추진 중인 곳은 부산 수영구 '삼익비치' 재건축이다. 최근 이곳은 '특별건축구역 활성화 시법사업 대상지'로 선정돼 건축물 높이 제한 규제가 완화, 용적률 최대치가 기존 300%에서 360%로 상향됐다. 이에 따라 층수도 기존 60층에서 99층으로 바꾼 정비계획안이 통과됐다. 준공되면 국내서 가장 높은 아파트가 된다. 현재 국내에서 가장 높은 '아파트'는 부산 해운대구 '엘시티 A동(85층·339.1m)'이다.

삼익비치는 기존 설계였던 60층 건축 시 일반분양 가구가 265가구로 조합원 분담금이 큰 곳이었다. 지난해 배포된 조합원 안내문에선 전용 84㎡를 보유한 조합원이 같은 주택형을 받기 위해서 분담금 6억8195만원을 내야 하는 것으로 고지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초고층 계획으로 일반분양 수를 640가구까지 늘려 분담금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아파트가 계속 높아지고 있는 이유는 사업성 때문이다. 아파트가 본격적으로 건립되기 시작한 1970년대 초에는 10층 미만의 아파트가 들어섰고, 이를 한번 재건축(용적률 250~300%)해 20층대의 아파트가 들어섰다. 현재 재건축이 필요한 이 단지들은 용적률을 350%수준으로 상향하지 않으면 사실상 일반가구 분양 수가 저조해 재건축 사업성이 전혀 나오지 않는 상황이다.

이렇다 보니 지난해 서울시가 아파트 층수를 제한하는 '35층 룰' 규제를 폐지하고, 초고층 아파트 건립에 길을 열어줌으로써 이 같은 정비사업들이 곳곳에서 추진 중이다.

우선 재건축 최대어로 불리는 압구정은 4구역이 69층, 2·5구역이 70층으로 층수를 올려 사업 절차를 밟고 있다. 성동구 성수동 '성수전략정비구역 4지구'의 경우 77층 규모로 재개발 사업을 추진 중으로, 77층은 서울에서 정비사업을 추진 중인 주요 재개발·재건축 아파트 가운데 가장 높은 층수다.

그러나 한편에선 무작정 층수를 높이는 정비사업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시선도 적지 않다. 일반분양 수를 늘려 원주민 분담금을 줄이기 위해 층수를 높여왔는데, 초고층으로 분류되는 '50층' 이상으로 지을 경우 지켜야 할 건축 의무 기준이 늘어나 부담하는 비용이 훨씬 늘어날 수 있어서다. 즉 공사비 상승이 필수적이다.

실제로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 6·7단지 재건축 조합이 최근 조합원 설문조사에서 최고 층수 계획을 '49층'과 '35층' 중 선호하는 것을 고르도록 했는데, 35층을 선호한다는 답변이 79.7%, 49층을 선택한 답변은 13.2%에 그쳤다.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도 최근 49층 설계안 변경을 접고, 35층으로 재추진 중이다.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재건축 사업 중 규모가 가장 큰 14단지는 신속통합기획 자문 과정에서 최고 60층에서 49층으로 선회하겠다는 조치계획을 냈다.

이 곳 추진위 한 관계자는 "고령층을 비롯한 대부분 주민들이 60층 계획에 대해 부정적이었다"며 "공사기간이 2년가량 늘어나는 데다가, 공사비 역시 40%가량 늘 것이라고 예상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파트가 점점 높아지면서 부작용 또한 속출할 수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초고층 아파트의 경우 향후 노후화해도 재건축과 리모델링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일각에선 결국 빈집이 남아 슬럼화가 될 수 있다는 시각도 내놓는다.

아울러 인근 도로의 차 막힘 증가, 초대형 땅 꺼짐(싱크홀) 발생, 또 일조권 침해 민원도 꼽힌다. 49층으로 재건축을 추진 중인 여의도 대교아파트는 최근 환경영향평가를 진행하며 인근 11개 단지에서 다수의 민원을 받으면서 두 달여간 사업지연을 겪었다.

조합 측은 "일조 침해가 예상되는 지점 중 영구 음영이 발생된 지점은 없었으나, 일부 시간대 일조 침해가 예상되는 인근 아파트는 보상방안에 대한 의견을 지속 수렴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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